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톡소플라즈마 이용해 뇌에 약 전달하는 기술?

거의 모든 온혈 동물에 기생하는 기생충인 톡소플라즈마(Toxoplasma gondii)는 고양이 등에서 사람에게 감염되어 남성 정신 장애에 영향을 주거나 사람 숙주를 성적으로 매력적으로 만들기도 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런 톡소플라즈마 특성을 역으로 활용해 뇌에 치료약을 전달하는 기술에 관한 연구가 보고됐다.

뇌에는 혈액뇌장벽이라는 막이 있어 혈액 속 병원체 등이 뇌와 중추 신경계로 침입하는 걸 막는 장벽 역할을 한다. 이는 뇌를 유해 물질로부터 보호하지만 대부분 단백질이 통과를 저지당하기 때문에 뇌 질환 치료에 유용한 약물을 뇌에 전달하는 것도 어렵다.

한편 톡소플라즈마는 혈액뇌장벽을 통과할 수 있는 기생충으로 뇌에 침입해 뇌염 등 증상을 일으킬 뿐 아니라 뇌에서 신경전달물질을 생산해 숙주를 조종하는 능력까지 갖고 있다.

이런 톡소플라즈마 능력을 역으로 활용할 수 없을까 생각한 MIT 신경과학 연구팀은 톡소플라즈마가 숙주 세포를 조작하는 데 사용하는 단백질인 GRA16과 레트 증후군이라는 신경 발달 장애 치료에 사용되는 MeCP2 단백질을 융합했다.

그리고 개조된 톡소플라즈마를 뇌 오가노이드에 감염시킨 결과 톡소플라즈마가 뇌 세포 안에서 유용한 단백질을 방출한 걸 확인했다.

더 나아가 연구팀이 쥐 체내에 개조된 톡소플라즈마를 주입한 결과 톡소플라즈마는 예상대로 뇌에 감염되어 그곳에서 MeCP2-GRA16을 방출하기 시작했다. 한편 쥐 뇌에서 발생한 염증은 최소한이었기 때문에 연구팀은 톡소플라즈마 감염이나 융합 단백질 방출이 위험한 면역 반응을 일으키지 않았다고 결론지었다.

톡소플라즈마는 전 세계 인구 25~30%가 감염된 것으로 추정되며 대부분의 경우 무증상이다. 하지만 면역력이 저하된 사람이 톡소플라즈마에 감염되면 중증 톡소플라즈마증이 발생할 위험이 있으며 임산부 조산이나 유산 원인이 되거나 아기에게 선천성 질환을 일으킬 위험도 알려져 있어 결코 안전한 기생충이라고 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구자는 뇌에 유용한 단백질을 전달하는 방법으로 톡소플라즈마를 유망하게 보고 있으며 톡소플라즈마의 유전학적 도구로서의 개발이나 감염 메커니즘의 해명, 다른 생명공학적 분야에서의 지속적인 연구 등을 통해 의약품 벡터로서 본 톡소플라즈마 적성에 대한 이해가 더 깊어지고, 다양한 용도로의 연구가 더욱 촉진될 것이라고 믿고 있다고 말했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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