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기술 혁신과 함께 마치 인간 같은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을 향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2021년에는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테슬라가 완전 자율형 휴머노이드 로봇 테슬라봇 콘셉트를 발표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너무 현실적이어서 찬반양론을 불러온 휴머노이드 로봇 아메카(Ameca)를 개발한 영국 기업 엔지니어드아츠(Engineered Arts)가 눈길을 끈다.
아메카는 기계 부분이 노출된 몸통과 팔, 회색으로 이뤄진 현실적인 얼굴을 가진 휴머노이드다. 움직이지 않는 상태라면 확실히 얼굴만큼은 현실적인 외형이다. 사람 손가락이 로봇 눈앞에서 움직이자 아메카는 마치 인간처럼 미묘하게 표정을 바꾸며 손가락을 시선으로 쫓기 시작한다. 항상 손가락만 계속 보는 게 아니라 때론 눈꺼풀을 감는 등 인간 같은 모습을 연출한다.
또 연구자가 손가락을 얼굴에 가까이 대면 아메카는 마치 닿는 걸 싫어하는 것처럼 몸을 당기고 손가락이 코에 닿으면 자신의 손으로 손가락을 억제하려 한다. 이런 모습을 보고 손을 들었을 때 로봇이 무서워졌다거나 충격적인 건 로봇이 인간과 사이에 경계를 세우려 한다는 것이라며 아이러니하게도 이는 인간적 욕망이라고 말한다.
윌 잭슨 엔지니어드아츠 CEO에게는 비난 이메일이나 다양한 문의가 오고 있다고 한다. 그는 섹스 로봇 같은 걸 만들려는 건 아니라면서도 모두가 휴머노이드 로봇을 보고 싶어하며 이들은 앞으로 일어날 모든 걸 상상하는 걸 좋아한다고 주장한다.
이 회사가 개발하는 휴머노이드는 엔터테인먼트와 교육 용도를 상정하고 있어 연구 목적 사용이나 박물관, 공항, 쇼핑몰에 배치해 손님을 응대하거나 원격 조종자가 응답할 수 있다. 또 가까운 미래에는 부드러운 답변을 할 수 있는 고급 챗봇을 휴머노이드에 탑재하는 것도 생각하고 있다고 한다.
중세 유럽에서도 기계 장치 인형이 만들어져 왔지만 로봇이라는 말은 1920년 극작가 카렐 차페크가 연극 로봇 중에서 처음 사용했다. 로봇에 대한 반응으로는 단순히 로봇을 기계적 성질만으로 평가하거나 로봇에 뭔가 정신성을 투영하기도 한다. 한 인류학자는 자신이 합리적 존재라고 생각하는 서양 사회인에게도 로봇에게 의식과 지성을 찾아내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한다.
잭슨 CEO에 따르면 엔지니어드아츠는 로봇에 정신성을 찾아내고 싶은 인간의 기분을 적극 이용하고 있다. 예를 들어 이 회사는 초기 음성 인식 챗봇을 인간처럼 보이도록 인간이 마지막으로 말한 문장에서 너와 나를 바꿔 반복하는 간단한 트릭을 사용했다. 잭슨 CEO는 당신이 로봇에게 사랑한다고 말하면 로봇은 이를 바꿔 대답할 뿐이지만 이 로봇이 자신을 이해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는 것. 물론 실제로는 단순히 단어 2개만 바꿨을 뿐이다.
이 회사가 0부터 모든 부품을 개발하는 건 아니지만 실리콘 재질 얼굴이나 휴머노이드 프로그래밍 등 휴머노이드를 구성하는 모든 부분에는 관여하고 있다. 물론 디즈니 같은 곳도 현실감 넘치는 휴머노이드를 개발하고 있지만 디즈니는 직접 개발한 휴머노이드를 판매하려고 하지는 않는다.
2005년 설립된 엔지니어드아츠는 지금까지 휴머노이드 6종을 제조해왔지만 최신 모델인 아메카는 확실히 가장 세련된 휴머노이드다. 가장 힘을 쏟는 건 인간다운 표정을 재현하는 시스템이다. 잭슨 CEO는 인간 얼굴은 거대한 대역폭 통신 툴 같다며 누구나 사람이 인식할 수 있는 물리적 인터페이스를 갖고 있다고 말한다. 인간은 원래 얼굴과 표정을 식별하는 능력이 뛰어나며 인간과 똑같은 얼굴을 가진 아메카에서도 인간 같은 표정을 읽을 수 있다. 표정 외에도 쇄골 움직임이나 시선 추적 기능을 탑재한 안구 등 복잡한 감정 표현을 가능하게 하기 위한 모든 수법을 도입하고 있다.
그 결과 사람이 아메카 앞을 지나거나 말을 걸면 아메카는 마치 인간처럼 움직임을 쫓거나 목소리에 따라 반응한다. 이는 인간관계 시작과 같고 인간도 아메카에 대해 다른 인간처럼 접하게 된다. 잭슨 CEO는 휴머노이드를 만드는 유일한 정당한 이유는 사람과 교류하고 친구가 되는 것이라면서 최고의 로봇 식기세척기는 정사각형이지 휴머노이드가 아니라고 말한다. 인간다운 외모를 재현하는 목적은 커뮤니케이션에 있다는 주장이다.
테슬라봇처럼 인간 같은 외형과 인간을 대체하는 편의성을 휴머노이드에게 요구하는 건 잘못됐다는 견해다. 인체 효율과 민첩성을 재현하기에는 엔지니어링상 과제가 너무 많아 유아 정도 신체적 스킬을 가진 로봇보다 체스 그랜드 마스터를 쓰러뜨릴 수 있는 AI를 구축하는 게 훨씬 간단한 모라벡의 역설(Moravec’s paradox)을 지적하고 있다.
엔지니어드아츠는 의식이나 정신이 없는 휴머노이드를 만드는 자세지만 잭슨 CEO는 일부에선 오해를 하고 아메카에게 정신성을 찾아낼 것으로 생각한다. AI에 대한 문화적 반응을 연구하는 한 학자는 사람들이 AI와 알고리즘에 신비성과 신을 발견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하며 AI를 초지성적이고 신의 영역에 들어가는 존재라고 생각하기 쉽다고 말한다.
잭슨 CEO는 다음으로 보행 가능한 버전 아메카를 개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휴머노이드 개발에서 인체에 대한 경외감과 경이를 실감하고 있다며 생물학적 시스템을 보고 이를 모방하려면 자신은 종교가가 아니지만 도대체 왜 이런 일이 생겼을까 생각하게 된다고 말한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