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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신러닝이 신문 유료 고객을 찾는다?

다우존스가 발행하는 월스트리트저널(Wall Street Journal)은 대표 경제지 가운데 하나다. 1996년 경제지는 가장 먼저 인터넷판 wsj.com을 선보였고 인터넷 유료 판매에도 적극적이다. 이미 가입자 수만 해도 100만 명이 넘는다. 기사 대부분은 유료 구독자만 전문을 읽을 수 있도록 했고 구독료는 모든 기사를 읽는다면 연간 222달러, 학생은 49달러를 내야 한다.

물론 유료 서비스는 자칫 닫힌 서비스가 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인터넷 기사는 확산되지 않는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메일 주소를 등록해 가입자 외에도 유료 기사를 24시간 읽을 수 있는 게스트 패스를 발급하는 구조를 취하고 있다. 게스트 패스는 물론 누구에게나 발급되는 건 아니다. 지난 몇 년 동안 월스트리트저널 인터넷 사이트를 방문한 비가입자의 거주지나 사용 중인 운영체제, 기기, 읽고 있는 기사 내용 등 무려 60개가 넘는 항목을 모니터링해 평가하는 것. 물론 월스트리트저널이 파악하는 건 어디까지나 평가 항목일 뿐이며 평가 결과는 익명화되어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여기에 머신러닝을 이용해 독자별 판단을 예상해 대응을 하고 있다고 한다. 평가 결과를 분석해 비가입자를 특정 그룹으로 분류하고 향후 구독 여부를 머신러닝을 통해 예상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구독 가능성이 있는 독자에 대해선 유무료 구분을 엄격하게 설정하고 반대로 유료 콘텐츠를 구독할 가능성이 낮다고 생각되는 사람이라면 무료로 기사를 한 번 보여줘서 유료 콘텐츠로 유도하고 게스트 패스를 발행, 유료 콘텐츠에 관심을 갖게 하는 대응을 한다.

월스트리트저널의 게스트 패스 발행이 앞으로 유료 콘텐츠를 구독할 방문자 성향을 높은 정밀도로 예측해 이뤄지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24시간 한정해 무료로 기사를 공개하는 이 같은 방식 외에도 기자가 쓴 기사를 무료로 SNS를 통해 공개하는 제도를 마련하는 등 비가입자에게도 기사를 공유할 수 있는 방법을 계속 모색하고 있다. 이런 노력 덕분인지 월스트리트저널 유료 가입자 수는 지난해 108만 명에서 올해 2월 기준으로는 140만 명까지 뛰어오른 상태다.

전통적으로 신문사의 가장 큰 수익원은 광고다. 하지만 이런 광고는 온라인화와 디지털화가 진행되면서 진입장벽이 낮아지고 대체 혹은 경쟁 대상이 빠르게 늘면서 줄어드는 추세다. 물론 광고 외에도 전통적인 지면 신문은 판매라는 또 다른 수익원이 있었지만 신문 판매가 급감하면서 이미 무너진 상태다.

이렇다 보니 광고 의존도가 높은 건 자연스럽다. 몇 년 전부터는 인터넷에선 광고 차단 기능을 막는 해외 언론사를 볼 수 있었다. 지난 2016년 뉴욕타임즈는 웹사이트 광고를 사라지게 해 페이지 표시 속도를 높이거나 통신 용량을 줄이는 대신 해당 매체 입장에선 광고 수익을 줄일 수 있는 애드블록 같은 광고 차단 기능을 사용하면 기사를 볼 수 없도록 한 바 있다. 메인 페이지에 있는 제목은 그대로 보이지만 해당 기사를 보려고 누르면 신문 광고 수입으로 유지되는 만큼 기사를 보려면 유료 버전 등록을 해 광고 차단을 해도 볼 수 있도록 하거나 광고 차단 기능을 해제하도록 한 것이다.

뉴욕타임즈 외에도 독일 빌트(Bild)나 프랑스 일간지 르몽드(Le Monde) 역시 마찬가지로 광고 차단 기능을 이용하면 광고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는 메시지가 나오도록 했다. 프랑스의 경우 전체 인터넷 사용자 10명 중 3명이 광고 차단 기능을 이용하고 16∼24세 사이에선 53%가 광고 차단 기능을 쓴다는 조사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광고 수입이 신문사에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큰 수입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광고 차단 서비스로 인해 광고가 보이지 않으면 신문사 수익에도 큰 타격이 되는 건 분명하다.

물론 다른 수익원 창출도 고민한다. 뉴욕타임스의 경우 지난 2016년 레시피 검색 사이트인 NYT쿠킹(NYT Cooking)을 통해 음식 배달 서비스인 셰프드(Chef’d)와 손잡고 레시피 재료 키트를 온라인으로 주문할 수 있는 서비스를 발표하기도 했다. 뉴욕타임스는 2014년부터 레시피 검색 서비스를 제공해왔는데 재료를 주문하면 일주일 분량 재료를 받아볼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하지만 이런 부분 유료화가 기존 수익을 대체하기는 어려운 게 사실이다. 이런 점에서 뉴욕타임스는 무료 기사 건수에는 제한을 두고 이보다 많은 기사를 읽으려고 하면 유료로 결제를 해야 하는 종량제 유료화를 도입하기도 했다. 완전 유료화처럼 아예 닫힌 콘텐츠가 되지 않도록 하면서 유료화를 시도한 것이다.

앞선 예처럼 월스트리트저널은 성공적인 곳 가운데 하나다. 지난해 108만 명을 기록한 디지털 구독자가 내는 돈은 월스트리트저널 전체 구독료 수입 가운데 절반에 이른다고 한다. 이에 비해 국내 신문사의 경우에는 콘텐츠를 포털 사이트에 모두 게재하고 있어 구독 형태 혹은 종량제 같은 유료화는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여기에 돈을 내고 볼 만한 콘텐츠냐 아니냐는 신뢰도가 없다는 점도 고민이 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해외 매체의 유료화는 국내에선 남의 일처럼 보일 수도 있다. 어쨌든 월스트리트저널이 유료화 가능성이 있는 고객을 판단하기 위해 기술(머신러닝)을 도입하는 등 치밀한 분석을 하는 걸 보면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매체 역시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줄 알아야 하는 시대라는 사실만은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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