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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자물질로 취급? 지구 기상 패턴을 설명할 새로운 시각

지구 내 기류나 해류에 관해선 현대 과학으로도 원리가 밝혀지지 않은 현상이 있다. 이 가운데 하나가 켈빈파(Kelvin wave)라고 불리는 적도 부근에선 기류나 해류가 반드시 동쪽으로 이동한다는 현상이다. 브라운대학 연구팀이 지구를 위상부도체(topological insulator)로 취급하면 켈빈파를 설명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제시했다.

1966년 기상학 연구자는 계산 결과 적도 직하 해수는 동쪽으로 흐르며 이 해류 길이는 수천km에 이른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연구를 뒷받침하듯 1968년 미국해양대기청 연구팀이 적도 켈빈파라고 불리는 적도 부근 해류를 관측했다.

한편 여러 과학자가 적도 켈빈파에 대해 연구를 했지만 현대에 이르러서도 이 원리는 밝혀지지 않았다. 이유는 지구물리학자가 거의 다루지 않는 양자 영역에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보통 지구물리학자가 양자를 다루지 않듯 많은 양자물리학자도 지구물리학적 유체에 대한 수수께끼를 다루지 않았다. 하지만 연구팀은 물성물리학을 전공하면서도 기후물리학, 지구 해양과 대기 중 유체 움직임에도 관심을 가져왔다.

연구팀은 지구물리학적 파동과 자기장 속을 움직이는 전자 사이에 어떤 관계가 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이에 적도 켈빈파를 연구해보면 어떨까 생각하게 된 것.

분석 결과 연구팀은 적도를 따라 이동하는 파동 분산 관계와 위상부도체 내 전자 분산 관계가 유사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연구팀은 물성물리학자라면 곧바로 알아차릴 만한 것이라고 밝혔다.

반도체 적층 구조에 강한 자기장을 걸면 반도체 가장자리에 에너지 손실 없이 에지전류가 흐르는 양자홀 효과(quantum Hall effect)가 발생한다. 또 극저온 상태 물질에 강력한 자기장을 걸면 양자상태가 마치 뫼비우스의 띠처럼 꼬이게 된다. 이렇게 내부는 절연체이지만 표면은 금속 같은 상태를 보이는 꼬임 구조를 위상부도체라고 부른다.

2017년 연구팀은 회전체에 작용하는 관성력인 코리올리 효과(force de Coriolis)가 지구 유체를 움직인다는 관측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지구를 위상부도체로 보면 적도 켈빈파는 양자물질 가장자리를 따라 흐르는 에지전류와 같은 것으로 볼 수 있다. 적도 켈빈파는 북반구와 남반구라는 두 절연체 사이에 위치하게 되고 지구 자전에 따라 북반구는 시계 방향, 남반구는 반시계 방향으로 회전하므로 그 사이 적도 켈빈파는 동쪽으로 이동하게 된다.

연구팀은 적도 켈빈파가 난기류 등 불규칙한 기상 상황에도 세기를 잃지 않고 계속 흐르는 이유를 위상부도체 성질로 설명할 수 있을 것이라며 위상부도체 에지전류가 불순물을 무시하고 흐르듯 적도 켈빈파도 계속 움직인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2021년 대기권 상공 10km에서 적도 켈빈파와 비슷한 푸앵카레파(Poincaré-gravity wave)를 발견해 지구 유체의 움직임 위상부도체 내 전자와 유사하다는 걸 확인했다. 이 발견으로 지구를 위상부도체로 취급하는 새 연구 분야가 열렸다. 영국 배스대학과 캠브리지대 등이 이번 발견을 기반으로 추가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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