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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재해가 장기간 피해자 건강에 주는 악영향

일본에선 2011년 3월 11일 동일본 대지진 발생 후 무려 2023년 2월 시점에도 3만 명이 여전히 피난 생활을 하고 있어 지역공동체 유지와 심리적 케어 등 장기적 과제가 지적되고 있다. 그런데 2004년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섬 앞바다 지진으로 인한 쓰나미 피해를 입은 현지 주민을 조사한 연구에선 쓰나미 발생 14년이 지나도 피해자 호르몬 분비에 영향이 남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04년에 발생한 수마트라 앞바다 지진에선 평균 10m 높이 쓰나미가 발생했고 지진 진동으로 인한 직접적인 피해는 적었지만 해안가 지역에서는 쓰나미로 인해 큰 피해가 발생했다. 인도네시아에선 13만 명이 넘는 사망자와 3만 명이 넘는 실종자가 발생하는 큰 재난이 됐다.

이런 대규모 재난은 재해 자체로 인한 신체적 피해 뿐 아니라 피해자 정신에도 깊은 상처를 남긴다. 미국 듀크대학 연구팀은 STAR(Study of the Tsunami Aftermath and Recovery) 그러니까 쓰나미 여파와 복구에 관한 연구라는 지속적인 조사 프로젝트를 통해 수마트라 섬 앞바다 지진 쓰나미 생존자에 대한 연구를 이어가고 있다. STAR 프로젝트 일환으로 연구팀은 수마트라 섬 앞바다 지진 발생 14년 후 피해자로부터 머리카락 샘플을 채취해 코르티솔 호르몬 수치를 측정했다. 코르티솔은 부신피질에서 분비되는 호르몬 일종으로 통상 스트레스에 반응해 체내에서 증가하며 싸우거나 도망갈지를 결정하는 반응 촉발제가 된다. 하지만 만성적이거나 급성 스트레스에 지속해서 노출되면 호르몬 분비를 담당하는 시상하부-뇌하수체-부신피질(HPA) 축이 기능 이상을 일으켜 호르몬 수치가 불규칙해지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615명을 대상으로 머리카락을 분석한 결과 수마트라 섬 앞바다 지진 쓰나미 피해 지역에 거주했던 피험자 코르티솔 수치가 피해를 입지 않은 지역 거주 피험자에 비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차이는 주로 여성에게서 두드러졌는데 큰 피해를 입은 지역에 거주했던 여성 코르티솔 수치는 피해를 입지 않은 여성과 비교해 30% 가량 낮았다고 한다. 반면 남성 코르티솔 수치는 쓰나미 발생 당시 거주지와 유의미한 상관관계가 없었다. 쓰나미 피해로 인한 코르티솔 수치 저하는 쓰나미 발생 2년 뒤까지 이뤄진 조사에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수준이 높았던 여성에게서 더 컸다고 한다.

이 결과는 쓰나미로 인한 강력하고 지속적인 스트레스 탓에 피해자 HPA축이 소모되어 기능 이상을 일으켰고 그로 인해 장기간 코르티솔 수치가 낮아진 것을 시사한다. 연구팀은 중요한 발견은 코르티솔 수치가 낮은 사람이 쓰나미 발생 14년 뒤에도 신체적, 심리사회적 건강 상태가 나쁘다는 점이다. 이는 쓰나미와 그 여파로 인한 스트레스가 장기간 지속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밝혔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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