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호라고 하면 보통 열대 얕은 바다에 밀집해 산호초를 형성한다는 이미지가 강하지만 더 깊은 곳에 서식하는 타입 산호도 존재한다. 이런 산호에는 형광색을 발하는 종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스라엘 연구팀이 도대체 어떻게 빛이 별로 닿지 않는 장소에서 서식하는 산호가 빛나는 것인지에 관련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산호는 언뜻 보면 식물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해파리 등 같은 자포동물(Cnidaria)에 속한다. 얕은 곳에 서식하는 종은 황록공생조류(zooxanthellae)라고 불리는 조류와 공생하며 황록공생조류가 광합성으로 만드는 영양소를 섭취한다. 하지만 광합성 에너지를 섭취하지 않는 종 산호는 더 깊은 해역에 서식해 수심 6,000m 심해에 사는 것도 있다.
이들 산호 중에는 빛을 발하는 종도 많다. 여기에는 생육에 필요한 황록공생조류를 유입하기 위해, 빛 손상이나 열 스트레스로부터 보호를 위해 등 빛을 발하는 이유에 대해선 몇 가지 설이 주장되고 있다. 하지만 빛이 적은 해역에 서식하는 산호에 있어 황록공생조류 광합성 에너지는 여기까지 주요 요인은 아니며 빛에 의한 데미지도 받기 어렵기 때문에 다른 이유가 있을 것으로 생각되고 있다.
이스라엘 텔아비브대학 등 공동 연구팀은 빛이 적은 수심에 서식하고 에너지원을 황록공생조류 광합성보다 포식에 의존하는 종 산호에 눈을 돌려 산호는 빛으로 먹이가 되는 플랑크톤이나 소형 동물을 유혹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가설을 세워 연구를 실시했다.
먼저 연구팀은 물고기나 새우에 가까이 산호 먹이도 되는 수생 갑각류 브라인시림프(Artemia salina)를 이용한 실험으로 이들 종이 형광색에 끌려가는지 여부를 조사했다. 그 결과 실험실에서 브라인시림프를 형광색으로 끌어당기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어 연구팀은 산호가 자생하는 수심 40m 환경에서도 재래종 어류(Anisomysis Marisrubri)를 이용해 같은 실험을 실시해 역시 형광색에 끌린다는 걸 확인했다. 한편 산호 먹이가 되지 않는 어류는 형광색에 끌리지 않고 오히려 오렌지색을 중심으로 형광색을 피하는 경향이 있었다고 한다.
이후 연구팀은 수심 45m 지점에서 채취한 산호(Euphyllia paradivisa)를 이용해 형광색이 얼마나 브라인시림프 포식률에 영향을 미치는지 조사했다. 그 결과 녹색 형광을 발하는 산호는 황색 형광 산호보다 포식률이 더 높은 것으로 판명됐다. 한편 산호 형광색이 아닌 적색 빛으로 실험을 하면 포식률에 차이가 없었다고 한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는 산호 형광이 먹이를 유인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걸 실험적으로 증명하는 것이라며 가설은 광트랩 가설로 불리며 바다 속 다른 형광 생물에도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또 산호가 먹이를 끌어당기는 능력은 광합성 이외 에너지원을 필요로 하는 수심에 서식하는 산호에게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물론 이 연구는 1종 산호만을 대상으로 한 것인 만큼 주의가 필요하다. 산호 먹이가 되는 플랑크톤이나 갑각류가 어떻게 색을 인식하고 있는지를 알 필요가 있으며 산호 씨앗과 서식지 등에 따라 다를 가능성이 있는 만큼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