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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자가 트럼프 정권 관세 인상 계획을 우려하는 이유

도널드 트럼프 차기 미국 대통령은 모든 수입품에 대해 10~20% 관세를 부과하거나 중국산 수입품에는 더 높은 관세를 설정하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런 트럼프의 관세 인상 계획에 대해 경제학자가 우려하는 이유는 뭘까.

1960년대 미국과 서독을 포함한 유럽 국가 사이에서 발생한 치킨 전쟁을 예로 들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서독에서는 미국산 닭고기 소비가 증가했다. 1962년에는 미국 양계 농가가 서독에서만 5,000만 달러(현재 가치로 환산하면 5억 달러) 이상 닭고기를 수출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이에 유럽 농가가 반발했기 때문에 이후 유럽연합(EU)으로 이어지는 유럽경제공동체가 미국산 닭고기에 관세를 부과했다. 이로 인해 원래 1.6달러였던 닭고기 2.3kg 가격은 2.25달러로 상승했다.

결과적으로 서독으로의 닭고기 수출액은 대폭 감소했다. 당연히 이에 미국 양계 농가와 정치인은 격분했다. 다트머스 대학 경제학 교수인 더글러스 어윈 교수는 치킨 전쟁은 흥미로운 이야기라며 독일은 거대한 닭고기 시장이었기 때문에 미국은 독일인을 괴롭히면 닭고기에 대한 그들의 생각이 바뀔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에 미국은 1963년 서독 주요 산업이었던 자동차를 겨냥해 소형 트럭 등에 25% 관세를 부과했다. 그 결과 폭스바겐의 미국 트럭 판매대수는 절반으로 줄었고 이후에도 회복되지 않았다.

이 전쟁으로 인해 독일 소비자는 닭고기를 사기 위해 더 많은 금액을 지불해야 했고 미국 소비자는 트럭 선택지가 줄어들었다. 이는 관세가 가져오는 영향을 보여주는 완벽한 사례라고 한다. 보도에선 관세 효과에 대해 특정 산업을 보호하면서 소비자에게 타격을 주고 각국 행동을 변화시키려는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지난 수십 년간 무역 정책에서 관세가 큰 논점이 되는 경우는 많지 않았지만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는 트럼프는 관세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실제로 트럼프는 1차 정권 하인 2018년 세탁기에 관세를 부과했다. 이로 인해 세탁기를 수입하는 무역회사가 미국 정부에 관세를 지불해야 하는 의무가 발생했고 결과적으로 그 관세는 판매가격 상승으로 소비자에게 전가됐다.

어윈 교수는 관세 목적은 어떤 의미에서 그런 상품 수요를 줄이고 국내 생산자를 위한 공간을 만드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관세 도입 후에는 삼성과 LG 같은 미국 외 기업뿐 아니라 미국산 세탁기 가격도 상승했다. 이는 가격 상승으로 인해 해외산 세탁기 수요가 감소하면서 국내 세탁기 수요가 높아졌기 때문에 미국산 세탁기 가격을 인상할 여지가 생겼다는 걸 의미한다.

더구나 세탁기와 세트로 구매되기 쉬운 건조기는 직접적으로 관세가 부과된 건 아니었지만 세탁기와 마찬가지로 가격 인상이 발생했다. 관세는 직접 관세가 부과된 상품뿐만 아니라 다른 상품에도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세탁기에 대한 관세는 국내 일자리 창출을 목적 중 하나로 하고 있었다. 실제로 삼성과 LG 같은 해외 기업이 미국 내에 공장을 설립했기 때문에 1,800명 정도 고용이 증가했다고 한다.

미국은 세탁기에 대한 관세로 연간 8,200만 달러 세수를 얻었지만 소비자 추가 부담은 15억 달러에 달했다. 다시 말해 소비자는 미국 내 일자리를 하나 늘리는 데 81만 5,000달러를 지불한 셈이다. 이는 일자리 창출 시도로서는 비용 대비 효과가 낮은 것이며 경제학자가 관세를 선호하지 않는 이유 중 하나가 되고 있다.

또 트럼프는 2018년 철강과 알루미늄에도 관세를 부과했다. 이는 국제무역규칙을 위반한 중국에 대한 제재에 더해 국가 안보를 강화하는 것도 의도했다.

하지만 이런 재료는 군수품 뿐 아니라 자동차와 기타 일용품에도 사용된다. 따라서 철강과 알루미늄을 사용하는 미국 내 기업은 관세 비용이 들지 않는 해외 경쟁사에 비해 불리한 입장에 놓이게 됐다.

어윈 교수에 따르면 관세로 인한 상류 공정에서의 일자리 창출보다 하류 공정에서 잃게 되는 일자리가 더 많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고 한다. 2018년 도입된 관세 영향은 확실히 중국으로부터의 제조업 이전을 촉진했지만 전체 고용은 감소하고 소비자 부담은 증가하는 등 경제적인 측면에서 단점이 많아졌다.

하지만 이후 조 바이든 정권에서도 트럼프의 관세는 유지됐다. 일단 관세가 도입되면 그로 인해 이득을 보는 이해관계자가 관세를 유지하도록 요구하는 한편 정권도 관세 철폐를 카드로 갖고 싶어 하기 때문에 쉽게 철폐되지 않는 게 현실이다.

실제로 이미 미국 양계 농가는 유럽 시장을 그다지 신경 쓰지 않고 있지만 60년이 지난 지금도 미국은 소형 트럭에 25%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어윈 교수는 아직도 치킨 전쟁의 유산을 안고 살아가고 있다면서 이게 역사가 주는 교훈이라며 일시적으로 어떤 업계를 돕기 위해 관세를 부과할 때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트럼프는 차기 정권에서 중국에서 수입하는 모든 물품에 60%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주장하는 한편 그 외 모든 수입품에도 10~20%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는 생각을 밝혔다.

몇몇 조사에 따르면 이 관세로 인해 미국 가구는 연간 1,700달러 추가 지출을 강요당할 뿐만 아니라 68만 4,000개 이상 일자리가 사라질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더구나 이 추산은 국내 제조업체의 편승 가격 인상이나 다른 국가로부터 보복성 관세가 부과될 가능성을 고려하지 않은 것이다. 외국이 미국 제품에 관세를 부과할 경우 미국 기업 수입이 감소해 일자리가 사라지거나 미국 세수가 줄어들 위험이 있다.

트럼프는 관세로 얻은 세수를 국내 감세 재원으로 사용하려고 생각하고 있다. 조사에 따르면 새로운 관세로 2,700억 달러 세수가 얻어질 것으로 추정되며 이는 미국 연간 세수액 5%에 해당한다고 한다.

트럼프의 관세 정책은 단기적으로 경제에 타격을 줄 것으로 예상되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는 불투명하다. 보도에선 트럼프는 그 결과를 알기 위해 치킨 레이스를 하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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