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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시절 친구 유전자, 미래 건강 좌우한다?

어린 시절 받은 괴롭힘 폐해가 성인이 되어서도 지속된다는 연구 등 유년기 환경이 이후 인생에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큰지를 보여주는 연구는 많이 존재한다. 더 나아가 부모나 자신의 유전자는 물론이고 학창 시절 동급생 유전자까지도 정신 질환 등 건강 문제 위험과 관련이 있다는 논문이 미국 정신의학회가 발행하는 동료 심사 의학 저널(American Journal of Psychiatry)에 발표됐다.

미국 럿거스 대학 연구팀은 친구 유전자형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 그러니까 친구의 사회적 유전적 영향에 대해 조사하기 위해 17세~30세 개인 의료 기록 65만 건을 수록한 스웨덴 조사 데이터를 분석했다.

분석에서는 먼저 개인 약물 남용이나 정신 장애 위험이 매핑됐고 이를 통해 중독이나 기분 장애가 유전적 특징에 근거할 가능성을 보여주는 가족 유전적 위험 점수가 산출됐다. 연구팀은 더 나아가 데이터를 지역이나 출신 학교 정보와 대조하여 유전적 위험 점수와 학교 동급생이나 지역 사회 구성원이 유사한 결과를 경험하는 경향 사이의 관계를 탐구했다.

그 결과 다양한 건강 문제에 대한 유전적 위험이 높은 사람과 어울렸던 사람은 자신의 유전자에 유사한 위험이 없었더라도 같은 문제를 발병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게 밝혀졌다. 연구팀은 정신 질환이나 약물 사용 장애에 대한 또래 유전적 소인은 개인이 성인기 초기에 같은 질병을 발병할 위험과 관련이 있었다며 이 데이터는 사회적 유전적 영향이 광범위하다는 걸 예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소시오게노믹스(사회 유전체학)라고 불리는 이 새로운 연구 분야에서는 어떤 사람 유전자형이 다른 사람의 어떤 경향으로 표면화되는지가 연구되고 있으며 이번 연구와 같은 형태로 영향을 미친다는 증거도 몇 가지 나오고 있지만 왜 그렇게 되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연구팀은 이번에 약물 사용 장애, 알코올 사용 장애, 중증 우울증, 불안 장애 등 문제에 초점을 맞췄다. 이런 건강 문제가 과거 동료로부터 받은 영향일 가능성은 다양하지만 그 중에서도 물질 사용 장애에 대한 영향은 현저했으며 같은 고등학교에 다닌 친구 그룹 사이에서는 위험이 59%까지 증가했다고 한다.

영향은 학교에만 국한되지 않고 같은 지역 주민 사이에서도 작지만 무시할 수 없는 영향이 관찰됐으며 그 정도는 16~19세 시기 가장 두드러졌다. 다만 성인이 되어서 건강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됐다.

흥미롭게도 친구의 유전자 영향은 친구가 특정 건강 문제를 갖고 있지 않더라도 존재했다. 예를 들어 유전적으로 알코올 문제를 발생시킬 위험이 높은 동급생과 같은 학교에 다녔던 사람은 그 동급생이 알코올 문제를 가지고 있지 않았더라도 이후 인생에서 알코올 문제로 고민할 가능성이 높았다고 한다.

이에 대해 연구팀은 이번 분석에서는 동료가 영향을 받고 있는지를 통계적으로 통제한 뒤에도 동료의 유전적 소인이 대상자 장애 위험과 관련이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고 설명했다.

학교 친구 행동에 영향을 받는 것 자체는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유전적인 관련성에 착안한 이번 연구에서는 더 깊은 생물학적 수준에서의 메커니즘이 작용하고 있음이 시사되고 있다. 연구팀은 앞으로 이 지견을 정신 질환 등 건강 문제 진단이나 치료 개선에 활용하기 위해 추가 조사에 착수할 예정이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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