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은 1990년대부터 보급이 시작되고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급격하게 인류의 생활 자체를 바꿔왔다. 이런 시대 변화를 대변하는 기업 중 하나가 바로 구글이다. 구글드(Googled)라는 말이 2000년대를 대표하는 키워드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런 구글 CEO를 역임했고 지금은 모기업인 알파벳 임원을 맡고 있는 에릭 슈미트(Eric Schmidt)가 앞으로 중국과 다른 국가들로 나뉘는 2개의 인터넷이 존재하게 될 것이라고 말해 눈길을 끈다.
그는 투자회사인 빌리지글로벌VC(Village Global VC)가 연 비공개 행사에서 이 같은 생각을 밝혔다. 인터넷이 서로 다른 규제나 규정에 따라 나뉘어 상호 접속이 제한될 것이라는 예상에 대해 그는 가장 가능성 높은 시나리오로 인터넷이 무너지는 게 아니라 오히려 중국 주도 인터넷과 미국이 이끄는 비중국 인터넷으로 나뉘는 것이라고 답했다.
또 중국의 기업 규모나 서비스 구축을 통해 만든 자산 규모는 위협적인 수준이라면서 중국 GDP 대비 인터넷 기여도는 미국보다 훨씬 높다고 말했다. 인터넷이 중국 경제 발전에 큰 요인이 되고 있다고 설명한 것이다.
다만 그는 이런 이유로 만일 중국이 인터넷을 잘 사용 중이라고만 생각한다면 중요한 포인트를 간과한 것이라면서 세계화 그러니까 중국이 영향력을 발휘하게 된다는 걸 의미한다는 점을 생각해야 한다고 밝혔다. 앞으로 전 세계는 중국에서 오는 상품과 서비스가 뛰어난 리더십을 발휘하는 걸 목격하게 될 것이며 이런 제품이나 서비스와 함께 검열과 규제가 초래될 위험도 따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이 주도해온 기본적으론 자유로운 인터넷과는 다른 가치관이 초래될 것으로 내다본 것이다.
실제로 중국 정부는 지난해 8월 인터넷 검열을 강화하기 위해 게시판 글을 실명제로 등록하는 규제를 도입하기도 했다. 중국 사이버관리국(Cyberspace Administration of China)이 온라인 커뮤니티의 건전하고 질서 있는 발전을 촉진하고 국가 안전과 공익을 보호하겠다는 명목으로 이 같은 규칙을 제정한 것. 이에 따르면 모든 인터넷 게시판과 양방향 커뮤니케이션 기능을 제공하는 플랫폼에선 서비스 기업이나 공급자는 사용자가 게시하기 전에 사용자 ID 확인을 요구하고 실명 등록을 거부한 사용자는 게시하지 못하게 하는 걸 의무화한다. 서비스에 익명으로 쓰는 건 괜찮지만 서비스 제공자는 실명 등록을 하고 모든 기록 내용은 서비스 공급자를 통해 중국 정부가 파악하겠다는 것이다. 어떤 내용을 쓰느냐에 따라 게시가 금지되는 등 조치가 취해질 수 있는 건 물론이다.
또 여기에선 인터넷에서 금지 행위로 헌법 기본 원칙에 위배되는 것, 국가 안보를 훼손하거나 국가 비밀 공개, 국가 권력을 유린하고 국가 통일성을 약화하는 것, 국가의 명예와 이익을 해치는 것, 국가에 대한 증오나 민족 차별, 종교와 미신, 풍문을 유포하거나 사회 질서를 혼란스럽게 하는 일, 외설이나 폭력 등을 전파하는 것, 타인을 모욕하거나 비방하는 것, 기타 법령 위반 등을 내걸었다. 이는 금지 항목 범위가 넓고 막연한 면도 있어 어떤 비판이든 항목 위한 하나 정도에는 포함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국은 이미 대규모 인터넷 정보 검열 시스템인 금순공정을 실행 중이며 구글 같은 서비스는 회피 수단으로 VPN 서비스를 이용할 수도 있지만 이 같은 VPN 단속도 강화하는 등 인터넷 검열을 강화하고 있다. 게시판 글을 모니터링하고 실질적으로 관리 하에 두는 조치까지 취한 만큼 중국 내 인터넷 표현의 자유는 제약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 바 있다. VPN의 경우 중국 외에 러시아도 금지 조치를 취하기도 했다.
중국은 서쪽에 위치한 신장 위구르 자치구에서 정부가 주민에게 스마트폰에 감시용 앱(JingWang Weishi) 설치를 강요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이 앱은 스마트폰 소유자의 SIM 카드 정보는 물론 와이파이 로그인 정보, 채팅 앱은 위챗이나 웨이보 로그 기록 등을 서버에 전달해주는 역할을 한다. 중국 당국은 주민에게 이 앱을 설치하라고 요구하고 있으며 앱 설치를 거부할 경우 최대 10일 구속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에릭 슈미트는 이 같은 영향력은 중국 정부가 추진하는 경제 구상인 일대일로를 통해 전 세계에 확산될 것으로 봤다. 실제로 중국은 자금 지원을 통해 아프리카에 대한 영향력을 강화고 있는 등 전 세계에서 일대일로 확산에 주력하고 있다.
실제로 아프리카는 중국 입장에선 좋은 표적이 될 수 있다. 중국은 지난 몇 년간 아프리카 지역 모든 국가 수도에 재계 대표단을 파견했고 현지 인프라 프로젝트를 수주하는 등 아프리카를 중국 입장으로 봐선 제2의 대륙으로 바꿔가고 있다는 말이 나오기도 한다. 하워드 프렌치의 저서 중국의 2번째 대륙(China ‘s Second Continent)에선 서방국가가 냉전 이후 아프리카에 관심을 갖지 않는 사이 중국은 해당 지역을 국제 비즈니스 경험을 쌓을 장소로 보는 한편 원자재 매장량이 많은 아프리카에 집중해도 중국에는 손해될 게 없다고 보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중국과 아프리카간 무역액은 2015년 기준 3,000억 달러에 달하는 수준이라고 한다.
어쨌든 에릭 슈미트 전 회장의 발언은 구글 산다 피차이 CEO가 코드명 드래곤플라이(Dragonfly)로 불리는 감시 기능을 강화한 검색 서비스를 구글이 중국에 제공하려 한다는 보도가 나온 시기에 나온 것이다. 구글은 현지 정부의 요구에 부응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자유 가치를 원칙으로 성장을 지속해온 인터넷이 앞으로 어떻게 변화하게 될지. 에릭 슈미트의 발언처럼 2개의 인터넷이 존재하게 될지 관심이 모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