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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 모기와의 전쟁을 선포하다

호주연방과학원 CSIRO(Commonwealth Scientific and Industrial Research Organisation)가 뎅기열이나 지카바이러스, 치쿤구니야열의 매개체로 알려져 있는 이집트 숲 모기(Aedes aegypti) 수컷 생식 능력을 인위적으로 없애 방출해 실험 지역 내 개체수를 무려 80% 이상 줄이는 데 성공했다로 밝혔다.

현재 전 세계에서 발생하는 감염 중 17% 가량은 앞서 밝힌 이집트 숲 모기나 학질모기, 집모기(Culex)에 따른 것이라고 한다. 그 중에서도 열대나 아열대 지역에 분포하는 이집트 숲 모기는 뎅기열과 지카바이러스의 매개체로 유명하다. 문제는 도시화가 진행되고 기온은 상승하면서 이런 이집트 숲 모기의 활동 범위까지 넓어져 도심에서도 얼마든지 뎅기열이나 지카바이러스 감염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이집트 숲 모기는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모기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호주연방과학원은 제임스쿡대학, 알파벳 자회사인 베릴리 생명과학(Verily Life Sciences)과 손잡고 이 같은 이집트 숲 모기를 퇴치하기 위한 수단을 연구 중이다. 실험을 위해 이집트 숲 모기 수컷을 2,000만 마리까지 번식시킨 다음 수컷에 볼바키아 피피엔티스(Wolbachia pipientis)라는 박테리아를 보균시켰다. 그런 다음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6월까지 사육한 수컷을 호주 퀸즐랜드 복부에 위치한 실험 지역에 살포했다. 그 결과 실험 지역에선 이집트 숲 모기 개체수가 앞서 밝혔듯 80% 이상 줄었다는 것이다.

볼바키아 피피엔티스는 미토콘드리아 같은 세포 내에서 공생하면서 곤충의 생식 능력을 조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기에 감염된 수컷은 감염되지 않은 암컷을 만나도 세포질 불화합성 탓에 수정 후 배아 발생 초기 이상이 발생하면서 부화가 안 되는 현상을 겪게 된다. 새로운 개체가 태어날 수 없다는 얘기다. 당연히 개체수도 줄어들 수밖에 없는 것.

이번 연구에서 이집트 숲 모기의 성별을 빠르게 감별해 수컷만 선별해 볼바키아 피피엔티스를 보균하는 기술은 구를 산하 베릴리가 제공한 기술이다. 베릴리는 지난해 미국 캘리포니아 지역에서 볼바키아 피피엔티스를 보균한 이집트 숲 모기를 방출해 뎅기열과 지카바이러스 감염을 억제하는 실험을 진행한 바 있다.

물론 이번에 호주에서 이뤄진 실험 중 방출한 건 인간을 물 수 없는 수컷 모기였지만 볼바키아 피피엔티스에 감염된 모기 자체는 뎅기열과 지카 감염 능력도 낮다고 한다. 이런 이유로 브라질에선 볼바키아 피피엔티스를 보균한 모기를 방출해 뎅기열 감염이나 증상을 억제하려는 시도를 지난 2014년 진행하기도 했다.

당시 브라질 오스바우두 크루스 재단(Fiocruz)은 뎅기열을 차단하기 위해 앞서 소개한 것처럼 박테리아를 보균한 감염 모기 1만 마리를 방출할 계획을 세웠다. 이를 통해 모기 번식 증가를 막아 뎅기열 발병을 줄이겠다는 취지에서다. 당시 브라질에선 20년 동안 공백기가 있긴 했지만 1981년 뎅기열이 재발견된 이후 30년 동안 700만 건 이상 발병이 확인된 바 있다. 감염자 수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높아져 2009∼2014년 발병수는 320만 건에 달하며 이 중 800명이 실제 사망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모기에 대한 연구가 계속 이뤄지는 이유는 뭘까. 물론 앞서 밝혔듯 감염 매개체 역할이 크다. 그런데 생각보다 훨씬 크다. 이제까지 사람을 가장 많이 죽인 동물은 상어나 사자가 아니라 모기다.

