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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구 질환, 車배기가스발 대기오염과 관계있다?

공해는 사람의 몸에 곧바로 영향을 주는 일은 적지만 방치하면 몸 곳곳으로 서서히 침투해온다. 그런데 자동차의 배기가스에 노출되면 실명으로 이어질 수 있는 안구 질환 발병 위험이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번 연구 대상은 망막 일부인 황반이 서서히 파괴되어 버리는 병인 황반변성. 황반은 사람이 가장 보고 싶어 하는 걸 똑바로 선명하게 보기 위해 빼놓을 수 없는 조직이다. 황반변성 진행 상태는 개인차가 있어 몇 년이 지나도 시력에 거의 문제가 없는 사람도 있지만 빠르게 악화되어버리기도 한다. 초점 외에 다른 외관은 변하지 않기 때문에 완전히 실명해버리는 건 아니지만 가장 보고 싶은 게 보이지 않은 탓에 상당히 귀찮은 질병이라고 할 수 있다.

수많은 퇴행성 질환과 마찬가지로 황반변성 발병에는 여러 위험 요인이 얽혀 있다고 할 수 있다. 나이도 큰 요인 중 하나다. 50세 이상에서 돌이킬 수 없는 시력 저하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기도 한다. 또 유전과 환경에 좌우된다고도 알려져 있다. 예를 들어 같은 50세 이상 연령층에서도 백인 미국인 발병률은 2.1%로 다른 인종의 0.9%보다 2배다.

영국 의학 전문지 BMJ(British Medical Journal)에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그동안 대기오염과 황반변성의 병적 상태와의 관련성을 조사한 연구는 거의 없었다고 한다. 다만 대기오염이 결막염이나 안구건조증 등 안과 질환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다는 건 여러 연구를 통해 입증됐다. 또 흡연이 황반변성 발병 위험을 2배로 할 수 있다는 사실도 발견되고 있다.

연구팀은 중국을 거점으로 건강 데이터와 대기질 데이터 비교 실험을 했다. 구체적으론 1999년부터 11년간 50세 이상 황반변성 발병률과 거주지 대기 오염 상황에 대해 검증한 것. 참고로 대기질이라고 해도 다양한 성분이 있는데 이 실험에선 자동차 배기가스에 많은 이산화질소와 일산화탄소에 주목했다.

또 거주지 환경을 바탕으로 이산화질소와 일산화탄소 노출 수준에 따라 실험 대상자를 4개 그룹으로 나눴다. 이렇게 하자 이산화질소와 일산화탄소가 가장 높은 지역에 살던 사람은 가장 적은 지역 거주자보다 황반변성 진단 가능성이 거의 2배인 것을 발견했다. 연구팀은 이 연구는 대기오염에 대한 노출이 황반변성 위험 인자라는 걸 보여준다고 밝히고 있다.

물론 이번 연구에선 대기 오염과 황반변성의 상관관계가 나왔지만 어느 쪽이 원인인지에 대한 인과관계까지 표시한 건 아니다. 또 연령과 고혈압 등 요인을 고려했지만 흡연력은 추적하지 않았다. 그 밖에 중국 대기 오염 수준이 미국 등 해외보다 훨씬 높다는 것도 잊어선 안 된다. 이산화질소와 일산화탄소 배출량이 낮은 지역에서 황반변성 위험이 낮아진다는 걸 입증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번 연구 결과가 모든 국가나 지역에 맞다고 할 수는 없을 수도 있다. 또 황반변성 발병 위험도 대상자 4만명 중 실제로 발병한 건 불과 0.036%였다고 한다.

그럼에도 중국이 인구 13억명 이상을 보유한 세계 최대 국가 중 하나인 건 분명하며 심한 대기오염에 불안감을 갖는 국가도 적지 않다. 또 역국 등 상대적으로 공기가 깨끗한 국가에서도 자동차 배기가스에 의해 매년 수천 명이 에방 가능한 질병으로 사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망막은 중추신경계와 직결되어 있기 때문에 뇌가 대기 오염에 의해 황반변성 이상 데미지를 받을 가능성도 있다. 이번 연구와 같은 데이터를 바탕으로 2018년 발표한 다른 논문에선 오염물질에 노출되면서 노인 치매 발병 위험이 높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