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추 등을 먹었을 때 느끼는 매운맛은 미각으로 느낄 수 있는 신맛, 쓴맛, 단맛, 짠맛과는 달리 실제로는 통증과 같다. 그런데 도대체 왜 사람들은 고통과 같은 매운맛을 사랑할까.
혀에는 미각을 지각하는 수용체 뿐 아니라 온도 등을 지각하는 수용체도 존재하고 있으며 고추 등 매운 음식을 사용한 요리를 먹으면 미각 수용체가 아니라 온도 수용체가 반응해 맵다고 느낀다는 것. 고추 등에 함유된 매운 반응을 일으키는 화학물질은 캡사이신이라고 불리며 식물이 포식자에게 먹히는 걸 막기 위한 2차 대사 산물로 발달한 것으로 생각되고 있다.
캡사이신이 결합하는 TRPV1이라고 불리는 수용체는 체온 검출을 담당하고 있으며 보통 세씨 40도가 넘는 고온에 반응한다. 하지만 캡사이신을 포함한 매운 요리를 먹으면 캡사이신 분자가 TRPV1에 결합해 활성이 저하되고 원래라면 반응하지 않는 세씨 33도 정도 온도에서도 반응하게 된다. 입안 온도는 세씨 35도가 넘기 때문에 캡사이신을 먹으면 입안이 불타도록 뜨겁게 느낀다는 것이다.
TRPV1에 반응하는 건 캡사이신 뿐 아니라 후추 등에 포함되는 피페린이나 산성도 높은 식초 등도 반응한다. 한편 마늘에 포함된 알리신이나 와사비 등에 포함되는 화학물질은 TRPV1이라는 다른 온도 수용체에 결합한다는 것.
펜실베이니아주립대 교수는 인간은 이런 불타는 듯한 감각을 실제로 즐기는 유일한 동물이라며 인간 이외 대부분 동물은 매운 음식을 좋아하거나 먹고 싶지 않아한다고 지적한다.
그러면 어떤 사람이 매운 요리를 선호할까. 2016년 연구에선 매운 음식을 선호하는 사람은 위험한 행동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는 걸 발견했다. 예를 들어 롤러코스터를 타거나 바람이 강한 길로 굳이 차 속도를 내는 것 등을 좋아하는 사람은 매운 음식도 좋아할 가능성이 높았다고 한다. 이들은 고통과 위험으로부터 어떤 흥분, 보상을 얻고 있기 때문에 매운 음식에 의한 통증에 흥분할 수 있다고 보인다. 위험과 통증 같은 위험이 뇌에서 어떻게 보상과 연결되어 있는지는 불분명하지만 한 연구자는 매운 음식이 주는 매력에 대해 제한된 위험과 양성 마조히즘이라는 단어로 표현한다. 아무리 매운 음식을 먹어도 죽는 일은 거의 없기 때문에 생명에 지장을 초래하지 않고 위험을 체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매운 음식을 얼마나 먹는지는 그 사람이 속한 사회 집단과 문화에 영향을 줄 수 있다. 펜실베이니아주 거주자를 대상으로 한 2015년 조사에선 여성보다 남성이 외부 영향과 사회적 동기에 의해 매운 요리를 먹는 경향이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 밖에도 더운 지역에선 땀을 많이 흘려 몸이 냉각될 수 있어 땀을 유발하는 매운 음식을 선호하게 됐다거나 캡사이신에 대해 둔감해지는 일부 유전자 변이가 있다면 매운 걸 선호한다는 설도 있다. 한 전문가는 매운 음식에 대한 취향에 아마도 이런 모든 요인이 결합되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