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레시피

디지털 정보 삭제 서비스의 비윤리적 방식

“당신의 과거를 지워드립니다.” 엘리미나리아(Eliminalia)는 인터넷에 남아 있는 디지털 문신 삭제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이다. 이 기업은 기사와 블로그, 소셜미디어 투고, 잘못된 신원 정보 등 모든 정보를 인터넷 전체에서 철저하게 검색해 발견한 정보 중 부정적 정보를 고객 대신 삭제하도록 제공사에게 요구하는 서비스를 하고 있다.

하지만 보도에 따르면 엘리미나리아는 지난 몇 년간 비윤리적이거나 기만적인 방식으로 인터넷에서 고객에게 불리한 콘텐츠를 삭제해왔다. 구체적으론 특정 정보를 삭제하기 위해 미디어 조직 같은 제3자를 도용해 구글 같은 검색엔진에 가짜 저작권 침해 신고를 실시하거나 무관한 기사를 대량으로 게시하고 이를 통해 고객에게 불리한 정보가 쓰인 기사를 묻히게 하는 전략이 취해지고 있다.

엘리미나리아 서비스 실태는 이 회사 사내 문서 5만 개를 프랑스 비영리단체인 포비든스토리즈(Forbidden Stories)가 독자 입수해 이를 보도하면서 밝혀진 것. 엘리미나리아 고객 대부분은 과거 부끄러운 사건이나 외상적인 사건을 인터넷상에서 지우기 위해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지만 마약밀매업자나 사기꾼, 경범죄자, 성범죄자 등 범죄자가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던 것도 확인할 수 있었다고 한다. 덧붙여 엘리미나리아 웹사이트에는 주로 EU의 잊혀질 권리를 구사해 서비스를 전개하고 있다고 기록되어 있다.

2013년 당시 30세인 디에고 산체스(Diego “Didac” Sanchez)가 설립한 엘리미나리아로 지금까지 50개국에 걸쳐 고객을 보유하고 있다. 유출된 사내 문서에 따르면 2015년부터 2021년까지 7년간 1,500개 이상 개인이나 단체가 이 회사에 인터넷상 특정 정보를 삭제하도록 의뢰한 것으로 판명됐다. 유출된 사내 문서에는 고객과의 이메일, 계약서, 고객 개인 정보, 가짜 법적 문서, 삭제 요청된 정보 사본 등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거래 세부 사항 등이 밝혀졌다.

엘리미나리아 서비스를 이용한 고객에게는 돈세탁 규정을 위반한 것으로 소송을 당한 스위스 은행, 수십 건 범죄로 유죄 판결을 받은 인물 고용으로 기소된 터키 생명공학업계 거물 등이 포함되어 있었다고 한다. 엘리미나리아가 서비스 요금으로 청구한 금액은 기본적으로 수천 달러 정도지만 일부는 10만 유로에 이르는 거래가 이뤄진 경우도 있다. 엘리미나리아 서비스를 이용한 에르난 가브리엘 웨스트맨은 2017년 아르헨티나 당국으로부터 마약 카르텔을 위해 돈세탁을 실시했다고 기소된 인물이다. 그에 대한 소송은 증거 불충분으로 철회될 수 있었지만 아르헨티나 국외에서 그에 대한 보도 내용이 부정확하다며 삭제를 도모했다고 한다. 또 그에 대해 인터넷에서 조사하면 돈세탁 등 정보보다 다른 기사가 표시되도록 했다.

스웨덴 비영리단체인 큐리움(Qurium)은 엘리미나리아 같은 디지털 문신 삭제 서비스를 전개하는 기업이 고객에게 불리한 정보를 채우는데 사용하는 스팸 기사를 호스팅하기 위해 운영하는 600개 웹사이트를 식별하며 많은 경우 스팸 기사에 사용되는 건 개, 자동차, 스포츠를 소재로 한 기사라고 한다. 스팸 기사 내용은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진짜 뉴스 기사 등 내용을 활용하고 있다. 이런 스팸 사이트는 대량 콘텐츠를 만들고 신중하게 제목을 만들어 검색 엔진 알고리즘을 속여 검색 결과 상위에 스팸 기사가 표시되도록 작동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를 통해 디지털 문신 삭제 서비스는 고객에게 불리한 내용 기사가 검색 결과 뒤쪽에 표시되도록 조작할 수 있다.

엘리미나리아는 또 지적 재산 보호를 목적으로 한 미국 법률인 DMCA를 악용하는 것도 밝혀졌다. DMCA는 검색엔진에 기업과 개인이 도난당한 콘텐츠를 삭제할 수 있는 수단을 제공하도록 한다고 의무를 부여한다. 따라서 구글은 저작권 침해 신고를 하는 사용자에게 위증죄 벌칙을 이해하고 있는지 확인하라는 메시지를 표시하고 이 확인란을 선택하면 저작권 침해 신고를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저작권 침해 신청에는 증거를 제출할 필요가 없다는 문제점이 있다.

엘리미나리아는 이를 악용하고 구글을 포함한 검색엔진에 대해 기만적인 저작권 침해 신고를 하고 있다고 한다. 구체적으로 엘리미나리아는 정당한 미디어 기업 저작권 침해 신고인 것처럼 보이는 경우가 있었다고 한다. 또 다른 사례로는 엘리미나리아는 불룸버그로 스푸핑하고 비즈니스타임스가 블룸버그 뉴스 기사를 도용했다며 스위스은행 돈세탁 기사를 삭제하도록 구글에 주장한다.

엘리미나리아의 수많은 부정한 삭제 신고에 대해 구글에 문의하자 구글은 자동 심사와 인력 심사를 결합해 부정한 삭제 신청에 적극 대처하고 있다며 책임을 유지하기 위해 삭제에 대한 광범위한 투명성을 제공하고 사이트 콘텐츠가 실수로 검색 결과에서 삭제됐다고 생각하면 재검토를 위해 이의 제기를 제출할 수 있다고 밝혔다. 2023년 초 엘리미나리아는 명칭을 아이데이터프로텍션(iData Protection)으로 바꿨지만 이번 유출로 전 세계 미디어가 엘리미나리아 보도를 내고 있어 이번 사건은 인터넷상에서 그리 쉽게 지울 수 없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추천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