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는 2019년 오픈AI에 10억 달러를 투자했다. 2020년 9월에는 오픈AI 대규모 언어 모델(LLM)인 GPT-3 독점 라이선스를 마이크로소프트가 확보했다. 더 나아가 2023년 1월에는 마이크로소프트가 오픈AI에 수십억 달러 규모 출자를 하며 장기적인 파트너십을 맺었다. 점점 더 관계가 깊어지는 마이크로소프트와 오픈AI지만 그 시작이 된 2019년 10억 달러 투자는 구글이 AI 분야에서 마이크로소프트를 수 년 앞서가고 있다는 걸 우려해서 이뤄진 것이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미국 사법부 구글 반독점 소송 자료에 따르면 마이크로소프트는 2019년 6월 내부에서 오간 이메일을 공개했다. 이 이메일은 오픈AI에 대한 생각이라는 제목으로 마이크로소프트 케빈 스콧 CTO, 사티아 나델라 CEO, 공동 창업자 중 1명인 빌 게이츠가 당시 AI 분야에 대해 논의한 내용이다.
스콧 CTO는 2019년 6월 12일 나델라 CEO와 게이츠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기계학습 규모라는 점에서 자사는 경쟁사인 구글보다 수년 뒤처져 있다고 언급했다. 스콧 CTO는 또 마이크로소프트 엔지니어가 구글 언어 모델인 BERT를 복제해 학습시키는 데 6개월이 걸렸다는 걸 자세히 설명했다. 이에 따르면 마이크로소프트가 이렇게 뒤처진 이유는 인프라가 그 과제를 감당할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또 스콧 CTO는 오픈AI와 구글 딥마인드가 누가 가장 인상적인 게임 플레이 AI를 구축할 수 있을까를 겨루던 시기에 마이크로소프트는 AI 분야 참여를 가볍게 여겼다고 밝혔다. 당시 AI 연구는 2018년경 AI에게 게임을 플레이하게 하는 데 주력했는데 당시 마이크로소프트는 AI 연구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그 뒤로 자연어 처리에 AI를 활용하는 쪽으로 방향이 전환되면서 AI 분야에 대한 마이크로소프트 측 관심도 높아졌다. 스콧 CTO는 AI 모델 학습에 있어 구글과 자사 사이에 큰 격차가 있다는 걸 깨닫고 상당히 우려됐다고 솔직한 답변을 보냈다.
스콧 CTO는 구글 초기 AI 모델 중 일부는 빙(Bing)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도 밝혔다. 또한 이 AI 연구 성과로 구글 이메일 서비스인 G메일 자동완성 기능이 무섭도록 좋아졌다고 칭찬했다.
이에 나델라 CEO는 마이크로소프트 에이미 후드 CFO에게 자신이 이걸 하고 싶은 이유라는 제목으로 스콧 CTO 메일을 전달했는데 이로써 AI 분야 투자에 대한 스콧의 호소에 동의했음을 알 수 있다. 후드 CFO는 마이크로소프트 최고 경영진 주요 멤버로 회사 재무 목표를 감독하고 지출을 정기적으로 억제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게이츠는 2020년 직원과의 불륜 의혹으로 마이크로소프트 이사직을 사임했지만 이후에도 마이크로소프트와 오픈AI 협력 관계에서 지속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는 사실이 보도를 통해 밝혀졌다. 이번에 공개된 2019년 6월 당시 이메일에선 누가 먼저 논의를 시작했는지 알 수 없다. 하지만 보도에선 게이츠가 2016년부터 오픈AI와 정기적으로 만나 거래를 주선했다고 보도했다.
이후 마이크로소프트와 오픈AI간 협력 관계는 이미 알려진 대로 이어졌고 오픈AI AI는 마이크로소프트 오피스 앱, 빙, 엣지, 윈도 등 다양한 제품에 통합되기에 이르렀다. 이를 통해 2019년 당시 우려됐던 것처럼 AI 분야에서 뒤처지는 상황을 일거에 만회하고 AI 분야에서 업계 리더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한편 오픈AI는 마이크로소프트와 협력해 스타게이트(Stargate)라는 AI 슈퍼컴퓨터를 포함한 1,000억 달러 규모 데이터센터 프로젝트를 추진 중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양사간 협력 관계는 앞으로 더 깊어질 전망이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