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으로 매일 250만 기가바이트에 달하는 데이터가 태어난다. 연간으로 따지면 양은 비약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셈이다. 문제가 되는 건 데이터 보관이다. 학술지 네이처는 만일 우리가 본 모든 유튜브 동영상이나 스마트폰으로 촬영한 모든 사진, 저장한 모든 문서를 플래시 메모리에 저장하려면 2040년까지 예상되는 실리콘 공급량 10∼100배를 소모하게 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그렇다면 앞으로 새로운 데이터 보관처가 필요하다는 건 분명하다. 도대체 어떤 방법이 있을까. 지금까지 데이터가 축구장 크기 데이터센터에 보관되고 있다면 앞으로는 작은 놀이기구 크기에 꽉 찬 상태를 상상해야 할 수도 있다. 물론 데이터를 저장할 뿐 아니라 빠르고 안전하게 전송할 수 있어야 하는 것도 조건이다.
이런 장소가 어디에 있을까. 바로 DNA다. 하드디스크가 0과 1을 사용하는 반면 DNA는 아데닌(A), 티민(T), 구아닌(G), 시토신(C) 4종류 염기로 기억한다. A와 T, G와 C처럼 쌍으로 꼬인 사다리 같은 형태를 한 이중 나선으로 이뤄진 4종류 염기와 0과 1을 변환해 복잡한 데이터를 보관하는 게 가능하다.
이런 DNA 저장장치 분야에서 선구자적 존재가 마이크로소프트다. 워싱턴대학 MISL(Molecular Information Systems Laboratory)과 협력한 최근 새로운 연구로 나노스케일 DNA 스토리지 라이터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cm2당 25×106 시퀀스 또는 지금까지의 1,000배인 3자리 농밀한 스케일이 가능하다고 예측되고 있다. 더구나 DNA 저장장치에 필요한 쓰기 속도 최저 라인을 처음으로 클리어했다고 밝혀 주목도가 높아지고 있다.
클라우드 분야 큰 손 중 하나인 마이크로소프트는 DNA 스토리지 기술이 주는 압도적인 밀도와 지속 가능성, 보존 가능한 기간 등을 활용해 경쟁자와 차별화를 꾀하려 한다. DNA는 평방인치당 1엑사바이트를 보존할 수 있을 만큼 고밀도다. 지금까지 최대인 LTO(Linear Tape-Open) 테이프스토리지를 훨씬 웃도는 스케일인 것.
2024년에는 데이터 스토리지 수요가 9제타바이트에 도달할 전망이다. 윈도11이 150억 대 기기에 다운로드해 사용하는 스토리지는 1제타바이트라고 한다. 이런 데이터는 지금은 수백 개에 이르는 테이프 카트리지에 보관하게 되지만 만일 DNA 스토리지를 활용하면 9제타바이트 정보를 냉장고 크기 공간에 보관할 수 있다. 연구팀에 따르면 지금까지 출시된 영화는 각설탕 크기 공간이면 충분하다고 한다. 더구나 DNA에 보관된 데이터는 수천 년 보존 가능하다. 30년 정도면 데이터 소실이 일어날 수 있는 SSD나 HDD와는 차이가 크다.
다만 이런 DNA 스토리지지만 아직도 쓰기 속도를 향상시킬 필요가 있다. 비용이라는 과제도 남아 있다. 쓰기 속도를 개선하고 있는 마이크로소프트는 다음 단계에선 칩에 디지털 로직을 통합해 1백만 개 전극 스팟을 개별 제어 가능하게 해 초당 킬로바이트 데이터를 DNA에 쓰는 걸 목표로 한다고 밝히고 있다. 비용과 성능 모두 테이프에 근접하게 하겠다는 것이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