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러스나 세균 등 병원체는 일상적으로 다양한 형태로 인체에 침입을 반복하고 있지만 인체에는 면역이라는 방어 시스템이 갖춰져 있기 때문에 병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한 번에 대량 병원체가 체내에 침입해 버리면 방위가 따라잡지 못하고 발병에 이르게 된다. 이런 질병 발병 과정을 바탕으로 어떻게 하면 병이 되기 어려워질까.
병원체가 인체를 병 상태로 만들려면 피부와 점액, 섬모, 위산 등 장벽을 극복해 체내애 침입해야 한다. 일부 박테리아와 기생충은 신체 어느 곳에서나 증식 과정을 시작할 수 있지만 다른 박테리아와 바이러스는 세포 내로 침입하지 않으면 증식 과정을 시작할 수 없다. 더구나 인체에 있는 동안 항상 면역 체계로부터의 공격을 계속 받게 된다. 이런 관문을 돌파하고 병원체가 증식을 시작하면 병이 되어 버린다는 것이다.
인체에는 일상적으로 병원체가 침입하고 있지만 보통 침입하는 병원체 수가 너무 적기 때문에 면역을 돌파할 수 없다. 병원체 수가 증가하면 증가할수록 면역이 돌파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병이 될 확률이 올라간다. 병이 발병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병원체가 체내에 침입할 필요가 있는지는 병원체에 따라 다르고 최소 발병균량, 최소 발병 바이러스량이라는 수치로 나타내진다.
보통 병원균 수가 꽤 많아지지 않으면 병이 되지 않지만 노로 바이러스 등 병원균 중에는 상당히 적은 병원균량으로 병이 되어 버리는 것도 존재하고 있다. 노로 바이러스 최소 발병 바이러스량은 바이러스 18개가 되는 것 외에 몸 밖에서도 며칠간 이상 생존할 수 있기 때문에 감염자가 한 번 바이러스를 훼손해 버리면 며칠에 걸쳐 그 장소에 만진 사람 전원에게 감염이 퍼져 버릴 위험이 있다.
병원체에 따라 최소 발병균량이 다른 이유는 아직 분명하게 밝혀지지 않았지만 2023년 9월 시점 주류인 건 세포를 직접 공격하는 병원체는 최소 발병균량이 작다는 생각이다. 세포에 해를 끼치는 단백질을 분비하는 등 세포에 대한 공격 수단이 간접적으로 될수록 공격이 시간과 공간에 의해 희석되기 때문에 발병까지 더 많은 박테리아가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최소 발병균량을 파악하는 연구에선 인체에 병원체를 투여하면 질병이 크게 악화되거나 장기 합병증을 일으킬 위험이 있는 등 윤리적으로 어려움 때문에 대신 기니피그, 쥐, 펠렛 등이 사용된다. 그 밖에 직접 병원균을 투여하는 게 아니라 발병자와 일상적으로 접촉하는 사람이 어느 기간에 병이 되는지를 관찰하는 방법도 존재하고 있다.
또 실제로 질병이 발병하기 위해선 감염 경로도 중요하다. 혈액에 직접 침입하면 인체 많은 방어 기구를 우회할 수 있기 때문에 입이나 폐로부터 침입하는 것보다 훨씬 적은 균량으로 발병한다고 한다. HIV 감염 위험을 비교하면 수혈과 주사는 성행위보다 훨씬 위험하다.
최소 발병 바이러스량과는 별도로 바이러스량이라는 개념도 존재한다. 최소 발병 바이러스량이 감염을 일으키는데 필요한 바이러스량을 나타내는 반면 바이러스량은 체내 등 일정 구획에 얼마나 바이러스가 존재하고 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로 HIV, AIDS 등을 치료 관리할 때 사용된다.
코로나19가 등장하고 4년간 다양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으며 이런 연구 결과에서 최소 발병 바이러스량이 100∼400PFU로 작다는 게 새로운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되기 쉬운 이유 중 하나라는 걸 시사한다. 한편 코로나19에 감염된 환자 바이러스량은 높아지기 쉽고 발병 8일간은 분당 최대 800개 바이러스 RNA를 토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바이러스 RNA에선 얼마나 많은 바이러스가 생존 상태였는지 알 수는 없지만 만일 바이러스 RNA 절반이 살아있는 신형 코로나 바이러스라면 단 1분 농후 접촉으로 감염이 퍼져 버린다고 한다. 이전에 감염된 병원체가 침입해 왔을 경우 이전 감염시 생성된 항체가 병원체와 연결되어 세포에 대한 부착을 방해하거나 백혈구 1종인 호중구가 공격하기 쉽도록 마크를 붙이거나 한다. 또 세포에 침입된 이후에도 메모리 T세포에 의한 공격이 이뤄지게 된다. 이처럼 같은 병원체가 여러 번 침입해왔을 때에는 다양한 추가 방어 기구가 작용하기 때문에 최소 발증균량이 증가해 발병이 어려워진다. 실제로 감염되는 경우 외에 백신을 접종하는 것으로 감염된 것과 같은 효과를 얻을 수 있어 몸을 더 발병하기 어려운 상태로 만드는 게 가능하다.
감염증을 회피하려면 병원체 농도와 접촉 시간을 줄여가는 게 중요하다. 마스크를 하고 환기를 하거나 사회적 거리를 확보해 병원체 농도를 낮출 수 있는 것 외에 백신을 접종해 최소 발병 바이러스량을 높여 감염되기 어려운 상태로 하는 것으로 발생 위험을 억제할 수 있다. 덧붙여 코로나19 연구에선 백신 접종자는 배출하는 바이러스량이 감소하는 경향이 보이기 때문에 주위 사람에게 감염을 넓히기 않기 위해서라도 백신 접종이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