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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해킹 업체 설립자가 불리한 내용 보도 언론사 침묵시키려 시도”

미국, 스위스, 프랑스, 인도 등 여러 국가에 기반을 둔 언론사는 인도 투자자인 라자트 카레가 공동 설립한 기업 아핀(Appin)이 해킹 청부업을 운영해왔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이 보도로 인해 일부 언론사는 그의 협박을 받아 기사 수정이나 삭제를 강요받는 상황에 처했다. 보도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15개 언론사가 그로부터 협박을 받았으며 이 중 5개 언론사는 법적 조치를 취했다고 밝혔다.

로이터는 2023년 11월 인도 스타트업이 세계를 해킹하는 방법(How an Indian startup hacked the world)이라는 기사를 통해 아핀이 10년 이상 시스템 침입 및 데이터 해킹을 청부받아 수행해왔음을 폭로했다. 하지만 인도 뉴델리 지방 법원은 로이터에 기사 삭제를 명령했고 이에 따라 로이터는 해당 기사를 일시적으로 삭제했다.

이후 밝혀진 바에 따르면 아핀 측 압박은 로이터뿐 아니라 미국, 영국, 스위스, 프랑스 등 여러 언론사로 확대됐으며 압박을 받은 언론사에는 영국 선데이타임즈(Sunday Times), 룩셈부르크 페이퍼리즘(Paperjam), 스위스 SRF 인베스티게티브(SRF Investigativ), 인도 타임오브인디아(Times of India)와 스크롤(Scroll) 등이 포함되어 있다.

보도에 따르면 2022년 이후 카레 또는 아핀 평판과 이익을 보호한다고 주장하는 단체 AOATC(Association of Appin Training Centers)로부터 기사 수정이나 삭제 요청을 받은 언론은 최소 15곳에 이른다. RSF는 이런 요청을 따르지 않을 경우 언론은 소송에 직면한다고 경고받고 있으며 이를 전례 없는 SLAPP(전략적 봉쇄 소송) 사례라고 지적했다.

RSF 관계자는 권력자가 인도 법원을 이용해 전 세계 기사를 무효화할 수 있다는 게 알려지면 누구든 이를 따라 하게 될 것이라며 이는 중대한 사안이며 카레의 전략이 성공한다면 어디서든 유사한 일이 발생할 것이라며 사태의 심각성을 우려했다.

보도에선 이 인도 기업가와 변호사는 자신의 전략이 주목받지 않도록 하기 위해 전례 없는 세계적 차원에서 자기 검열, 압박, 소송을 동원했다며 현재 15곳 가까운 언론사가 보복을 피하기 위해 콘텐츠를 삭제하거나 수정했다면서 이런 전략은 언론 자유에 심각한 위협을 가하며 이를 강력히 비판한다고 밝혔다.

로이터 보도 삭제는 다른 언론사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보도에선 로이터 사례 이후 아핀과 카레의 이름을 삭제한 기사를 게시했고 일부 언론사는 사전 검열을 통해 카레와 아핀 이름을 아예 거론하지 않았다.

스위스 방송국 SRF는 카레로부터 법적 소송을 당해 2022년 11월 제네바 하급 법원으로부터 그의 이름과 사진을 삭제하라는 명령을 받았고 스위스 고담시티(Gotham City)는 카레에 대해 우려하면서도 조사 기사를 발표했다. 소담시티 편집장은 자사는 카레와의 소송 위험을 알고 있었으며 이를 피하기 위해 그의 이름을 XX로 표기했다고 밝혔다.

한편 미국에서는 명예훼손 소송 전문 로펌(Clare Locke)이 카레를 대신해 기사 삭제를 요청했다.

AOATC는 아핀 프랜차이즈 훈련 센터를 관리하는 조직으로 주장하고 있지만 아핀과 카레 관련 언론사에 직접 접촉해 소송을 제기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 구글에서 카레를 검색하면 AI로 생성된 이미지와 이름을 사용한 블로그가 최상위에 표시되며 이는 카레의 이미지 전략 일환으로 보인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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