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 자동차를 이용한 무인 배송 시대가 열린다. 미국 대형 슈퍼마켓 체인인 크로거(Kroger)가 자율주행 자동차 개발사인 뉴로(Nuro)와 손잡고 자율주행 차량을 이용한 무인 배송 서비스를 도입하겠다고 밝힌 것.
뉴로는 지난 2017년 설립된 스타트업이지만 구글 자율주행 차량 개발팀에서 일했던 2명이 설립했다. 크로거는 올 가을을 목표로 뉴로와 공동 개발한 자율주행 차량을 통해 배송 서비스를 시범 도입할 계획이다. 물론 처음에는 사람이 함께 타서 안전성을 확보한 상태에서 시범 운영을 한다. 또 시범 서비스를 미국 내 어떤 도시에서 실시할지 여부에 대해선 아직 밝히지 않았다.
크로거는 이 무인 배송 서비스를 이용해 자사가 소비자의 집까지 식료품을 배송한다는 점을 각인시키려 한다. 물론 이미 사람이 배송을 해주고 있지만 크로거가 새로 도입할 무인 배송 서비스는 온라인 사이트 등을 통해 이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며 뉴로 앱을 이용하면 차량을 온라인 상태에서 추적할 수도 있다.
크로거는 미국 내 35개 주에 2,800개에 이르는 매장을 보유하고 있다. 매일 900만 명이 이용한다. 미국에서도 손꼽히는 대형 슈퍼마켓인 것. 크로거 사용자 중 4분의 3은 배송 서비스에 접속하거나 실제로 이용하고 있을 만큼 배송 서비스도 활성화되어 있다.
뉴로 차량은 일반 자동차보다 폭이 더 좁고 소형이다. 마치 도시락 같은 모양새를 하고 있다. 뉴로나 크로거 앱을 통해 상품을 주문하면 차량에 상품을 실어주는 상태까지는 사람이 개입하지만 이후에는 자율주행 차량이 알아서 목적지까지 주행하고 목적지 근처 차도에 정차한다. 물론 사람이 직접 타고 있지 않다고 보면 집까지 직접 상품을 배송해주는 건 아닌 만큼 물건을 주문했다면 소비자는 목적지 인근 도로까지 자율주행 차량으로 와야 한다. 소비자는 핀 코드나 얼굴 인식 시스템, 생체 인증 같은 시스템을 통해 본인 확인을 한 다음 자신이 주문한 상품을 갖고 가게 될 것이라고 한다.
뉴로는 전국망을 보유한 크로거와 손을 잡은 덕에 수많은 도로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다는 장점을 기대할 수 있다. 지금까지 자율주행 차량 업계에선 우버나 테슬라 같은 기업이 주목을 받았지만 뉴로가 크로거와의 제휴를 성공적으로 이끈다면 상당히 시선을 끌 것으로 기대된다.
우버 등 사고가 발생하면서 자율주행 차량에 대한 우려도 높지만 이 시장에 대한 관심은 여전히 높다. 지난 5월 31일(현지시간) 오는 2019년 무인 택시 사업화를 목표로 내건 GM은 소프트뱅크그룹이 주도하는 투자 펀드인 소프트뱅크 비전펀드(SoftBank Vision Fund)를 통해 22억 5,000만 달러를 투자 받는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GM 산하에서 자율주행 차량 기술을 개발 중인 GM크루즈홀딩스(GM Cruise Holdings)가 이 같은 거액 투자를 밝힌 것. 여기에 GM도 11억 달러를 투자했다. 앞서 밝혔듯 GM크루즈홀딩스는 2019년 무인 택시 사업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자금 투입은 소프트뱅크비전펀드가 GM크루즈홀딩스에 9억 달러를 투자하고 실제 사업화 준비 단계에 들어가면 나머지 13억 5,000만 달러를 추가 투입하게 된다. 투자가 끝나면 소프트뱅크비전펀드는 GM크루즈홀딩스의 주식 19.6%를 보유하게 된다. 소프트뱅크비전펀드는 지난해 5월 20일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과 사우디 공공투자펀드 모하메드 빈 사루만 왕세자 등이 참여해 발족한 초대형 펀드. 엄청난 자금을 운용 중이지만 지금까지 나온 대형 펀드와 달리 초기 단계에도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기도 하다.
