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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현실 정신과 치료 시대 열릴까

가상현실(Virtual Reality) 기술은 엔터테인먼트 뿐 아니라 의료 분야에서도 활용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과거 연구에선 하반신 불수나 공포증 같은 걸 극복하는 훈련에도 도움이 될 것을 시사하기도 했다. 이런 가상현실 기술을 통한 정신 치료 전망은 어떨까.

가상현실 기술을 이용해 우울증을 치료하는 시도는 오래 전부터 진행됐다. 1997년 조지아공대 연구팀은 PTSD에 시달하는 퇴역 군인을 대상으로 VR 치료 프로그램인 비추얼 베트남 테라피(Virtual Vietnam Therapy)을 실시한 바 있다.

이 프로그램은 당시부터 효과가 인정됐고 가상현실로 베트남 전쟁을 재현한 재향군인 PTSD 환자 10명 전원이 개선 추세를 보였다고 한다. 마찬가지로 9.11 테러 생존자를 대상으로 가상현실 치료를 실시한 결과 우울증 증상은 83%, PTSD 증상은 90%나 줄일 수 있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최근 사례에선 가상 이라크를 통해 가상현실 치료가 이라크 전쟁으로 인해 PTSD를 앓는 군인 2,000명을 구했다는 보고도 있다.

가상현실을 이용한 정신 의학에선 노출 치료(Exposure therapy)를 취한다. 노출 치료는 환자가 공포심을 품는 대상 등에 마주하도록 하는 행동 요법 일종으로 PTSD 뿐 아니라 불안 장애나 특정 공포증 치료에도 이용된다. 예를 들어 고소공포증 환자가 의사 지도 하에 높은 건물에 가는 일반적 노출 요법으로 충분히 안전을 확보한 관리 상태에서 환자가 공포와 고통 대상과 직면하도록 한다. 가상현실을 이용한 노출 요법이라면 안전한 실내에서 VR 기기를 이용할 뿐이어서 현실 공간에서의 치료보다 훨씬 저렴한 비용으로 안전하게 노출 요법을 실시할 수 있다.

가상현싱만의 장점도 있다. 한 전문가는 연구 일환으로 고소공포증 환자에게 가상 공간 절벽에 뛰어 내리게 했다면서 VR을 통한 노출 요법이 현실에선 불가능한 체험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뛰어나다고 설명한다.

VR 노출 요법은 우울증이 부르는 PTSD 환자에게 특히 효과가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의료용 가상현실 전문가는 우울증 환자는 트라우마가 된 경험과 접촉할 기회가 적기 때문에 증상이 고정화되어 버릴 우려가 있다면서 가상현실이라면 전쟁 체험 등 재현이 어려운 일도 재현할 수 있어 환자가 외상과 마주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요즘에는 가상현실 헤드셋을 통해 시각이나 청각으로 가상공간을 체험하는 게 보통이지만 미래에는 후각과 촉각까지 재현하는 기술이 등장할 것이다. 이렇게 되면 더 효과적인 노출 요법을 실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가상현실 기술은 치료 뿐 아니라 검사나 진단에서도 효과를 발휘할 전망이다. 가상현실을 이용하면 모든 분야에서 같은 체험을 하면서 객관적 피드백을 얻을 수 있어 ADHD나 자폐증 등 발달장애나 정신분열증 진단에도 도움이 된다. 그 밖에 캠브리지대학과 런던대학 연구팀은 가상현실을 이용한 알츠하이머 검사를 통해 기존 검사보다 높은 정밀도로 알츠하이머 병 발견에 성공하기도 했다. 이는 알츠하이머가 기억 장애 뿐 아니라 시공간 인지 장애도 유발한다는 점에 착안한 것. 기존 필기시험이 79% 정도였던 데 비해 가상현실로 재현한 3D 공간에서 진행한 이동 테스트는 93% 정확도로 초기 단계 알츠하이머 환자를 특정할 수 있었다고 한다.

가상현실과 AI를 결합하는 방법도 모색되고 있다. 옥스퍼드대학 연구팀이 진행한 실험에선 가상 치료사에 의한 고소공포증 치료 프로그램을 받은 피험자 49명 전원이 진단 설명에 대해 평균 68%나 증상이 풀렸다고 답했다. AI는 가상현실 기기와 스마트폰 앱으로 전달할 수도 있기 때문에 실제 정신과 치료를 받는 것보다 훨씬 저렴하고 환자에게 장애물도 낮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AI를 이용한 자체 테라피는 위험을 수반한다는 견해도 있다. 한 전문가는 정신과 의사라면 환자 모습을 보고 테스트를 중단할 수도 있지만 AI는 그럴 수 없다고 지적한다. 그럼에도 조만간 심리학 분야에서 가상현실과 AI가 확산되어 정신 장애 치료가 더 진화할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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