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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해에서 암흑 산소 생성되고 있다”

동식물이 살아가는 데 필수불가결한 산소는 식물이나 식물성 플랑크톤의 광합성에 의해 만들어진다고 여겨져 왔다. 하지만 빛이 도달하지 않아 광합성이 불가능할 것으로 여겨졌던 심해에서 만들어지는 암흑 산소(dark oxygen) 존재가 밝혀져 생물 이외에도 산소를 만들어내는 가능성이 시사됐다.

스코틀랜드 해양과학협회(SAMS) 연구팀은 하와이와 캘리포니아 반도 사이에 위치한 클라리온-클리퍼턴 해역 해저를 조사하던 중 수심 4000m가 넘는 심해에서 산소가 생성되고 있음을 시사하는 데이터를 검출했다. 하지만 빛이 도달하지 않는 심해에서는 산소가 소비되기만 하고 새로 생성되지 않는다는 일반적인 인식이 있었기 때문에 연구팀은 처음에는 기기 고장이라고 생각했다. 연구팀은 처음 이 데이터를 얻었을 때 센서가 고장 났다고 생각했다며 왜냐하면 지금까지 심해에서 수행된 조사에서는 산소가 생성되지 않고 소비되는 것만 확인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센서를 다시 보정해도 10년 이상 이상한 산소 측정값이 계속 표시되자 연구팀은 다른 센서를 사용했지만 역시 같은 결과였다. 연구팀은 획기적이고 전례 없는 데이터를 얻었다고 확신하게 됐다. 이렇게 해서 심해에서 만들어지는 암흑 산소에 대한 본격적인 연구가 시작됐다.

2023년 여름 연구팀은 이전 연구에서 산화철 등이 해수와 결합하면 전기를 발생시킨다는 걸 발견했으며 심해 금속을 포함한 광물이 전기를 만들어내고 해수 전기분해에 의해 산소가 생성되는 게 아닐까 가설을 세웠다.

이 가설을 검증하기 위해 연구팀은 해저에서 수집한 수 파운드 다금속 단괴(망간 단괴)를 연구실로 보냈다. 다금속 단괴는 심해에 존재하는 구형 덩어리로 코어 주위에 수산화철과 수산화망간 등이 층상으로 응결된 것. 이에는 코발트, 니켈, 구리, 리튬, 망간 등 금속이 포함되어 있으며 여러 기업이 이런 원소를 다금속 단괴에서 추출하는 걸 목표로 하고 있다고 한다.

연구팀은 실험을 통해 단일 다금속 단괴가 표면에 최대 0.95V 전압을 만들어낸다는 걸 확인했다. 전기분해로 해수에서 산소를 만들어내려면 1.5V 전압이 필요하지만 이는 다금속 단괴 여러 개가 직렬 전지처럼 클러스터화되면 쉽게 도달할 수 있는 수치다.

연구팀은 자연 속 지오배터리를 발견한 것 같다며 이 지오배터리는 해양에서의 암흑 산소 생성을 설명하는 기초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금속 단괴에 의한 암흑 산소 생성 규모 등 아직 조사해야 할 게 산적해 있지만 연구팀은 광물 자원을 추출하기 위해 해저에서 다금속 단괴를 채취하는 게 결과적으로 산소가 부족한 해양 데드존을 만들어내고 있는 건 아닐까 생각하고 있다.

연구팀은 1980년대에 다금속 단괴가 채굴된 장소를 해양 과학자가 2016년과 2017년 방문했을 때 채굴된 지역에서는 박테리아조차 회복되지 않았다며 반면 채굴되지 않은 지역에서는 해양 생물이 번성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왜 이런 데드존이 수십 년이나 지속되는지는 알 수 없지만 다금속 단괴가 풍부한 해저 동물상 다양성은 열대우림보다도 높기 때문에 이번 연구 결과는 해저 자원 채굴 전략에 큰 주의를 준다고 밝혔다.

또 이번 연구 결과가 지구상 생명 기원에 대해 새로운 의문을 제기한다고 주장한다. 호기성 생물이 지구상에 탄생하기 위해서는 산소가 필요하며 지구상 산소 공급은 광합성을 하는 생물로부터 시작됐다고 이해되어 왔다. 하지만 이젠 빛이 없는 심해에서도 산소가 생성된다는 걸 알게 됐으며 따라서 호기성 생물은 어디서 탄생했는가라는 의문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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