애플 공동 창업자 스티브 워즈니악이 이젠 말을 믿을 수 없다고 말하기도 했지만 테슬라 CEO인 엘론 머스크 역시 완전 자율주행 차량이 8월에 등장할 것이라고 발언하기도 했다. 그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테슬라의 오토파일럿 기능에 대한 불만을 얘기하는 지적에 답하면서 8월 도입할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버전 9에서 해소될 것이라면서 완전 자율주행 기능을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답한 것이다.
물론 엘론 머스크가 완전 자율주행에 대해 언급한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는 지난해 1월에도 완전 자율주행 차량이 6개월 안에 등장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지만 실제로 실현되지는 않았다. 그는 이런 점 때문에 과장광고를 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을 받았고 저가 차량인 모델3 생산 계획에도 차질을 빗은 바 있다.
이번에 엘론 머스크가 밝힌 완전 자율주행(full self-driving)이라는 게 어떤 기능이나 범위를 말하는 지 여부는 알 수 없다. 테슬라는 지난 2016년 이미 오토파일럿에서 손에 떼고 운전할 수 있는 하드웨어 데모 주행 장면을 공개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오토파일럿을 이용할 때에는 핸들을 잡으라고 요구하는 게 테슬라의 공식 입장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엘론 머스크가 말한 ‘Full’이라는 표현이 어느 범위까지인지 여부는 알 수 없다.
테슬라의 오토파일럿 차량은 사망 사고 3건을 일으킨 바 있다. 지난 3월 23일에는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발생한 중앙 분리대 충돌 사고에선 충돌 3초 전 모델X가 속도를 100km/h에서 114km/h로 가속한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이런 점 탓에 오토파일럿 기능에 대한 안전성에 의문이 늘고 테슬라가 광고나 마케팅에서 이를 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런 오토파일럿 기능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엘론 머스크가 공언한 완전 자율주행이 어떤 모습이 될지 관심이 모아진다.
이렇게 우려와 관심이 모아지고 있지만 자율주행 차량을 도입하려는 시도는 계속되고 있다. 크로거의 이번 도입은 일반 승용차 위주보다 먼저 시도될 것으로 기대되는 배송 분야라는 점에서 관심이 모아질 수 있다. 크로거 같은 차량 형태는 아니지만 국내에서도 배달의민족을 운영 중인 우아한형제들이 지난 6월초 음식 배송 로봇인 딜리(Dilly)의 현장 테스트를 진행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물론 앞으로 3∼5년을 바라본 중장기 프로젝트의 초기 단계라고 밝혔고 아직은 실내 환경에서 걸음마를 뗀 수준이기는 하다. 이 자율주행 배송 로봇은 천안 야우리 푸드스트리트 내 지정 구역, 푸드코트 내에서 고객을 대상으로 시험 운영을 시작했다.
지금 당장은 푸드코트 내에서 음식을 고객이 앉은 테이블까지 운반해주는 역할 정도다. 우아한형제들 측은 실내 테스트 진행을 위해 크기 673×768×827mm짜리 로봇에 위치 추적 센서와 장애물 감지 센서 등을 달았다. 이 과정을 끝내면 2단계로 아파트 단지와 오피스텔, 대학 캠퍼스 등 실내외 복합 공간 테스트를 진행하고 3단계는 일반 보행로를 포함한 실외 환경으로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차량은 아니지만 어쨌든 결국 배송이라는 점에선 목표는 치킨집이나 피자집 같은 음식점에서 고객이 원하는 곳까지 사람을 대신해서 배송 임무를 맡는 자율주행 로봇을 내놓겠다는 것이다. 슈퍼마켓이 됐든 음식점이 됐든 배달의 법칙이 바뀌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