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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프 베조스, 워싱턴포스트에 해리스 지지 기사 게재 막으려 했다?

미국 유력 신문사인 워싱턴포스트가 오는 11월 5일 미국 대통령 선거와 관련해 특정 후보를 지지하지 않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민주당 후보인 카말라 해리스를 지지하는 기사를 준비했지만 2013년 워싱턴포스트를 인수해 소유주가 된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조스 지시로 게재가 보류됐다고 한다.

워싱턴포스트는 1976년 이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민주당 후보를 지지하는 기사를 게재해왔다. 2016년과 2020년 대선에서도 워싱턴포스트는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가 아닌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과 조 바이든을 지지하는 사설을 게재했다.

오는 11월 5일 투표가 실시되는 미국 대선에서도 워싱턴포스트는 민주당 후보인 해리스를 지지하는 기사를 작성하고 게재를 준비하고 있었다. 하지만 10월 25일 워싱턴포스트는 이번 선거에서 특정 대통령 후보를 지지하지 않을 것이며 향후 대선에서도 같은 방침을 유지할 예정이라며 특정 대통령 후보를 지지하지 않는다는 원점으로 돌아가고 있다고 주장하는 기사를 게재했다.

워싱턴포스트가 언급하는 원점이란 같은 신문사 편집위원회가 1960년 발표한 성명을 가리킨다. 당시 성명은 워싱턴포스트는 대통령 선거에서 어느 후보도 지지하지 않는다며 이는 자사 전통이며 지난 6번 선거 중 5번에서의 자사 행동과 일치한다고 밝혔다.

이번에 워싱턴포스트가 대통령 후보 지지를 하지 않는 건 1988년 이후 36년 만의 일이라고 한다.

워싱턴포스트는 특정 대통령 후보 지지 기사를 게재하지 않기로 한 이번 결정은 워싱턴포스트 소유주인 제프 베조스에 의해 내려진 것이라고 익명 관계자 2명 말을 인용해 설명했다.

반면 워싱턴포스트 윌 루이스 CEO는 워싱턴포스트 소유주로서의 베조스 역할과 지지 후보에 관한 기사를 게재하지 않기로 한 결정에 관한 보도에는 부정확한 내용이 있었다며 베조스가 추천문 게재에 개입한 적이 없으며 독립적인 신문사인 자사는 독자 스스로가 투표할 대통령 후보를 결정하는 능력을 지원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렀다며 추천문 게재에 베조스가 개입했다는 걸 부인했다.

루이스는 이번 결정이 특정 후보에 대한 암묵적 지지나 다른 후보에 대한 비난, 책임 회피로 해석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다며 이는 피할 수 없는 일로 이번 결정은 미국 윤리에 봉사하기 위한 인격과 용기, 법치에 대한 존중, 모든 상황에서의 자유 존중이라는 대통령이 해야 할 행위와 일치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결정에 대해 많은 독자로부터 부정적인 의견이 쏟아졌으며 그중에는 파시즘이냐 민주주의냐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선거가 열리는데도 그저 방관만 하는 것이냐. 워싱턴포스트는 비윤리적이고 끔찍한 겁쟁이, 워싱턴포스트는 윤리와 도덕보다 비즈니스를 우선시한다. 이번 결정으로 구독을 취소하겠다는 강한 비판도 포함되어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전통적으로 일상 뉴스와 선거 관련 오피니언 기사를 구분해서 운영해왔지만 이번 결정으로 인해 워싱턴포스트 사내 오피니언 스태프 다수가 동요하고 있다고 한다. 또 워싱턴포스트 편집장인 로버트 케이건이 이번 결정에 항의하며 사임했다고 보도됐다.

워싱턴포스트 노동조합인 워싱턴포스트 길드는 미국 언론사인 워싱턴포스트가 가장 중요한 선거를 불과 11일 앞두고 이번 결정을 내린 것에 대해 깊이 우려하고 있다며 이번 결정에 관한 기사가 편집위원회가 아닌 루이스에 의해 게재된 것 역시 베조스를 포함한 경영진이 편집부 스태프 업무에 간섭했을 것이라는 의혹을 강화시키고 있다면서 이번 결정으로 독자 구독 취소가 잇따르고 있으며 이 결정은 독자로부터 신뢰를 잃을 뿐 아니라 스태프 일을 망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인 카렌 아티아는 이번 결정은 인권과 민주주의의 소중함을 호소하기 위해 자신의 경력과 목숨을 걸어온 회사에 대한 모욕이라고 지적했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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