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양에 위치한 마셜제도 루니트 섬(Runit Island)에는 냉전 시대 미국이 남긴 핵폐기물을 담은 건축물이 있다. 이 건물은 기후 변화 탓에 파괴되면서 플루토늄이 유출될 가능성이 계속 지적되고 있다.
냉전 시대 미국은 마셜제도 근처에서 67번 핵실험을 실시했다. 실험 결과 마셜제도에 존재하는 섬 40개 가운데 4개가 소멸됐고 마셜제도 주민과 해양자원 등이 다수 피폭했다. 마셜제도에는 핵폐기물을 담은 돔형 건물이 남아 있는데 이 건축물은 무덤으로 불린다.
마셜제도가 핵무기의 무덤이 된 건 마셜제도에 대한 보상을 논의하기 위해 미국과 마셜제도 측은 핵 피해 보상 기구를 설치했다. 이어 2001년 미국이 마셜제도에 23억 달러 보상금을 지급할 의무를 인정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400만 달러 밖에 지급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에 대해 마셜제도 미국 대사는 핵실험 영향을 받은 이들의 이주비와 의료비에 6억 달러를 지불하고 이 금액은 인플레로 환산하면 10억 달러에 상당한다고 논평했다.
또 마셜제도 정치인들은 미국 정부에 도움을 요청하는 로비 활동을 실시했지만 미국 측은 핵무기 무덤은 마셜제도에 위치하고 있으며 마셜제도공화국의 책임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에 대해 마셜제도공화국 대통령은 지난 9월 왜 이 같은 핵무기 무덤이 우리의 것이 되어야 하냐면서 쓰레기는 필요 없다고 비난을 하기도 했다.
미국 핵실험 이후 마셜군도에서 출생할 때 결함을 갖고 태어나는 태아 수는 증가했다고 한다. 2016∼2019년에는 물고기 변사나 산호 개체수 감소 같은 보고가 다수 있었다고 한다. 또 지난 7월 미국 콜롬비아대학 연구팀은 마셜군도 일부 지역에선 체르노빌을 능가하는 방사선 농도를 검출했다는 취지의 논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토양 샘플과 해양 퇴적물, 과일 등을 검사한 결과 마셜제도에 있는 비키니 환초 등 몇 군데에서 방사성동위원소 농도가 미국과 마셜군도공화국 사이 협정에서 정한 노출 한도를 훨씬 웃돌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이 논문은 해수면 상승 탓에 핵무기 무덤에서 방사성 동위원소가 누출되는 걸 시사하기도 했다.
보도에 따르면 미 공군 관계자는 돔이 고장나면 미국 측에 수리할 책임이 있다는 발언이 핵무기 무덤 건축 관련 회의록에 남아 있다고 한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