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이 크롬을 통한 사용자 데이터 수집과 관련해 집단 소송에 직면했다. 8월 20일 미국 항소법원은 구글이 데이터를 수집하지 않는다는 오해를 사용자에게 심어줬다는 이유로 이 소송을 기각했던 이전 판결을 뒤집었다.
이번 소송은 2020년 크롬 동기화 기능이 활성화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데이터가 수집됐다는 주장을 제기한 집단 소송에서 비롯됐다. 원고인 패트릭 칼훈을 비롯한 이들은 구글이 크롬 사용자 검색 기록, IP 주소, 쿠키, 고유한 브라우저 식별자를 사용자의 명시적인 동의 없이 의도적이고 불법적으로 수집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구글은 사용자가 개인정보 보호정책에 동의해 데이터 수집에 대해 허용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논란의 핵심은 개인정보 보호정책의 해석이었다. 이전에 사용된 개인정보 보호정책에서 구글은 크롬을 사용하려면 개인 정보를 제공할 필요가 없다고 명시했으며 동기화 기능을 켜지 않는 한 구글이 개인 정보를 받지 않는다는 인상을 줬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에 대해 캘리포니아주 북부 지방 연방 지방법원 판사는 2022년 12월 판결에서 구글 측 주장을 받아들여 구글이 문제의 데이터 수집에 대해 충분히 정보를 제공했고 원고가 이에 동의했다며 원고 측 소송을 기각했다.
하지만 8월 20일 제9순회 항소법원 판사는 하급심은 합리적인 크롬 사용자가 구글이 데이터를 수집하도록 동의했는지를 평가해야 했다며 2022년 12월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하급심으로 돌려보냈다.
판사는 판결문에서 구글은 일반적인 개인정보 보호정책을 공개했지만 사용자가 동기화 기능을 켜지 않는 한 특정 정보는 구글에 전송되지 않을 것처럼 크롬을 광고했다면서 합리적인 사용자는 문제의 데이터 수집에 동의했다고 반드시 이해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소송에서 합리적인 사람이라는 표현은 극단적이지 않은 사고방식과 행동을 가진, 사회적으로 통용되는 일반인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판사는 이 판결에서 일반 사용자는 단순히 크롬을 사용하는 것만으로 구글에 데이터 제공에 동의했다고 생각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한 것이다.
원고 측 변호사는 이번 판결에 만족하며 다음 재판을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구글은 언론에 발표한 성명에서 이번 판결에 동의할 수 없으며 사실관계는 자사에게 유리하다고 확신한다면서 크롬 동기화 기능(Chrome Sync)은 사용자가 여러 기기에서 크롬을 원활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해주며 명확한 개인정보 보호 관리 기능도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소송은 크롬 시크릿 모드가 데이터를 수집했다는 문제와 관련된 이전 소송 결과에서 비롯된 것이다. 해당 소송 합의 조건에는 사용자가 구글을 상대로 개별적으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으며 캘리포니아주 법원만 해도 이미 사용자 수만 명이 구글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구글이 크롬 시크릿 모드에서 수집된 검색 데이터를 파기하기로 동의했으며 원고는 이를 10조 원 가치가 있는 승리라고 평가했다. 또 구글은 크롬 싱크를 활성화하지 않아도 저장된 데이터에 액세스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지만 보도에 따르면 구글 측은 이 결정은 소송과는 무관하다고 밝혔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