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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 가격이 해적판 접근에 영향 미칠까

합법적 콘텐츠가 지나치게 비싸다는 인식 때문에 불법 복제품을 이용하게 된다는 이유가 종종 제기된다. 실제로 콘텐츠 가격이 불법 복제 이용률에 영향을 미치는지 여부 조사 결과를 보고해 눈길을 끈다.

인터넷 최대 불법 전자책 데이터베이스 중 하나인 Z-라이브러리(Z-Library)는 운영자 체포, 사이트 폐쇄 등을 거듭하며 존속 위기에 몰렸지만 체제를 바꾸며 많은 이용자를 확보해왔다. 사용자 다수를 차지하는 학생과 교사가 교과서 가격 인상으로 인해 Z-라이브러리에 의존하는 사례가 많아 폐쇄하면 현대판 알렉산드리아 도서관 소실이라는 한탄의 목소리도 나왔다. 또 등록금은 무료지만 교과서 가격이 비싼 덴마크에서는 학생 절반이 불법 복제본을 구하고 있다는 데이터도 있다.

이렇게 콘텐츠 가격이 너무 비싸다는 이유가 불법 복제 이용 사유로 자주 거론되지만 한편으로 가격 인하는 불법 복제 대책 실효성이 확실치 않아 시행하기 어렵다. 또 실험을 위해선 저작권자에게 인기 도서 가격을 바꿔 달라고 요청해야 하는 등 실행이 쉽지 않았다. 과거에도 불법 사용자가 적정 가격이라고 여기면 합법적으로 구매할 것인가를 조사한 연구가 있었지만 대부분 설문조사 형식이었다.

하지만 2018년 EU가 전자책 세금을 인하하는 법 개정을 단행하면서 아일랜드 등 일부 국가에선 최대 14% 전자책 가격 인하가 이뤄졌다. 이에 조지아대, 채프먼대, 카네기멜론대 연구팀이 공동으로 이 자연스런 가격 변동을 활용해 가격과 불법 복제 트래픽 간관련성을 조사했다.

연구팀은 먼저 저작권 관련 추적업체 MUSO 불법 사이트 방문 데이터를 참조했다. 그 결과 전자책 가격이 14% 내린 시기 직접 트래픽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 직접 트래픽은 불법 사이트 URL을 직접 입력하거나 북마크로 접속하는 불법 복제에 길들여진 사용자를 말하는 것으로 값싼 가격 변화에 영향을 받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검색엔진에서 불법 사이트로 유입되거나 외부 링크를 통해 접속하는 간접 트래픽의 경우에는 가격 인하 영향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에 따르면 아일랜드에서 세제 변경으로 전자책 가격이 14% 내린 뒤 불법 사이트 접속이 최소 27% 감소했다고 한다. 이 효과는 가격 인하 직후에는 미미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커졌는데 사용자가 가격 인하 사실을 알게 되면서 불법 사이트 접속을 중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결과적으로 전자책 가격 인하는 직접 트래픽 그러니까 불법 복제 사이트 헤비 사용자에게는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지만 라이트 사용자인 간접 트래픽에는 감소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불법 사이트에 계속 접속하는 사용자는 합법 가격에 별 관심이 없거나 불법 사이트에만 접속하다 보니 가격 인하 사실을 알지 못했을 수 있지만 검색엔진을 통해 불법 사이트에 접속하려 한 사용자는 검색을 통해 가격 인하를 알게 되면서 가격이 내렸거나 적정하다면 합법 구매를 하겠다고 생각할 수 있는 환경에 처했다고 시사했다.

또 연구 의의에 대해 이번 연구 결과는 가격 정책으로 불법 복제를 줄일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지만 동시에 기업이 불법 사용자를 합법 구매자로 전환시키려 할 때 반드시 직면하게 될 과제도 드러냈다고 말했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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