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e커머스 사이트를 운영하는 아마존은 최근 반독점법 위반 가능성이 지적되며 독점적 행동으로 독점력을 강화한다며 전 세계 각국에서 조사 대상이 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이 아마존이 경쟁사를 내려앉히고 시장 지배를 강화하는 방법을 정리한 보고서를 공개해 눈길을 끈다.
이 보고서는 아마존이 치열한 시장 경쟁을 벌여 경쟁사를 쫓아내는 다양한 전략을 요약한 것이다. 이에 따르면 제프 베조스 CEO는 아마존이 세계 최대 e커머스가 된 이후에도 직원에게 아마존을 스타트업으로 간주할 걸 권장하고 큰 독점력을 활용해 경쟁 업체를 배제해왔다는 것.
아마존은 단순히 판매 플랫폼 제공 뿐 아니라 자체 브랜드 제품을 개발, 판매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에는 아마존이 자사 브랜드 제품을 타사 제품보다 눈에 띄게 표시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자사 제품 판매를 촉진하기 위해 검색 알고리즘을 바꿨다는 보도도 나온다.
또 아마존에선 다수 타사 판매자가 아마존 마켓 플레이스에서 제품을 판매하고 있지만 아마존은 마켓 플레이스를 통해 타사 판매 데이터를 자사 제품 개발 도움을 주고 있었다는 것. 베조스도 타사 판매 데이터에 액세스하지 않는다는 자사 정책에 대해 이 정책을 위반한 적이 없다고 보장할 수 없다고 말하고 있다. 또 11월에는 EU가 마켓 플레이스에 출품한 소매 판매 데이터를 활용해 소매 시장에서 부당한 이득을 얻고 있다며 아마존을 독점 금지법으로 제소했다.
아마존이 경쟁자를 쫓아낸 사례로 들 수 있는 건 일단 아기용품 온라인 쇼핑몰로 인기를 모은 다이퍼스(Diapers.com)를 들 수 있다. 아마존은 2009년 다이퍼스닷컴을 무너뜨리기 위해 12단계를 정하고 아마존 내에서 기저귀 등을 대폭 할인해 고객을 빼앗았다. 다이퍼스닷컴 측 추산에 따르면 아마존 할인으로 인해 기저귀 1박스가 팔릴 때마다 7달러가 적자였지만 아마존의 고객 유치 효과는 충분했다. 아마존은 또 할인 실시 직후 다이퍼스닷컴을 운영하는 모기업 쿼드시(Quidsi)와 접촉해 인수 계획을 제의했다고 한다. 쿼드시는 아마존과의 가격 경쟁에서 이길 수 없다고 판단해 2010년 5억 달러에 다이퍼스닷컴을 아마존에 양도했다.
한 쿼드시 관계자는 아마존이 한 짓은 법을 위반한 것이라고 말해 거액을 바탕으로 적자를 내면서도 기저귀를 판매해 고객을 빼앗는 전략은 독점금지법 위반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아마존을 독점금지법에 제소하려고 해도 수천만 달러 비용과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비록 소송을 제기했더라도 쿼드시는 결과가 나오기 전에 파산해버릴 것이라고 말한다.
아마존이 경쟁을 벌인 건 e커머스 사이트 뿐 아니라 다양한 곳이 아마존 위협에 노출되어 있다. 예를 들어 아마존은 카메라 삼각대를 판매하는 브랜드인 라벨리(Ravelli). 아마존은 라벨리에 착안해 2011년 라벨리 삼각대와 같은 구성과 디자인을 갖춘 자사 브랜드 삼각대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2015년에는 아마존에서 라벨리 삼각대를 신뢰도에 문제가 있다며 일시 판매 중단하는 사태가 일어났고 현재 라벨리 매출은 전성기보다 훨씬 우울한 상태다.
보도에 따르면 아마존 마켓 플레이스에서 판매되는 경쟁 업체 제품에 가짜 라벨 판매자 계정을 인증하겠다는 명목으로 제조자 상세 정보를 요구하고 있다고 한다. 이 정보를 바탕으로 아마존은 동일 제조자에게 연락해 자사 제품을 만들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아마존은 타사 판매자의 공급자에 대한 정보를 자사 브랜드 제품에 사용하고 있지 않다고 부정하고 있다.
또 양모 등 친환경 소재를 이용한 신발제조사 올버드(Allbirds)도 아마존이 유사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아마존이 개발, 판매하는 신발은 올버드 신발과 모양이 비슷하지만 친환경이 아니며 가격은 올버드 신발 절반 이하다. 아마존 측은 이에 대해 아마존 신발은 올버드 디자인을 침해하지 않았으며 고객 반응이 좋은 트렌드에 영향을 받은 제품을 제공하는 건 유통업계 상식이라고 밝히고 있다.
많은 기업이 아마존 전략에 타격을 받고 있는 반면 이 중에는 아마존과의 경쟁에서 승리한 기업도 있다. 예를 들어 아마존은 2016년 가구와 가정용품을 판매하는 온라인 사이트인 웨이페어(Wayfair) 사업을 분석하는 팀을 만들고 웨이페어 공급업체를 확인하고 아마존 내에서 가구 판매를 강화했다. 하지만 웨이페어는 이후에도 점유율을 확대했고 최근 분기 결산에서도 흑자를 기록했다.
온라인 쇼핑몰 플랫폼을 제공하는 쇼피파이(Shopify)도 아마존의 강력한 경쟁 업체로 입지를 강화하고 있다. 쇼피파이는 최종 사용자에게 직접 제품을 전달하는 게 아니라 판매자에 대한 온라인 판매 플랫폼을 제공하는 기업이다. 다양한 판매 업체 다양성을 추구하는 쇼피파이 모델은 아마존 타도의 열쇠로 불리며 2020년 블랙프라이데이 기간 중 총 매출은 50억 달러를 넘겨 아마존 마켓 플레이스를 웃돌았다.
또 아마존은 쇼피파이 비즈니스 모델을 복제하기 위해 비밀 팀인 프로젝트 산토스(Project Santos)를 만들었다고 한다. 아마존은 이렇듯 앞으로도 경쟁업체와 치열한 싸움을 계속할 것이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