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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출된 스위스 은행 계좌 목록 보니…

스위스 대형 프라이빗 뱅크인 크레딧스위스(Credit Suisse)로부터 대규모 정보 유출이 일어나 마약 밀매나 머니론더링, 부패 등 다양한 범죄에 관여하는 고객 정보와 합계 1,000억 스위스프랑에 달하는 숨겨진 재산이 밝혀졌다고 보도되고 있다.

크레딧스위스는 세계 최대 금융 기업에서 절대적 기밀 유지가 특색인 프라이빗뱅크를 제공하는 스위스 은행 중 하나다. 크레딧스위스 운영자산은 1조 6,000억 스위스 프랑으로 UBS 다음 규모로 창업 150년 이상된 은행 중 하나다. 다만 최근에는 실적이 악화되고 있어 2021년 4분기 결산에선 전년 동기 27억 스위스 프랑 흑자에서 20억 스위스 프랑 적자로 전락한 게 보도되기도 했다.

2021년 4월 취임한 CEO가 스위스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증 감염 예방 규칙을 2차례 위반한 게 판명되면서 취임 불과 9개월로 CEO를 퇴임하는 소동이 일어나기도 했다. 이번에 유출된 건 1만 8,000개 계정 이상 계좌 목록이며 고객 3만 명과 관련이 되어 있다고 한다. 각 계좌에는 평균 750만 스위스 프랑이 들어가 있고 200개 계정 계좌에는 1억 스위스 프랑 이상이 들어 있었다. 목록에 올라온 것 중 가장 오래된 계좌는 1940년 개설한 것이며 2000년 이후는 전체 중 3분의 2가 차지하고 있다.

유출된 은행 계좌를 이용하는 고객으로는 동남아 인신매매업자, 수수 혐의로 체포된 홍콩증권거래소 전직 임원, 베네수엘라 국영석유기업 탈취 임원 등 각국에서 부패 의혹이 있는 정치가가 이름을 올리고 있다. 예를 들어 바티칸이 소유한 은행 계좌는 런던 고급 부동산을 구입하기 위해 3억 5,000만 유로를 송금하는데 사용된 것으로 나타났다.

1965년부터 20년에 걸쳐 필리핀을 통치한 독재자 페르디난드 마르코스와 아내인 이멜라 마르코스 관련 은행 계좌도 유출된 목록에 포함됐다. 이 계좌는 가명으로 개설됐으며 1995년 존재가 밝혀졌을 때 스위스 취리히 법원은 계좌에 맡겨져 있던 5억 달러 자금을 필리핀에 반환하도록 크레딧스위스에 명령하기도 했다.

또 1996년부터 1997년 사이 우크라이나 총리를 맡았고 1998년 금융 사기 혐의로 체포된 파벨 라자렌코 계좌도 마찬가지. 그는 크레딧스위스에 계좌 2개를 개설하고 있으며 1개에는 800만 스위스 프랑이 맡겨졌다고 한다. 라자렌코 변호사 측은 크레딧스위스 계좌는 20년 이상 액세스되지 않았고 그에 대한 소송 절차와 관련해 동결됐다고 설명했다.

더구나 이집트에서 2011년까지 30년간 대통령을 역임한 무바라크 전 대통령과 아들 2명 계좌도 크레딧스위스에 개설되어 있는 게 판명됐다. 장남 계좌에는 2억 3,200만 스위스 프랑이 맡겨졌지만 아랍의 봄을 계기로 무바라크 전 대통령이 실각한 뒤 이집트 정부와 화해금 지불에 1할 정도가 사용됐다고 한다. 아들 2명 측 변호사는 10년 이상 계좌가 동결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내부 고발자는 크레딧스위스에 대해 계좌 명의인 정보를 제3자에게 공개하는 걸 위법으로 하는 스위스 은행법은 금융 프라이버시를 보호한다는 구실로 정해져 있지만 실제로는 탈세자와 범죄자 협력자라는 스위스 은행 수치를 가리는 것일 뿐 부도덕하다는 비판 성명을 발표했다.

반면 크레딧스위스는 은행법에 의해 개별 고객 관련한 의견을 낼 수 없다면서 보도 내용은 문맥을 무시하고 의도적으로 잘라낸 정보 일부에 근거한 것이며 계좌 9할은 이미 동결 혹은 폐쇄됐고 경우에 따라선 법률이나 업계 관습이 현재와 크게 다른 시대 것도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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