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무기는 세계에 다양한 영향을 줬지만 분자 수준 세계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예를 들어 방사성 동위 원소인 탄소14 존재 비율을 기반으로 한 연대측정법인 방사성탄소연대측정법은 핵실험에 의한 방사선 영향을 크게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핵무기 탄생 이후 생산된 강철 역시 핵실험에 따른 방사성 영향을 받기 때문에 방사선 미량을 검출하기 위한 장치에는 침몰선에서 인양한 강철(Low-background steel)을 이용하고 있다.
1850년 베세머제강법(Bessemer process)은 녹은 쇳물에 포함된 불순물과 불어 넣은 공기 사이의 산화환원반응을 만들어 불순물을 산화물로 제거하는 방법이다. 이 방법이 탄생하면서 철강 생산 비용은 6분의 1 정도로 감소하고 생산량과 생산 속도 증가 또 철강 생산에 필요한 노동력이 줄었다.
현대에 사용되는 전로(converter) 역시 베세머제강법을 기반으로 한다. 다만 공기 대신 순수한 산소를 불어넣는다는 점이 다르다. 공기를 불어넣는 경우 공기 중 80%를 차지하는 질소가 전로 온도를 낮추고 강철 중에 혼합, 불순물이 되어 버린다는 게 이유다.
베세머제강법 이후 철강 공정의 공통점은 모두 산소를 이용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1945년 7월 16일 미국에서 열린 인류 첫 핵 실험인 트리니티 이후 분위기는 코발트60 등 방사성 불순물이 포함되게 됐기 때문에 산소를 불어넣을 때 이런 방사성 불순물이 혼입되어 버리게 됐다. 따라서 1945년 이후 생산된 강철은 방사성을 조금 갖고 있다.
오래된 철강을 재활용할 때 새로운 강철을 섞기 때문에 재활용으로 태어난 강철은 방사성 불순물을 포함한다. 또 용광로 마모를 확인하기 위해 코발트60을 내화 벽돌에 혼입하는 수법도 등장했기 때문에 극히 미량 방사성 불순물이 강철에 포함되게 됐다.
방사성 불순물을 포함한 철강을 가이거-뮐러 카운터(Geiger-Müller Counter) 같은 방사선 검출 장치에 이용하면 철강 자체가 방출하는 방사선이 노이즈가 되버려 방사선을 검출할 수 없다. 따라서 가이거 카운터 등 제조에 방사선을 내지 않는 강(Low-background steel)이 필요한 것이다.
이 강(Low-background steel)의 귀중한 공급원이 되고 있는 건 제2차세계대전 종결 이전의 난파선이다. 바다는 방사선을 감쇠해줘서 트리니티 이전에 침몰한 선박 철강은 방사선 영향을 거의 받지 않고 미량 방사선을 검출하는 기기 제조에 적합한 것이다. 예를 들어 제1차세계대전 이후 자침한 스카퍼플로우 독일 함대에서 다량으로 이 강철을 얻을 수 있었다고 한다. 최근에는 핵실험을 금지하는 다양한 협약이 제정되어 방사성동위원소는 반감기가 짧다는 이유로 철강의 방사능은 매년 감소하고 있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