이 중에서도 모기가 일으킨 가장 큰 역사상 최악의 살인(?) 청부업은 말라리아다. 말라리아는 모기 타액을 통해 인체에 침투한 다음 간으로 가서 면역계의 공격 대상이 되지 않게 세포에 숨어 있다가 1개월 가량 증식을 거쳐 전신으로 확산되는 과정을 거친다. 혈류를 타고 이동하는 사이 적혈구를 대상으로 하는데 파괴된 세포의 탈을 쓴 채 이동하기 때문에 면역 체계를 넘어간다. 마치 좀비처럼 죽인 상대방의 껍질을 쓰고 이동하는 것이다. 이렇게 적혈구에 들어가 증식해 다음 적혈구를 공격하는 행동을 반복하지만 손상된 세포가 독성 물질을 방출하는 탓에 강한 면역 반응을 일으킨다. 그 탓에 인체는 면역 반응으로 고열이나 땀, 오한, 두통은 물론 근육통이나 구토, 설사 같은 증상이 나타난다. 뇌까지 감염되어 혼수 상태가 되면 최악의 경우에는 죽음에 이른다.

전 세계에 남극 대륙을 뺀 지역에는 2,500여 종에 달하는 모기가 서식하고 있다고 한다. 인간을 가장 많이 죽인다고 했지만 이렇게 감염으로 목숨을 잃는 사람은 무려 매년 70만 명에 달한다. 모기는 피부를 찌를 때 가려움 같은 증상을 일으키는 침을 먼저 주입하는데 타액에 피가 굳는 걸 방지하는 역할을 한다. 말라리아 같은 기생충은 타액을 주입하는 모기를 매개체로 삼아 체내에 침입하게 된다. 모기에 물리면 체내에 병원균 침입을 허용하게 되는 것이다. 빌 게이츠 역시 모기의 무서움과 대책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 강조한 바 있다.

이런 이유로 기술을 통해 모기를 퇴치하려는 시도가 이뤄지고 있는 것. 하지만 실제로 이 같은 시도가 무작정 모기를 멸종시키려는 건 아니다. 모기를 아예 지구상에서 퇴출시키면 어떤 문제가 발생할지는 생각보다 상당히 복잡할 수 있다는 의견이 많기 때문이다. 모기는 이미 1억 년 이상 지구에서 서식해왔다. 병원균 매개체 역할도 하지만 수많은 종과 함께 진화를 해온 것이다. 생태계 일부인 모기가 전부 사라진다면 모기를 음식으로 삼는 생물은 위협을 받을 수도 있고 다른 한편으로는 꽃가루 매개체로 삼던 식물이 멸종하는 것 같은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는 것이다. 사실 멸종시키려고 해도 쉽지도 않다. 지구상에 사는 모기는 몇 조 마리에 달한다. 모기 한 마리는 한꺼번에 300여 개씩 알을 낳아 무서울 만큼 빠르게 번식해나간다. 이런 이유로 모기를 들어 멸종시키는 건 불가능한 기생충계의 택시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런 이유로 모기 퇴치를 위해 기술을 접목하려는 재미있는 시도도 많았다. 지난 2016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 위치한 한 광고대행사는 땀 냄새와 이산화탄소를 방출해 모기를 끌어들여 죽이는 모기 킬러 광고판(Mosquito Killer Billboard) 설계도를 무료 공개하기도 했다. 이 광고판은 포유동물에서 나오는 땀을 모방한 젖산과 인간의 호흡을 모방한 이산화탄소 실린더를 내장했다. 이를 자동 방출해 인간의 피를 빨아들이는 암컷 모기를 끌어들이는 것이다. 또 밤에는 빛에 모이는 성질을 이용해 하루 종일 모기를 끌어들이는 것. 효과 범위도 무려 2.5∼4km 반경에 달한다.

간판 아래쪽에는 젖산을 방출하는 실린더가 위치하고 있는데 근처에 모기를 빨아들이는 홈을 배치했다. 인간이라고 착각해 들어가면 빠져나올 수 없게 되는데 내부에 살충제가 따로 있는 건 아니고 탈수 상태가 되어 죽게 된다고 한다. 이 광고판은 크리에이티브 커먼즈(Creative Commons)로 공개되어 비영리 목적이면 변경이나 개조 없이 무상으로 내려 받아 만들 수 있다.

