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상 모든 생물은 세포 내에 유전자를 보호하는 핵을 갖지 않는 단순한 세균, 핵을 가진 복잡한 진핵생물, 핵은 없지만 복잡한 고세균 3가지로 나뉜다. 인류를 포함한 진핵생물이 바이러스와 싸우기 위해 가지고 있는 면역 메커니즘은 로키의 성이라 불리는 심해 열수 분출구에서 발견된 아스가르드 고세균에서 유래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과학자는 2015년 세균과 진핵생물 사이 간극을 메우는 새로 발견된 고세균군을 처음으로 논문에 기록했다. 북극권 해저에 있는 열수 분출구 로키의 성에서 채취됐기 때문에 북유럽 신화 속 신이 사는 세계에서 이름을 따 아스가르드 고세균이라 명명된 이 고세균은 복잡한 생명 진화에 관한 인류의 이해를 일변시켰다고 평가된다.
또 이후 연구에서는 20억 년 전 지구에 서식했던 아스가르드 고세균이 진핵생물 조상임이 시사됐다.
복잡한 생명이 진화한 경로에 대해 더 깊이 알기 위해 미국 텍사스 대학 오스틴 캠퍼스 연구팀은 바이러스에 대항하기 위한 단백질과 관련된 유전자에 주목한 연구를 수행했다.
게놈 수천 개를 분석하고 바이러스 수만 개 방어 시스템을 특정한 연구팀은 모든 도메인에 속하는 생물 사이에서 널리 발견되는 아르고노트와 바이페린이라는 두 종류 단백질을 코딩하는 유전자에 초점을 맞추기로 했다.
아르고노트는 애기장대라는 식물에서 발견된 변이체 형상이 아르고노트(Argonauta argo)라는 문어와 닮았다는 점에서 명명된 단백질로 바이러스 유전자를 잘게 잘라 그 증식을 막는 작용이 있다.
한편 바이페린은 인간에서 처음 보고된 선천적 면역 시스템의 단백질로 C형 간염 바이러스나 인간 면역결핍 바이러스(HIV) 등 다양한 바이러스를 물리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대로 아르고노트와 바이페린은 분석 대상이 된 생물군 곳곳에서 발견됐지만 세균과 다른 두 도메인 사이보다 고세균과 진핵생물 사이 유전적 유사성이 훨씬 높았다고 한다.
그 중에서도 단백질 기능에 중요한 부분인 촉매 부위는 진핵생물이 아스가르드 고세균에서 분기했다고 여겨지는 20억 년 전부터 거의 변화가 없다고 연구팀은 지적하고 있다.
연구팀에 따르면 촉매 부위가 오랜 세월 동안 거의 변하지 않았다는 것은 이 시스템이 얼마나 잘 작동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고 한다. 연구팀은 논문에서 이번 연구 결과는 아스가르드 고세균이 진핵생물의 항바이러스 방어 시스템 기원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걸 뒷받침한다고 기록했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