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8일 북미를 중심으로 한 광범위한 지역에서 태양이 달에 완전히 가려지는 기일식이 발생했고 수백만 명이 하늘을 올려다보며 천체 쇼를 즐겼다. 당시 태양에 접근해 붕괴된 혜성이 있었다는 사실이 아마추어 천문가에 의해 보고됐다. 선그레이저(Sungrazer)라고 불리는 이런 종류 혜성이 지상에서 관측되는 건 상당히 드문 일로 여겨진다.
보도에 따르면 이번에 관측된 선그레이저 혜성을 처음 발견한 사람은 태국 아마추어 천문가 라카테 분플로드(Worachate Boonplod)다. 그는 미항공우주국 나사(NASA) 태양관측위성(SOHO)에서 실시간으로 관측 중인 코로나그래프 교란 상황에서 작은 혜성 존재를 발견했다. 이 혜성에는 SOHO-5008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또 미국 뉴햄프셔 주에 달려간 중국 아마추어 천문학자 린즈쉔은 태양을 향하는 SOHO-5008 모습을 사진으로 촬영하는 데 성공했다. 일식을 관측하기 위해 멕시코에 체류 중이던 체코 오파바 물리학연구소 연구원(Petr Horálek) 역시 맑은 날씨 덕분에 또렷한 SOHO-5008 사진을 촬영할 수 있었다.
미국 해군연구소 연구자는 태양을 스치는 혜성이 지상에서 관측되는 건 상당히 드물다고 말했다. SOHO-5008은 사진 촬영 직후 추적할 수 없게 됐고 아마도 태양에 너무 가까이 다가가 파괴된 것으로 보인다. 또 혜성이 파괴되기 전에 수집된 데이터가 제한적이어서 SOHO-5008 크기나 태양에 얼마나 가까이 다가갔는지는 알 수 없다.
선그레이저 혜성은 태양에서 800만km 이내를 지나가는 혜성을 말하며 19세기 후반 처음 발견됐다고 한다. 이번에 발견된 선그레이저 혜성에 5000번대 이름이 붙여진 것처럼 SOHO 위성 관측 기록에서 발견된 선그레이저 혜성은 5,000개가 넘지만 밝게 빛나는 태양에 접근하는 작은 혜성이 지구상에서 관측된 건 바로 이 기일식 덕분이었다. 당일에는 주기혜성인 폰스-브룩스 혜성(12P/Pons-Brooks)도 관측되어 혜성 2개가 태양과 함께 사진 1장에 담기게 됐다.
선그레이저 혜성 대부분은 2000년 전에 폭발한 거대 혜성 잔해일 것으로 추정된다. 전문가에 따르면 일식 중 선그레이저 혜성이 발견된 건 SOHO-5008을 빼곤 2008년과 2020년 발견된 2건 뿐이라고 한다.
2020년 12월 14일 아르헨티나와 칠레에서 일어난 일식 당시에는 선그레이저 혜성 SOHO-3524가 발견됐는데 발견자는 이번 SOHO-5008 발견자다. SOHO-3524는 이번보다 오래 관측되어 자세한 상황이 잘 알려져 있는데 크기는 15m, 72만 5,000km/h로 우주 공간을 이동하고 있던 것으로 추정된다.
전문가는 현대 기술과 장비를 사용하면 일식 중 선그레이저 혜성을 보는 게 그렇게 어렵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중요한 요소 하나가 필요하다며 바로 적절한 타이밍 혜성이라는 말로 이번에는 정말 운이 좋았다고 밝혔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