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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발 인터넷 차단이 늘어나고 있다

2022년 2월부터 우크라이나에 침공하고 있는 러시아에선 반체제적인 보도를 하는 미디어에 압력이 가해져 방송이나 전달이 중단되고 있는 것 외에 트위터,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SNS 액세스도 차단됐다. 이런 정부에 의한 인터넷 차단은 지금 시작된 게 아니라 러시아 이외 여러 국가에서 이뤄지고 있다.

강권적 정부에 있어 미디어 탄압은 고전적인 검열 방법이었지만 최근에는 인터넷 발전에 따라 단순히 미디어를 단속하는 것만으로는 반체제적인 목소리를 억제할 수 없게 됐다. 여기에서 ROW(Rest of World)가 지난 6개월간 전 세계 70명이 넘는 엔지니어와 전기 통신 전문가, 활동가, 저널리스트 등을 인터뷰하고 어떻게 정부에 의한 인터넷 통제가 진화해왔는지 조사했다.

전문가들은 현대 정부에 의한 인터넷 차단이 퍼진 계기로 2011년 이집트 무바라크 정권이 실시한 인터넷 차단을 꼽는다. 당시 아랍 국가에선 대규모 반정부 운동인 아랍의 봄이 일어났으며 이집트에서도 2011년 1월부터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발발했다. 같은 해 2월에는 무바라크 대통령이 사임을 발표하는 등 이후 이 운동은 이집트 혁명으로 불리게 됐다.

2011년 1월 25일에는 이집트 각지에서 대규모 반체제 시위가 진행되어 이슬람교 지지자나 민주화 단체, 페미니스트, 노동 조합원, 학생 등이 결집했다. 시위를 억누르려던 정분는 반체제파 통신 수단인 인터넷에 주목했고 1월 25일 저녁부터 트위터, 다음 26일에는 페이스북을 차단했다. 이 차단은 완전히 작동하지 않아 사람들은 여전히 온라인으로 정보를 공유했지만 1월 28일에는 마침내 인터넷 서비스 제공 업체와 이동 통신 사업자에게 서비스 중단이 지시됐다. 인터넷과 모바일 통신은 5일간 차단됐다.

인터넷 차단은 데모 참가자 커뮤니케이션 뿐 아니라 은행 거래와 지불에도 영향을 미쳤고 증권거래소 역시 폐쇄됐으며 이집트 기업은 해외 고객과 상호 작용을 할 수 없게 됐다. OECD 추계에 따르면 인터넷 차단은 이집트 경제에 하루 1,800만 달러 손실을 초래했다고 한다.

한편 이 인터넷 차단은 이집트 정부가 기대했던 만큼 완벽한 게 아니고 민간 기업 네트워크나 위성 통신을 통해 접속을 유지하던 곳도 있었다. 한 저널리스트는 당시 카이로 인터컨티넨탈호텔은 인터넷 접속이 유지되고 있어 방 3개를 빌려 편집부 거점으로 삼았다고 한다. 발코니에서 시위대와 기동대 충돌을 촬영해 웹사이트에 공개했는데 이 영상은 이집트 국내에선 액세스할 수 없었지만 해외 미디어가 이 영상을 뉴스에 사용하며 이집트인은 국제 방송된 TV 프로그램을 통해 시위 영상을 볼 수 있었다고 한다.

20011년 이집트가 인터넷을 차단한 첫 대국이라는 건 아니지만 폭발적인 소셜미디어 인기와 동시기에 일어난 이 사태로 인터넷 취약성이 밝혀졌다는 지적이다. 한 비영리 단체 관계자는 인터넷은 이미 많은 사람에게 현대 생활 일부가 됐기 때문에 정부가 이를 막는 힘이 있는 것조차 많은 이들에게는 상상도 되지 않는 일이었다고 말한다.

