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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힌 진공관 경쟁자 ‘자기증폭기’

진공관(Vacuum Tube)에 패배해 거의 사용되지 않게 됐음에도 독일이 갑자기 V2 로켓에 채택해 복권이 이뤄졌다가 다시 트랜지스터에 패배해 다시 사용하지 않게 된 증폭 회로 일종인 자기증폭기(magnetic amplifier)는 잊힌 진공관의 경쟁자였다.

트랜지스터가 주류인 신호 증폭 기구의 경우 삼극 진공관은 양극과 음극 사이 삽입된 제3 극에 전압을 걸어 신호를 증폭시키고 있는 한편 트랜지스터도 소스와 드레인이라는 단자 2종 사이에 접속 3번째 단자인 게이트에 전압을 가해 신호를 증폭시키기 때문에 이 삼극 진공관과 트랜지스터는 구조 자체가 비슷하다.

반면 자기증폭기는 전압이 아니라 자기장을 이용하는 구조다. 삼극 진공관이나 트랜지스터와는 크게 다른 증폭 회로인 것. 기본 구조는 철심 같은 코어 권수가 많은 코일과 권수가 적은 코일을 접속해 권수가 많은 코일은 부하와 직렬이 되는 형태로 교류 회로에 접속하고 권수가 적은 코일은 직류 회로에 접속한다. 이어 직류 회로에 전류를 흘려주면 코어재 내부 자속 밀도가 증가해 인덕턴스가 급격하게 상승하지만 자기 포화 상태에 이르면 인덕턱스가 갑자기 저하되기 때문에 교류 회로 측으로 흐른다. 전류가 증가하고 증폭기 역할을 한다.

이런 자기 증폭기는 1901년 미국에서 특허가 출원되어 1916년까지 대서양 횡단 통신에 이용된 알렉산더형 교류 발전식 송신기에 사용되는 형태로 실용화됐지만 1920년에는 진공관 기술 혁신을 받아 침체됐다. 이후 극장 조광기 등 극히 일부에 이용되는데 그쳤지만 제2차세계대전 중 독일은 니켈과 철을 1:1 배합한 합금을 코어재로 한 경우 성능이 비약적으로 향상되는 걸 발견하고 세계 첫 군사용 액체 연료 미사일인 V2 로켓에 채택해 자기증폭기가 되돌아왔다.

자기증폭기는 진공관에선 불가능한 고온 등 특수 환경에서도 타지 않고 동작한다는 이점이 있어 이후에도 독일군은 자기증폭기를 탑재한 무기를 다수 투입했다. 미국도 제2차세계대전 종결 이후 뒤늦게 이를 채택해 1950년대에는 자동조종장치, 사격 통제 장치, 서보 시스템, 레이더, 소나 기기 등 무기에 자기증폭기 채택이 계속 늘었고 1961년부터 1972년까지 진행한 아폴로 계획에선 전원이나 송풍기 제어에 자기증폭기가 이용되게 됐다.

이런 국가 규모 연구 개발 이외 장소에서도 자기증폭기는 다수 기술 혁신을 낳고 컴퓨터 여명기 다용된 자기 코어 메모리도 자기증폭기를 이용했다. 이렇게 자기증폭기는 증폭 회로를 대표하는 존재가 됐지만 1950년경 트랜지스터가 등장했다. 자기증폭기와 트랜지스터와 패권을 다투는 시대가 이어져 자기증폭기와 트랜지스터를 병용하는 컴퓨터도 다수 등장했지만 개량을 거듭한 트랜지스터 기세에 1970년부터는 거의 사용되지 않는 규격이 됐고 1990년 경에는 PC ATX 전원으로 필요한 3.3V 안정화 전압에 비용적 면에서 좋다는 이유로 자기증폭기를 일시적으로 썼지만 이 역시 DC/DC 레귤레이터에 패배하면서 현대에는 거의 보이지 않는 존재가 됐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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