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레시피

“러시아, 얼굴인식기술로 반체제파 단속중”

2022년 시작된 러시아에 의한 우크라이나 침공에선 우크라이나가 얼굴 인식 기술을 이용해 전사한 러시아 병사 신원을 확인하는 등 생체인증 기술이 전장 내외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편 러시아는 얼굴 인증 기술과 감시 카메라를 이용한 감시 네트워크에 의해 반체제파를 단속하고 있다고 한다.

러시아 모스크바시는 2017년 세계 최대 규모 얼굴 인증 영상 감시 네트워크를 설립해 시내 전역에 카메라 16만대 배치를 발표했다. 그 중 3,000대에는 얼굴 인증 시스템이 도입되어 있으며 모스크바 당국은 이를 법 집행에 도움이 된다고 밝히고 있다. 이후 러시아에선 정부가 얼굴 인증을 이용해 시민을 감시하고 있다는 게 잘 알려진 사실이 됐다.

또 2023년 3월 28일 러시아에서 입견된 2,000건 이상 사건 재판 자료를 분석한 결과 이들 카메라가 정부에 시위자 수백 명 체포에 활용된 걸 알 수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체포자 대부분은 2021년 항의 시위에 참가했다가 구속된 이들로 2022년 2월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에는 얼굴 인증 기술로 활동가를 추적해 반대 운동이 이뤄지지 않게 사전에 구속하는 전략이 취해졌다고 한다.

모스크바 중심부에 위치한 푸쉬킨 광장 분수에 우크라이나에 평화를, 러시아에 자유를, 전쟁 반대 등 포스터를 내걸었다가 경찰에 체포된 안드레이 체르니쇼프 역시 얼굴 인증 기술로 자유를 빼앗긴 러시아인 중 하나다. 구속 일주일 뒤 그는 이번에는 반전 데모를 위해 가던 지하철에서 경찰관에 구속되어 역 구내에서 경찰서로 연행됐다. 경찰관에게 지하철 얼굴 인식 시스템에 걸렸다고 밝힌 그는 귀가 후 다시 다른 기관에 구속되어 러시아 과격파 대책 센서 직원 자칭 남성으로부터 아이가 있으니 앞으로는 반전 데모 참가를 삼가라는 말을 들었다. 5세 아이가 있던 그는 이 말을 협박으로 받아들였다고 한다.

이런 감시 체제 구축에는 서방 기술도 사용되고 있다. 모스크바 얼굴 인증 시스템에는 벨라루스나 러시아 기업이 개발한 알고리즘이 사용되지만 알고리즘 학습에 사용된 칩은 엔비디아나 인텔이 제조한 것이라고 한다. 그 중에서도 엔비디아 GPU는 얼굴 인증 시스템 학습용 칩으로 자주 사용되고 있으며 러시아 기업과 함께 감시 시스템 개발에 종사한 한 비전랩스 임원은 어떤 형태로든 AI 애플리케이션을 사용하는 세상 기업 대부분이 엔비디아 GPU를 이용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엔비디아는 2022년 3월 러시아에서 모든 제품 판매를 중단했다. 하지만 4월 1일부터 10월 31일까지 제3자에 의해 엔비디아 제품 129건이 러시아에 수출됐으며 그 중 57건은 GPU였다. 엔비디아 측 관계자는 자사는 모든 적용법을 준수하고 고객에게도 이를 요구하고 있다면서 만일 엔비디아 고객이 미국 수출법을 위반해 자사 제품을 러시아에 수출했다고 판단되면 자사는 고객과의 거래를 끊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엔비디아는 다른 성명에선 2022년 3월 러시아에 제품 판매를 중단했지만 모든 자사 제품 행방을 감시할 수는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GPU와 함께 얼굴 인증 기술에 빼놓을 수 없는 게 고도의 태스크 처리를 담당하는 CPU다. 2022년 1월까지 인텔 사이트에 게재돈 문서에 따르면 벨라루스 기업 시네시스(Synesis)가 개발한 법 집행용 플랫폼 성능 향상에 인텔 CPU가 사용되고 있었다고 한다.

시네시스는 2020년 제품이 민주화 운동 추적과 억압에 사용된다며 EU와 영국으로부터 제재를 받고 있는 기업이다. 또 우크라이나 침공 발발 이후 러시아와 벨라루스 당국에 의한 시위자 박해에 관여했다며 미국도 제재를 부과하고 있다.

인텔 측은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와 벨라루스 고객에 대한 모든 출하를 중단했다고 밝혔다. 다만 보도에 따르면 2022년 4월 1일부터 10월 1일 사이 적어도 4억 5,700만 달러 상당 인텔 제품이 러시아에 반입되고 있다는 것에 대해선 인텔은 해당 문제에 대한 조사를 실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추천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