인터넷은 원래 단일 장애 지점이 없도록 설계됐으며 컴퓨터 수십만 대에 호스팅되는 분산 네트워크로 간주된다. 하지만 인터넷은 단순한 소프트웨어가 아니며 대규모 데이터센터와 해저 케이블, 통신을 교환하는 인터넷 교환 등 설비로 이뤄진 지리적이고 물리적인 것이다. 이들 대부분은 민간 기업을 통해 운영되는 공공재이며 현지 법률이나 규제 대상이 되는 것이다.

서방에선 인터넷은 견고한 것으로 생각되기 쉽지만 해저 케이블 손상에 의한 인터넷 차단은 과거에도 일어나고 있으며 인위적으로 해저 케이블을 절단하는 사례도 종종 확인되고 있다. 또 2022년 1월에는 남태평양 통가에서 대규모 분화와 쓰나미가 발생해 해저 케이블이 손상되어 인터넷이나 전화가 연결되지 않게 되는 사태도 발생했다.

2016년 이후에만 전 세계 60개국에서 적어도 935건 인터넷 차단이 발생하고 있으며 그 중 수단과 우간다, 미얀마 같은 정치적 긴장이 높은 국가에선 며칠 동안 오프라인이 지속되기도 했다.

인터넷 위험을 추적하는 전문가는 물리적 진입점과 ISP 수, 인프라 소유자, 정부 의도 등에서 지역 수준 취약성을 파악한다. 예를 들어 미국에는 1,400개가 넘는 ISP와 120개 인터넷 익스체인지가 있으며 이들 대부분은 민간 소유다. 또 헌법에 의해 표현의 자유를 보호하는 것이나 국가 책임을 추궁하는 게 인정되고 있기 때문에 평소 정부가 인터넷 차단을 합법적으로 명령하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 반면 미얀마에는 통신 사업자 4개만 존재하며 이 중 2개는 국방부나 군과 관계가 있어 정부는 비교적 용이하게 인터넷을 차단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현대 사회에서 인터넷을 차단하는 건 큰 경제적 손실을 야기하기 때문에 강권적 정부도 가능하면 차단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하지만 대부분 인터넷 차단은 정치적 혼란과 선거, 시위 등 정부의 우려가 극도로 높아진 경우 발생한다. 정부는 마지막 수단으로 인터넷을 차단하는 방법을 쓰는 것이다.

예를 들어 최근에는 DPI 기술을 이용해 특정 웹사이트만 차단하는 방법이 널리 보급됐다. DPI는 이동하는 데이터를 자동 감시해 해당 내용에 기초한 라우팅이 가능한 기술로 넓은 대역폭을 필요로 하는 영상 콘텐츠 등에 우선적으로 대역을 할당하거나 광고 게재 내용을 반영 혹은 저작권 보호 확산을 막기 위해서도 사용된다. 하지만 일부 국가에선 DPI를 검열을 위한 도구로 이용하고 있으며 반체제 웹사이트나 SNS를 차단하고 있다.

예를 들어 수천 개 민간 ISP가 존재하는 러시아에선 중국 같은 대규모 검열 시스템을 개발, 유지하는 게 어렵지만 DPI를 이용해 효과적인 차단을 하고 있다는 것. 러시아 정부는 2019년 ISP에 대해 위협 대책을 위한 기술적 솔루션 TSPU라는 정부 관리 DPI를 마련할 의무를 두고 ISP 자신이 소유하는 DPI와 정부가 관리하는 DPI 2개가 병존하게 됐다. 그 결과 2022년 3월에는 TSPU를 통해 빠르게 트위터,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이 차단됐다.

DPI는 수천 달러 서비스로도 판매되고 있기 때문에 국가가 인터넷 통제를 위해 DPI를 도입하는 비용도 저렴하다. 2011년보다 이제 훨씬 나쁜 상황에 처해있다고 할 수 있다. 정부는 공모자인 기업과 함께 지배를 위한 인프라에 투자해왔으며 인터넷을 열고 통신 경로를 안전하게 유지하기 위해 가능한 한 노력하고 있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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