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 주행 트럭을 개발 중인 스타트업 임바크(Embark)가 미국 횡단에 성공했다고 한다. 임바크는 지난 2016년 샌프란시스코에서 설립된 기업으로 트럭 같은 대형 수송 차량을 대상으로 한 자율주행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와이콤비네이터 지원을 받는 한편 아우디와 스페이스X 같은 기업 출신 엔지니어가 포진하고 있어 높은 기술력을 통한 자율주행 기술 개발로 주목받고 있다.
임바크가 개발 중인 자율주행 기술은 차량 센서를 통해 확보한 데이터를 기계학습해 처리하는 구조를 취한다. 고해상도 지도는 이용하지 않는다. 따라서 자율주행을 할 때에도 미리 자세한 경로 정보를 확인할 필요가 없고 새로운 경로가 나와도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 당연히 비용도 낮아진다는 장점을 기대할 수 있다.
임바크의 자율주행 트럭은 이미 LA에서 엘파소 사이 1,000km 장거리 구간에 걸쳐 자율주행에 성공한 바 있다. 이어 이번에는 미국 서해안에 위치한 LA에서 동부 잭슨빌까지 무려 3,900km 구간을 주행하는 자율주행 미국 횡단에 도전, 5일에 걸쳐 예정 경로를 무사히 달리는 데 성공한 것이다.
임바크 자율주행 트럭은 110km/h 속도를 유지하면서 고속도로 위를 주행했고 자율주행 시스템이 차선을 알아서 인식하고 곡선 주행도 간단하게 처리해냈다. 앞서 느린 차량을 발견해도 충분히 차간 거리를 유지하다가 추월 차선을 통해 추월하고 그 다음에는 다시 주행 차선으로 차선을 변경하는 등 일반 운전과 마찬가지로 주행을 해냈다.
물론 임바크가 개발 중인 자율주행 시스템은 트럭 운전사를 완전히 컴퓨터로 바꾸려는 목적으로 개발하는 게 아니다. 운전자의 부담을 줄이는 데 목적을 두고 있는 것. 복잡한 도심 주행은 인간이 맡고 고속도로처럼 비교적 교통량이 적고 단조로운 구간에선 자율주행 시스템이 주행을 맡는 식이다.
이번 미국 횡단 주행에서도 긴급 상황에선 자율주행 모드에서 인간이 직접 운전하는 수동 모드로 전환할 수 있도록 운전석에 사람이 대기하고 있었다고 한다. 이렇게 운전자가 운전석에 대기하는 형태로 자율주행 트럭이 개발 중이긴 하지만 결국에는 운전자가 아예 없는 완전 자율주행 기술 확보를 목표로 한다. 이번 미국 횡단에서도 자율주행을 했기 때문에 5일 안에 이만한 거리를 갈 수 있었다. 자율주행을 하면 당연히 운전자의 휴식이 필요 없기 때문. 자율주행 기술이 완성된다면 트럭 의존도가 높은 미국 내 물류 시스템에 커다란 변화가 예상되는 이유다.
자율주행 시스템을 대형 트럭을 중심으로 먼저 도입하려는 시도는 여러 기업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를 보유한 독일 다임러는 지난 2015년 대형 트레일러 프레이트라이너 인스피레이션 트럭(Freightliner Inspiration Truck)을 공개한 바 있다. 다임러는 지난 2014년 컨셉트카를 선보이면서 자율주행 기술인 하이웨이 파일럿(Highway Pilot)을 공개한 바 있다. 트럭을 통한 교통사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다.
2025년까지 실용화를 목표로 하는 이 기술은 차체 주위에 설치된 카메라, 프런트 그릴에 위치한 레이더를 통해 주위 상황을 실시간으로 파악한다. 고속도로에서 차선을 감지하는 건 물론 언제든 운전자가 수동 주행으로 전환할 수 있다. 고속도로에서 일반 도로로 들어가면 일반 트럭과 마찬가지로 사람이 운전하게 된다.
다임러 역시 자율주행 트럭이 운전자의 일자리를 빼앗는 게 아니라 안전성을 높이고 운전자의 능력을 높여줄 것이라고 어필한다. 자율주행 모드를 이용하면 운전자의 졸음이 25% 줄어든다고 밝히기도 했다.
우버가 인수한 자회사 오토(Otto) 역시 자체 개발한 자율주행 시스템을 이용해 지난 2016년 버드와이저 맥주 4만 5,000개 캔을 싣고 160km 거리를 운전자 없이 주행하는 데 성공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우버는 차량 공유 서비스를 대표하는 주자다. 하지만 리프트를 비롯한 후발주자가 진입하면서 이 시장 역시 포화 양상을 보인다. 이런 가운데 우버가 오토를 인수해 자율주행 트럭을 개발하는 건 우버가 화물 운송 서비스인 우버프레이트(UberFreight) 등에 접목하려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물론 당시 실험에서도 버드와이저 측이 오토에 위탁 비용으로 450달러를 냈다고 한다.
자율주행 시스템은 점차 현실이 되어가고 있다. 지난해 11월 테슬라는 전기를 작동하는 트레일러 세미(Semi)를 발표했다. 2019년부터 생산을 시작할 세미는 기존 디젤 엔진이 아닌 연료 없이 리튬이온 배터리만으로 한 번 충전하면 800km에 달하는 거리를 주행할 수 있다.
세미는 모터 4개를 이용해 주행한다. 제로백은 5초로 이를 통해 36톤 화물을 잡아당긴다고 가정하면 20초로 계산할 수 있다. 이 상태에서 연속주행 가능 거리가 최소 480km에서 800km라는 것이다.
물론 이 트럭에도 테슬라의 자율주행 기술인 오토파일럿이 들어간다. 플래튠 주행으로 불리는 집단 주행도 가능하다. 이를 통해 공기 저항을 줄이고 총 소비전력을 낮추는 한편 운영비용까지 내리는 걸 목표로 한다. 테슬라의 설명에 따르면 일반 트레일러보다 세미는 2년간 20만 달러 이상 비용 절감이 가능하다고 한다. 2년이면 비용을 회수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미국에선 트럭이나 택시 운전사를 합치면 고용 인력이 400만 명 이상이라고 한다. 트럭운전사는 그 중에서도 미국 내 30개 주에서 가장 많은 직업을 형성하고 있다. 평균 연봉은 4만 달러 이상으로 블루칼라가 중산층 월급을 받을 수 있는 몇 안 되는 직업으로 꼽힌다. 하지만 지난 몇 년 사이 5만 명 넘는 트럭 운전사 부족 현상을 보였고 자율주행 트럭이 등장할 때까지도 이런 추세는 계속될 전망이다. 자율주행 트럭은 효율적이면서도 저렴한 비용으로 안전한 운송을 기대할 수 있다. 또 수백만 명에 달하는 생명을 사고에서 구할 수 있을 잠재력도 있다. 다만 그 탓에 수백 만 명이 직업을 빼앗길 수 있다는 두려움을 느끼게 하기도 한다.
실제로 미국트럭협회(American Trucking Association)에 따르면 미국 내에서 달리는 화물 트럭은 지난 2015년 기준 미국 내 전체 화물 운송량 중 67%를 차지한다. 연간 92억 톤에 달하는 화물을 날랐다고 한다. 하지만 자율주행 트럭이 등장하면 트럭운전사 180만 명 정도가 실직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