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음식을 물으면 스테이크나 구이와 같은 육류 요리가 가장 먼저 떠오르는 남성이 많을 것이다. 23개국 남녀 육류 소비 행동을 조사한 연구 결과 대다수 국가에서 남성이 여성보다 더 자주 육류를 먹는다는 것과 성 평등이 진전된 국가일수록 남녀간 소비량 차이가 큰 경향이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취리히 대학 연구팀은 6월 13일자 과학 잡지 네이처(Nature)에 게재된 이번 연구에서 23개국에 거주하는 2만 802명에 대한 육류 소비와 사회·경제 발전 수준 관계를 조사했다.
육류 섭취량 데이터는 온라인 조사 플랫폼(Cint)을 통한 설문조사로 수집됐으며 각 국가에서 1,000명씩 모집된 참가자는 1: 전혀 육류를 먹지 않음부터 11: 하루에 2회 이상 먹음까지의 숫자로 질문에 답했다. 또 사회경제 발전 상황 데이터는 유엔이 발표한 2021년 인간개발지수(HDI)와 세계경제포럼이 2021년 발표한 글로벌 성 격차 지수(GGGI)를 사용했다.
먼저 설문 결과를 집계한 결과 거의 모든 국가에서 남성이 여성보다 더 자주 육류를 먹는 것으로 나타났다. 23개국 중 남녀간 육류 소비량이 거의 차이가 없었던 국가는 중국, 인도, 인도네시아 3개국뿐이었다. 또 육류 소비량에 대한 남녀 차이가 가장 큰 국가는 독일, 아르헨티나, 폴란드, 영국이었으며 성 평등과 사회경제 발전 수준이 높은 국가일수록 차이가 더 크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었다.
연구팀에 따르면 문화나 국가를 불문하고 기본적으로 남성이 여성보다 육류를 더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는 가설이 있다고 한다. 예를 들어 어떤 연구자는 여성은 월경 중이나 임신 중 호르몬 변화로 인해 면역이 억제되기 때문에 병원균이 있을 확률이 높은 육류를 피하려고 하는 것이 아닐까 주장했다. 또 다른 연구자는 남성은 훌륭한 사냥꾼이 되어야 하는 사회 속에서 사냥 성과인 육류 맛을 중요시하게 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가설과 이번 연구 결과를 토대로 연구팀은 성 평등이 진전되거나 사회가 발전함에 따라 여성은 육류를 피하는 선택을 자유롭게 할 수 있게 되고 반대로 남성은 육류를 구매해 먹는 빈도를 늘릴 수 있게 되는 것이 아닐까 결론지었다.
또 육류 소비 경향에 대해 밝힌 이번 연구는 육류 소비량을 줄여 기후 변화를 막는 향후 노력에 도움이 될 가능성도 있다. 구체적으로는 사회나 경제가 발전한 국가에서는 원래 뭘 먹을지에 대한 선택지가 풍부하므로 식물 기반 대체육이나 배양육 소비를 장려하는 게 효과적일 것으로 생각된다. 반대로 발전 수준이 낮은 국가는 축산업이나 경제 시스템이 비효율적이고 환경 의식도 낮은 경향이 있기 때문에 식물 기반 대체육이나 배양육을 더 많이 생산하도록 장려하는 게 더 효과적일 수 있다고 연구팀은 밝히고 있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