2015년에는 더 재미있는(?) 시스템도 등장했다. 모기를 레이저로 격추하는 시스템인 광자 펜스(Photonic Fence)가 그것. 레이저망을 건물 주위에 둘러 모기가 다가오면 격퇴하는 것이다. 당시 공개한 영상을 보면 10분의 1초 사이에 모기의 비행 능력을 상실하게 만든다. 모기에 레이저를 조사해 비행 능력을 잃게 만든 것이다.

전 마이크로소프트 엔지니어 출신이 설립한 스타트업(Intellectual Ventures Laboratory)이 개발한 것으로 찰나에 레이저를 집중시켜 에너지 소비량도 낮은 레이저를 건물 주위에 모기가 비행할 수 있는 높이까지 울타리처럼 망처럼 두른다. 이를 통해 모기 유입을 아예 원천 봉쇄하겠다는 것이다.

이 시스템의 경우 모기나 나비, 꿀벌 등을 구별할 수 있고 심지어 모기 암수까지 구별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한다. 센서를 바꾸면 모기 뿐 아니라 다른 해충에도 대응할 수 있어 농장에서 활용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물론 이런 시도들은 모두 모기의 위험 자체를 원천 봉쇄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이런 점에서 가장 주목받는 방법이 바로 크리스퍼(CRISPR) 같은 유전자 가위, 유전자 변형 기술을 이용하는 것이다. 종 전체를 바꿀 수도 있는 유전자 변형 기술을 통해 특정 유전 인자에 대한 저항성을 갖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모기를 죽이는 게 아니라 성질을 바꾸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말라리아에 특화된 유전자 항체를 모기 유전자에 넣어 무해한 모기를 만들 수도 있다. 물론 이 같은 유전자 변형 모기를 그냥 만들기만 하는 걸로는 부족하다. 유전자 중 인공 항체를 계승하는 건 자손으로 넘어가면 절반인 탓에 그냥 내버려두면 항체를 가진 모기는 얼마 지나지 않아 소수가 된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는 방법이 유전자 드라이브(Gene drive)라는 유전자 조작 기술이다. 특정 유전자를 다음 세대까지 전달하는 것으로 유전자 변형 모기의 자손 중 99.5%에 말라리아를 무해화하는 성질을 물려주는 데 성공했다고 한다. 이렇게 유전자를 편집한 모기를 자연에 풀면 말라리아에 내성을 지닌 모기 유전자는 빠르게 확산될 수 있다. 유전자는 영구적으로 남기 때문에 말라리아는 모기에 서식할 수 없게 된다.

어쨌든 이런 유전자 드라이브 기술이 등장하면서 빌 게이츠는 몇 년 전 인터뷰에서 말라리아 퇴치를 위해 3∼5년 사이 유효한 유전자 드라이브 기술이 개발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물론 게놈 편집을 이용해 유전자를 조작하는 것에 대한 위험성에 대한 심도 깊은 논의가 필요하지만 적어도 기술적으론 그렇다는 얘기다.

모기를 매개체로 삼는 전염병을 생각하면 한꺼번에 수많은 생명을 구할 수 있는 기술을 통한 모기 퇴치나 예방은 도움이 될 수 있다. 이번 호주 실험에서도 봤듯 현실화를 향한 실험이 거듭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다만 이 같은 새로운 기술을 자연에 적용할 경우 어떤 결과가 나올지 알 수 없다는 문제 또 한 번 진행하면 돌이킬 수 없다는 문제가 있다. 만일 실패하게 된다면 유전자 편집 모기가 번식해 말라리아도 퇴치할 수 없고 더 큰 문제를 불러올 수도 있다는 우려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술을 접목한 모기 퇴치를 위한 시도와 노력은 계속될 전망이다. 인류 최악의 살인 청부업자를 그냥 둘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물론 기억해둘 점은 인간을 가장 많이 죽인 모기에 이은 2위가 인간 자신이라는 점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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