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유행에 따라 수많은 국가에서 생필품과 의류, 식료품 사재기가 발생하고 있으며 일부 국가에선 화장지 품절이 잇따르고 있다. 갑자기 주목 받는 세계에서 가장 과소평가되고 있는 문화재라고까지 불리는 화장지의 역사는 어떤 것일까.
새로운 감염 유행은 다양한 문제를 일으킬 것이라는 예상은 많은 사람들이 하던 것이다. 하지만 코로나19 유행에 따라 화장지가 슈퍼 선반에서 없어질 것이라고 예상한 사람은 많지 않다. 실제로 우리나라에선 그렇지 않지만 해외 많은 국가에선 화장지를 사재기해 슈퍼마켓 선반에서 화장지가 사라지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한 전문가는 화장지 사재기는 자신의 일상을 제어하고 싶어 하는 욕망의 표현이라고 말한다. 새로운 감염 유행이라는 불확실한 상황에 직면한 사람은 안정된 일상의 상징으로 화장지를 요구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은 화장지가 당연한 존재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오랫동안 사람들은 엉덩이를 닦는 종이를 갖고 있지 않았다. 오스트리아 북부에 위치한 청동기 시대 소금 광산 유적에는 머위 잎으로 엉덩이를 닦았다는 증거가 남아 있다. 독일 바이에른 지방에선 아직도 머위를 엉덩이 식물(Arschwurzen)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엉덩이를 닦는 종이에 관한 첫 기록은 6세기 중국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남북조 시대 학자인 안지추(顔之推)는 후손에게 물려줄 가훈으로 쓴 안씨가훈에서 오경 문헌과 해석, 현인의 이름이 적힌 종이를 엉덩이에 부정한 목적으로 사용할 생각을 하지 말라고 말했다는 것. 이는 당시 중국에서 이미 엉덩이를 닦을 종이를 사용하는 문화가 있었다는 걸 시사한다. 또 9세기 중국을 방문한 아라비아인이 중국인은 청결에 별로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다며 용변을 본 뒤 물로 씻지 않고 종이로 닦는다고 적었다.
1399년 명나라에선 궁인 엉덩이를 닦기 위한 60×90cm 크기 종이를 72만장 사용했다는 기록이 있다. 초대 황제 주원장과 그 가족은 특히 부드럽고 향기가 있는 종이를 사용하는 게 허락됐다고 한다. 1년에 1만 5,000장에 이르는 특수 종이를 소비했다고 한다.
중국에선 종이를 이용해 엉덩이를 닦는 문화가 일찌감치 있었지만 유럽에선 엉덩이를 닦는데 오랫동안 넝마와 양모공, 식물 잎, 건초 등을 사용했다. 에스토니아에서 발견된 중세 화장실에선 엉덩이를 닦는데 사용한 천 조각이 다수 나왔다. 옷감은 오래된 것으로 일부는 최고급 양모로 만들어진 직물도 있었다고 한다. 옷감 질에서 엉덩이를 닦는 사람의 사회적 지위를 알 수 있다고 한다.
엉덩이를 닦는 종이를 사용하는 습관이 유럽에서 대중화된 건 16세기의 일이다. 신문 보급과 산업 용지 생산 발달로 종이가 위생 용품으로 사용되기 시작한 것이다. 19세기 후반 영국에선 수세식 변소가 대중화됐는데 하수구를 막히는 일 없도록 하기 위해 특별한 종이로 만든 화장지가 개발된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