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레시피

유전자 치료로 만성 통증 치유할 날 올까

미국 캘리포니아대학 샌디에이고 연구팀이 만성 통증에 대한 유망한 치료법 연구 성과를 발표했다.

이 치료법은 통증을 느끼는 유전자를 영구적으로 바꾸는 게 아니라 기능을 저하시키는 것으로 실현한다. 쥐를 이용한 실험에선 건강에 큰 위험을 수반하지 않고 한 번에 몇 개월 동안 통증 완화가 가능하다는 걸 시사하고 있다. 하지만 인체에 대한 적용에는 아직 과제가 남아 있는 것으로 보인다.

만성 통증은 누구나 경험할 수 있지만 치료가 어려운 질병 가운데 하나다. 다양한 추정이 있지만 2018년 미국 내 조사에선 미국 성인 중 20%가 만성 통증을 경험하며 8%는 일상 생활에 큰 영향을 줄 만큼 심각한 통증을 안고 있는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통증을 완화하는 치료법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대부분은 가벼운 통증이나 단시간 완화 밖에 안 된다. 오피오이드 같은 강력한 마약성 진통제를 사용하면 통증을 크게 줄일 수 있지만 모든 사람에게 효과가 있는 게 아니며 중독이나 심각한 부작용 위험이 있다. 또 비록 오피오이드가 잘 작용해도 몸이 서서히 오피오이드에 익숙해지면 시간이 지나면서 효과를 잃을 수도 있다.

연구팀은 SCN9A라는 유전자에 주목했다. 이 유전자는 뇌와 척수 외에 신경 세포, 말초 신경계에 잘 발현되고 있지만 SCN9A 유전자가 작동하지 않을 돌연변이가 있는 사람이 통증을 인식해도 느낌이 없고 또 SCN9A 발현을 증가시키는 돌연변이가 있으면 통증에 대한 감수성이 높아진다.

SCN9A는 나트륨 채널 그 중에서도 Nav1.7이라는 하위 유형을 제어한다. 신경 세포에 존재하는 Nav1.7는 뇌에 전달하는 통증 신호를 인식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에 주목한 연구팀은 유전자 치료에 의해 Nav1.7 기능을 안전하게 약하게 하는 방법이 발견되면 만성 통증을 안고 있는 사람을 구할 수 있다고 봤다. 또 이 유전자는 Nav1.7에만 영향을 주는 간단한 구조이기 때문에 위험도 낮다.

연구팀은 이 방법이 흥미로운 점은 깨끗한 표현형을 가진 유전자를 대상으로 한다는 것이며 이 유전자가 통증에 직접 관여하는 게 분명하기 때문에 만성 통증 환자를 구하기 위한 완벽한 비중독적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연구 결과는 학술지인 사이언스 트랜스래셔널 메디신(Science Translational Medicine)에 발표됐다. 최근 개발된 게놈 편집 기술인 크리스퍼(CRISPR / Cas-9)와 징크 핑거 단백질을 이용한 예전부터 있던 방법까지 일반적인 2가지 유전자 조작 실험을 쥐로 실시했다. SCN9A / Nav1.7 발현을 영원히 멈추는 게 아니라 일시적으로 차단하기 위한 방법을 각각 진행해 사용했다.

실험에 사용된 쥐는 화학요법에 따른 염증성 통증과 신경통 등 다양한 종류 만성 통증을 앓고 있었다. 통증에 대한 쥐 반응을 측정하기 위해 쥐가 열이나 촉각 등 자극에 얼마나 견딜 수 있는지 조사한 결과 유전자 치료를 받은 쥐는 통증에 대한 내성이 높아 전반적으로 통증 완화가 지속됐다. 또 이 치료법은 쥐에 큰 부작용을 볼 수 없었다는 것도 중요한 포인트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가 유효성과 안전성 등을 입증했다며 난치성 통증을 안고 있는 환자를 구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물론 이 연구 결과는 다양한 검증 사항을 위한 시작에 불과하다. 쥐와 인간 사이에서 Nav1.7은 기능에 중요한 차이가 있을지도 모른다. 일시적이고 안전한 치료법이라고 아직 심각한 부작용이 없다고 단언하기는 어렵다. 연구팀은 SCN9A 유전자가 작동하지 않아 통증을 느끼지 않는 사람은 냄새를 느끼지 않는 무후각 증상 등이 있는 것도 지적하고 있다. 쥐를 이용한 실험에선 후각 저하는 없었다지만 이 역시 다른 위험과 마찬가지로 주의가 필요할 수 있다. 앞으로 더 큰 동물을 이용해 안전성을 확인하기 위해 제대로 된 독성 시험을 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연구팀은 이 치료법을 실현하기 위해 나베가(Navega)라는 기업을 설립했다. 앞으로 이 치료법을 인간에게 적용할 수 있도록 연구하고 인간 이외 영장류를 이용한 실험도 진행 예정이다.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인간 대상 임상 시험이 가능하게 되는 것도 머지 않을지 모른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추천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