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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교통 무료화? 에스토니아는 멈추지 않는다

대중교통 요금을 공짜로 바꾸려는 시도가 처음은 아니지만 에스토니아가 오는 7월부터 자국 내 도시를 연결하는 버스를 무료로 바꾸려는 계획을 세웠다고 한다.

에스토니아 수도 탈린(Tallinn)에선 이미 5년 전부터 시민을 대상으로 공짜로 대중 교통을 이용할 수 있는 시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 시책은 교부금을 통해 운임을 해소해 실현해낸 것이지만 대중교통을 무료로 이용하려면 탈린에서 주민 등록을 해야 한다는 동기 부여 요소가 생기면서 보조금 지출보다 배에 달하는 수익을 얻을 수 있게 됐다고 한다.
물론 대중교통을 공짜로 바꿔 이득을 보는 쪽은 상대적으로 저소득층이다. 하지만 고소득층이라도 식당이나 영화를 보러 갈 때 이용할 수 있다. 이동에 돈이 들지 않기 때문에 지역 사업에도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한다.

탈린 시당국은 대중교통 이용을 촉진하고 시가지 교통량을 억제하기 위해 주차요금 등을 상당 수준 인상했다. 반면 역이나 정류장 근처에 있는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도심 내에선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파크앤라이드(park and ride)를 이용하면 주차 당일 기준으론 탈린 시민 외에도 대중교통과 주차 요금을 무료로 했다. 이 시책은 호평을 받으면서 고가가 된 주차요금에 대해 불평하는 사람은 없었다고 한다.

에스토니아는 탈린 외에 다른 도시에서도 같은 구조를 도입할 계획이다. 에스토니아 전역을 연결하는 버스를 무료로 하겠다는 것이다. 대중교통 무료 정책은 앞서 밝혔듯 오는 7월 시작될 예정이다. 이 시책은 일종의 부의 재분배라고 할 수 있다. 또 지방 대중교통 편의를 끌어올려 지방 인구 유출을 막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는 설명이다.

대중교통을 공짜로 바꾸는 건 생각보다 쉽지 않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지난 2월 독일에선 바바라 헨드릭(Barbara Hendrick) 환경부 장관이 연말부터 무료 대중교통 실험을 실시할 것이라는 구상을 발표했다가 다음날 정부가 그런 정책을 진행하고 있지 않다며 일축하는 사태가 일어나기도 했다.

헨드릭 장관은 2월 13일 자가용 수를 줄이기 위해 대중교통을 무료로 해야 한다고 발언하면서 올해 말까지 에센을 포함한 독일 서부 5개 도시에서 무료 대중교통 실행 계획을 밝혔다. 이 시책에는 대중교통 무상화 외에 요일에 따라 버스나 택시 등 차량 배출 규제, 차량 공유 지원 등도 포함되어 있다.

독일은 폭스바겐이나 메르세데스벤츠, 포르쉐 같은 브랜드를 보유한 자동차 강국이다. 이런 독일에서 이런 시책이 언급된 이유는 EU가 설정한 대기오염 규제에 있다고 할 수 있다. 독일과 프랑스, 스페인 등 EU 회원국 8개국은 EU가 정한 이산화탄소와 미립자 등 대기오염 규제를 기한인 1월 30일까지 해소할 수 없어 유럽사법재판소를 통해 벌금을 선고받을 수 있다. 이런 EU 기준으로 독일 상황을 보면 베를린의 경우 최고 수준을 웃돈다. 슈투트가르트는 기존보다 2배 이상 많은 이산화탄소 농도를 기록 중이다. 이런 대기 오염 기준 위반에 대해 독일은 지난해 초 유럽위원회로부터 이미 경고를 받은 바 있다.

이런 점에서 독일 경제를 지탱하는 수출 상품 중 하나인 자동차 산업의 실적이 낮아질 수도 있는 대중교통 무료화 정책을 내놨다는 것이다. 하지만 앞서 밝혔듯 시책 발표 다음날인 2월 14일 장관 대변인은 무료 대중교통 테스트 시도 여부에 대한 결정은 어디까지나 지자체의 책임이라고 밝힌다. 또 독일 정부는 구체적인 프로젝트가 있는 건 아니며 테스트 대상 도시가 정해진 것도 아니라는 입장을 내놓는다. 이 시책에 대한 또 다른 장애물은 독일에선 버스와 지하철, 기차 같은 대중 교통이 인기 높은 교통수단이라는 것이다. 대중교통 이용자 수는 지난 20년간 꾸준히 늘어 2017년 기준 128억 유로에 달한다고 한다. 이 시책을 펼치려면 상당 예산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또 자동차 등 경제에도 영향을 줄 수 있어 실현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물론 에스토니아는 이런 대중교통 뿐 아니라 이미 전자시민권(e-residency. https://e-resident.gov.ee/)을 발급해 혁신성으로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에스토니아는 전 세계에서 요즘 전자화가 가장 잘 진행된 국가로 알려져 있다. 2000년부터 전자정부를 시작했고 행정 활동 뿐 아니라 교통이나 의료 서비스, 은행 거래 등 거의 모든 서비스를 전자화한 것.
전자시민권은 누구나 디지털을 통해 에스토니아 시민이 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다. 우리나라에 거주하는 사람이 전자시민권을 발급받게 되면 한국에서 있으면서 EU에서 사업을 하는 게 가능해진다.

에스토니아는 소련에서 독립한 이후 자유주의 경제 체제를 걷기 시작하면서 2004년 EU 회원국이 된 바 있다. 에스토니아는 모든 행정 활동을 전자화하는 e-에스토니아(e-Estonia)라는 세계 첫 전자정부를 만들었고 문서화를 비롯해 아이디 카드를 통한 정보 통합 관리, 교통과 은행 계좌, 전자의료기록, 법인 등기, 세무 신고 등 온갖 민관 서비스를 전자화했다.

전자시민권은 전 세계 시민을 위한 새로운 디지털 국가를 창조하겠다는 계획의 일환으로 탄생한 것이다. 신원을 증명하는 개인 아이디 카드를 발급받을 수 있고 온라인을 통해 에스토니아에서 회사를 설립할 수도 있다. 에스토니아는 EU 가입 국가이기 때문에 전자시민권을 이용하면 전 세계 어디서나 EU 국가 기업과 비즈니스를 할 수 있게 된다. 또 에스토니아에선 누진세 제도를 채택하지 않았고 법인세는 일률 20%여서 절세용으로 이용할 수도 있다. 전자시민권 신청은 모두 온라인을 통해 처리할 수 있고 카드 등록비용 100유로만 내면 그만이다.

전자시민권은 2014년 실시 이후 3년 이상 지금 해외에서 EU와 비즈니스를 시작하려는 사업가 뿐 아니라 의사나 엔지니어, 온라인을 일하려는 디지털 유목민이 국적이나 거주지를 바꾸지 않고 활동하려는 이들의 선택을 받고 있다. 현재 154개국에서 3만 명이 넘는 인구, 5,000개가 넘는 기업이 전자시민권을 통해 에스토니아의 가상 주민이 됐다.

에스토니아의 이 같은 시도는 변화하는 융합의 시대에 이젠 (적어도 디지털 공간과 이를 통한 변화로) 의미가 퇴색되어 가는 국경이나 국가 같은 개념에 대해 어떤 대처를 해야 할 지 생각해보게 만들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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