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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감기…젊고 건강한 성인도 죽을 확률 높았다?

스페인 감기는 1918년부터 1920년에 걸쳐 유행한 인플루엔자 통칭으로 전 세계 인구 27%에 해당하는 5억 명이 감염되고 사망자 수는 5,000만에서 1억 명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런 스페인 감기에 대해선 보통 병에 약한 것으로 여겨지는 노인이나 허약자만큼 젊고 건강한 성인 사망률이 높았다는 설이 있었다. 그런데 실제로 당시 사망자 골격을 조사한 연구에서 이 설이 실수였던 게 판명됐다.

사상 최악 유행 중 하나로 꼽히는 스페인 감기는 원래 미국 육군 기지에서 발생한 것으로 생각된다. 당시 미국은 제1차세계대전에 참전하고 있었기 때문에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감염된 병사가 유럽에 도착해 한층 더 유럽이나 아프리카, 아시아까지 퍼졌다고 한다. 덧붙여 스페인 감기라는 명칭은 당시 전쟁 중인 미국과 유럽 각국에서 보도 규제가 있던 반면 중립국이던 스페인에선 인플루엔자 유행에 관한 보도가 이뤄졌기 때문에 발생원이 스페인이라고 오인된 것도 이유라고 한다.

전 세계에서 맹위를 떨친 스페인 감기에 대해 널리 믿어지는 설로는 고령자나 허약한 사람 혹은 미숙한 아기만큼이나 젊고 건강한 성인 사망률이 높다는 걸 들 수 있다. 보통 인플루엔자 사망자 수를 연령별로 본 사망 곡선은 어린아이와 노인으로 사망자가 많아지는 U자형을 그린다. 그런데 스페인 감기 사망 패턴은 어린아이와 고령자에 가세해 젊은 성인에서도 사망자가 많은 W자형이었다. 이는 다양한 감염에 있어 기초 질환이 있거나 허약하거나 한 사람 위헌이 높다는 통설에 반하고 있다.

캐나다 맥마스터대학 연구팀은 실제로 1918년 9월부터 1919년 3월 미국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에서 스페인 감기로 사망한 81명 골격과 이전에 사망한 288명 골격을 조사하는 연구를 실시했다.

연구팀이 사망자 골격 조사에 주목한 건 이들이 사망했을 때의 나이와 정강이뼈에 나타나는 골막 병변이었다. 신체적 외상이나 감염, 영양 부족 등 건강 문제로 몸에 스트레스가 걸리면 염증이 발생해 치유할 때 새로운 뼈 형성을 일으킨다. 보통 정강이뼈에 진행 중인 골막 병변이 보이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허약하다고 생각된다.

골격 조사를 실시한 결과 이미 골막 병변이 치유되고 있는 사람과 비교해 진행 중인 골막 병변을 갖는 허약한 사람 사망률이 유행 전 뿐 아니라 유행 중에도 높은 것으로 판명됐다. 유행 기간 중 허약한 사람 사망 위험은 건강한 사람 2.7배에 달했고 이는 젊은이도 예외는 아니었다는 것이다.

이 결과는 스페인 감기에선 젊고 건강한 성인 사망률이 노인이나 허약한 사람만큼 높은 건 아니라는 걸 시사한다. 이번 연구는 어디까지나 클리블랜드 사망자를 대상으로 한 것으로 정강이뼈에 생긴 병변의 정확한 이유를 특정할 수 없는 등 몇 가지 한계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 유행과 흑사병 등에서 발견되는 경향과 마찬가지로 스페인 감기에서도 건강 상태와 사회 경제적 지위 격차가 사망률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나타낸다. 연구팀은 사전에 아무도 면역이 없어야 하는 새로운 유행에서도 특정인은 아프거나 사망할 위험이 높아 문화가 종종 코로나19는 사회적, 경제적 마이너리티가 병에 걸려 사망할 위험이 높다는 걸 알게 됐다고 밝히고 있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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