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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K 영상으로 보는 ‘우주가 끝날 때까지’

지구에 빛을 주는 에너지는 태양에서 비롯되지만 태양도 언젠가는 소멸되고 결국 우주는 블랙홀로 가득해진다. 이 같은 우주가 끝날 때까지의 이야기를 4K 고화질에 담은 영상이 있어 눈길을 끈다.

여행의 시작은 2020년. 화성 식민지로 보이는 건축물 등 미래에 있을 만한 모습을 지나 시간의 흐름이 가속된다. 3000년경에는 지자기가 반전을 일으키고 4000년에는 혜성이 지구 근처를 찾는다. 5000년경에는 대규모 수위 상승이 일어나 인류의 흔적을 씻어낸다. 하지만 앞으로 일어날 우주의 끝에서 본다면 아직 시작에 불과하다.

1만 1,000년 경에는 초신성 폭발이 일으켜 밤하늘이 빛나고 3만 2,000년에는 우리가 알고 있던 별자리의 모습은 달라지기 시작한다. 지구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인공물이 된 보이저1호가 가장 가까운 태양계 밖 별에 도착하는데에는 4만 년이 걸린다.

결국 인류가 달에 남긴 발자국도 흙으로 덮여 보이지 않게 되고 1,000만 년 이상 지나면 태양계 행성에도 이변이 일어난다. 화성의 위성이 테를 형성하고 토성 고리는 사라진다. 수명을 다해가는 태양은 한층 밝아지기 시작한다. 그 영향으로 지구에 있는 식물이 사라지고 바다는 마른다. 모든 생명이 타들어가는 지옥이 되어버리는 것.

죽어가는 태양은 적색거성이 되어 팽창하면서 지구와 태양계 행성을 삼킨다. 핵융합 반응을 수렴하고 태양은 태양계 밖 우주에 떠있는 차가운 백색 왜성이 된다. 태양 이외의 다른 별도 곧 같은 운명이 되면서 하나씩 사라진다.

별이 죽어가는 가운데 우주는 극적인 드라마처럼 막을 내리는 게 아니라 조용히 죽어간다. 100조년 뒤에는 마지막 적색 왜성의 불이 꺼지면서 우주는 쇠퇴기에 들어선다. 우리의 태양은 죽은 별로 비교적 온도와 밀도가 높은 백색 왜성이 될 것으로 전망되지만 그래도 한때 지구에서 보면 맑은 밤하늘에 보이는 보름달 정도 밝기 밖에 안 된다.

백색왜성의 아련한 빛만이 우주의 빛이 되고 만일 차가워진 우주에서 살아남은 생명이 있다면 백색왜성 근처에 피난을 갈 것이다. 하지만 우주 문명이 존재해 백색왜성에 있는 조금 남은 에너지에 의지해 연명해도 영원히 지속될 수는 없다. 백색왜성은 곧 빛과 열을 방출하지 않는 흑생왜성이 된다.

별이 이 상태가 되려면 엄청나게 오랜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흑색왜성은 현재 우주에는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간주된다. 은하 중심에 있던 초거대 블랙홀은 모든 물체를 삼키고 블랙홀에 삼켜지는 물질의 소용돌이만이 우주의 마지막 에너지원이 된다. 모든 빛은 관측할 수 없게 되고 원자 자체도 붕괴되는 그러니까 모든 물질이 파괴된다.

흑생왜성까지 사라진 뒤에는 더 이상 정상적인 물질은 존재하지 않고 빛과 블랙홀만 남는다. 블랙홀 시대가 개막하는 것이다. 블랙홀 시대는 너무 길기 때문에 지금까지 우주가 거듭난 세월을 인간의 일생에 비유한다면 이제 막 탄생한 셈이라고 할 수 있다.

거대 블랙홀 주위를 작은 블랙홀이 돌면서 서로를 흡수하고 성장해간다. 부딪치는 블랙홀의 충격이 우주를 드럼처럼 치면서 중력파가 공간과 시간을 흔든다. 블랙홀 표면에는 긍정적 에너지 입자와 부정적 에너지 입자가 끊임없이 분열과 충돌을 반복하지만 블랙홀에 한쪽이 삼켜져 사라질 수 있다.

블랙홀의 질량이 마이너스를 삼키면 블랙홀의 질량은 감소한다. 따라서 블랙홀은 곧 증발해 사라져 버린다. 암흑 에너지가 가져올 우주의 끝은 아직 예측하지 못한다. 어떤 시점에선 팽창에서 수축으로 변하고 있는 점 혹은 팽창을 계속해 우주 구조 자체가 붕괴되는 일이 일어날 수도 있다.

우주의 끝에 대해선 몇 가지 재미있는 가설이 있다. 지적 생명체가 엄청난 에너지를 집중시켜 우주에 구멍을 뚫어 새로운 우주에 문을 만들어 자신의 우주가 죽기 전에 피난을 가는 것 아니냐는 재미있는 얘기도 있다. 다원 우주끼리 생존 경쟁이 벌어질지도 모른다. 만일 우주를 벗어나지 못한다면 우주와 운명을 함께 하게 된다. 블랙홀조차 증발하고 절대 영도가 된 우주는 결국 엔트로피가 증가하지 않는다. 우주의 이야기는 진정한 끝을 맞이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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