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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과학자, 종교 연구 두려워해선 안 된다”

세계 인구 85%가 특정 종교를 신봉하고 있다고 알려져 있으며 종교는 건강과 행복감을 향상시키는 한편 때로는 분쟁과 대립의 불씨가 되어왔다. 이처럼 인간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로서의 종교의 중요성이 명백해졌음에도 불구하고 신경과학자는 종교가 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등 연구를 피하는 경향이 있다.

공중보건과 종교, 영성 네트워크 연구자는 지난 2021년, 1985년 이후 미국 국립보건원에 제출된 250만 건 이상 프로젝트를 조사했다. 그 결과 영성 관련 용어가 초록에 등장한 건 단 0.05%에 불과했고 제목에는 0.006%밖에 등장하지 않았다. 또 종교 관련 단어가 등장한 건 초록에서 0.09%, 제목에서는 0.009%인 것으로 밝혀졌다.

수는 적지만 영성이나 종교에 대한 연구가 전혀 이뤄지지 않은 건 아니며 연구를 위한 도구도 개발되고 있다. 1960년대 후반에는 미국 인류학자인 조지 머독이 168개 문화에서의 초자연적 존재를 향한 의식과 마법의 힘, 신앙에 관한 조사를 실시했다. 학술지 네이처에 따르면 이런 연구는 신경과학자에게 지식과 도구를 제공한다고 한다.

또 1969년 개발된 MEQ(Mystical Experiences Questionnaire)는 수천 개에 이르는 종교적 이야기를 바탕으로 피험자 경험이 종교적이거나 영적이었는지를 채점할 수 있다. MEQ와 기타 심리학적 지표는 fMRI를 포함한 뇌 영상화 기술과 결합해 사용할 수 있다.

한편 fMRI 등을 사용하는 연구자 중 종교나 영성을 연구 주요 초점으로 삼는 경우는 극소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측두두정접합부 종양을 제거한 환자가 타인이나 자연과의 연결감이 증가했다고 보고하거나 종교적 관행을 정기적으로 하는 사람이 스포츠를 정기적으로 하거나 사교 활동을 정기적으로 하는 사람보다 자기 반성과 감정 조절에 관여하는 뇌 영역 연결성이 높다는 게 밝혀지기도 했다.

더구나 지금까지의 뇌 영상 연구에서 환각제가 종교적 및 영적 경험과 관련된 뇌 영역 활동을 조절한다는 것도 분명히 밝혀졌다. 또 대부분 환각제는 세로토닌에 의해 조절되는 신경 회로에 영향을 미쳐 자의식과 타인이나 자연과의 연결감, 초자연적 존재와의 조우를 보고할 가능성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게 시사됐다.

게다가 많은 피험자가 환각제를 복용한 뒤 종교적 또는 영적 체험을 경험했다고 보고됐으며 피험자 28%가 환각제 복용 전에는 무신론자였다고 답한 반면 복용 후에도 무신론자라고 답한 피험자는 겨우 10%에 그쳤다는 것도 나타났다.

이처럼 종교나 영성적 문제를 다루는 연구자는 적지만 신경과학적으로 흥미로운 발견을 낳고 있다. 최근에는 AI를 사용해 종교적 또는 영적 개념에 대한 뇌 활동 패턴 연구가 이뤄지고 있으며 현실 세계에서 종교적 또는 영적 체험을 만들어내기 위해 VR을 사용하는 실험도 실시되고 있다.

종교와 영성을 신경과학적으로 조사하는 건 인간 뇌와 인간의 삶을 이해하는 데 극히 중요하다. 최근에는 고소득 국가에서는 전통적인 종교적 소속을 떠나는 사람이 늘어나는 반면 저소득 국가에서는 종교적 전통이 뿌리 깊게 남아 있거나 더 확대되는 경향이 있다. 또 Z세대 사이에서는 가톨릭이나 유대교 등 전통적인 종교를 받아들이는 사람이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신경과학자에게는 종교나 영성을 부정하거나 반대로 추진하지 않고 이런 변화가 인간 뇌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를 밝혀내는 역할이 있다는 제언이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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