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자동차 서비스 협회 AAA(American Automobile Association)가 혹한에서 폭염까지 온도 조절을 할 수 있는 시설에서 현재 판매 중인 대표적인 전기 자동차의 항속 거리가 외부 온도와 에어컨 사용에 따라 얼마나 변화하는지 여부를 실험했다.
강추위는 인간 뿐 아니라 배터리에게도 가혹한 것으로 전기 자동차 역시 혹한에선 한 번 충전해 달릴 수 있는 거리가 짧아진다고 보통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실제로는 어느 정도일까. 실험 결과 영하 7도에서 에어컨을 작동하면 외부 온도가 24도일 때보다 항속 거리는 40% 이상 짧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AAA가 테스트한 차량은 테슬라의 모델S 75D, 닛산 리프, BMW i3, 시보레 볼트, 폭스바겐 e골프까지 5대다. 이들 자동차는 자동차 연구 센터 내에 위치한 온도를 제어할 수 있는 밀폐 시설에서 다이나모 미터를 이용해 실제 도로에서 주행하는 시뮬레이션을 실시했다. 다시 말해 단순한 정속 주행이 아니라 미국환경보호국이 연비를 테스트할 때 이용하는 테스트 주기에 따라 시가지와 고속도로 등 복합적인 상황에서의 항속 거리를 측정한 것이다.
그 결과 외부 온도가 24도에서 에어컨을 끄고 달릴 때와 견주면 영하 7도에서 히터를 끈 경우 12%, 히터를 켜면 41% 항속 거리가 짧아졌다는 것이다. 닛산 리프의 경우 24도 복합 모드에선 225km까지 달릴 수 있지만 영하 7도에서 히터를 켜면 154km로 줄어든다. 하지만 영하 7도에서 히터를 켜는 걸 참으면 201km까지 수치를 높일 수 있다.
하지만 영하 7도에서 히터를 쓰지 않으면 201km를 달리기 전에 운전자가 추위에 동사할 수도 있는 노릇이다. 극한 상황에서 달린다면 히터를 끄면 항속 거리가 크게 늘어날 수 있다는 걸 참고하는 정도가 좋을 듯하다.
이런 경향은 고속도로보다 멈췄다 가는 상황을 반복하는 시가지 운전에서 차이가 두드러진다. 닛산 리프는 시가지 테스트 모드에서 24도일 때에는 245km였지만 영하 7도에서 히터를 켜면 151km 밖에 달릴 수 없었다.
반대로 더운 날을 보면 외부 온도가 35도일 때 에어컨을 끄면 평균 4%, 에어컨을 켜면 17%, 24도일 때보다 항속 거리가 짧아진다.
이렇게 전기 자동차는 추운 상태에서 에어컨 사용이 항속 거리를 크게 줄이는 역할을 한다. 전기 자동차 운전자는 항상 배터리 잔량을 확인하고 장거리 운전을 할 때에는 충전소 위치를 미리 확인하는 게 좋다. 또 달리는 장소의 기온을 반드시 사전에 확인해 한겨울 운전을 여유 있게 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게 좋다.
또 외출 전에는 충전 플러그를 끼운 상태에서 히터를 켜고 차량 내를 미리 따뜻하게 해두는 것도 좋다. 야외에서 하룻밤 주차한 날은 차고에 넣고 평소보다 항속 거리가 짧아진다는 것도 충분히 생각할 수 있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