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레시피

미군 암시 고글…전혀 빛이 없어도 기능할까

군대는 육안으로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 어두운 장소에서 주위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첨단 기술을 갖춘 암시 고글과 암시 카메라를 이용한다. 미군이 이용하는 암시 장치는 전혀 빛이 없는 어두운 방에서도 작동할까. 한 유튜브 채널(Veritasium)이 실제로 미 해군 지하 실험 시설을 방문해 실험을 해 눈길을 끈다.

인간 망막이 광자 충돌에 의해 물건을 보는 것처럼 카메라는 이미지 센서로 광자를 포착하고 이를 전자로 변환해 화상을 촬영하는 구조다. 따라서 어두운 곳에서 카메라로 촬영하는 건 어렵다.

어두운 장소에서 물건을 보기 위해 개발된 게 암시 고글이나 암시 카메라 같은 암시 장치다. 야간 투시 장치에는 크게 3가지 범주가 있다. 첫째는 액티브 일루미네이션(ACTIVE ILLUMINATION)이라고 불리는 암시 장치로 이는 눈에 보이지 않는 근적외선을 조사해 이 반사를 파악할 수 있는 카메라로 주위를 촬영하는 구조다.

근적외선은 육안으로 보이지 않지만 빛을 조사해 이 반사로 물건을 보는 구조 자체는 헤드라이트나 손전등과 다르지 않다. 암시 장치 중에는 가장 간단하고 저렴한 분야이며 수십만 원 정도로 구입할 수 있는 일반 암시 고글이나 감시 카메라 등에 채택되고 있다.

저렴한 대신 대상이 마치 줌처럼 보이고 초점을 맞추기 어렵고 영상 흔들림이 크며 카메라로 촬영한 영상을 보고 있기 때문에 현실 세계 움직임과 수십 밀리초 러그가 나오거나 근적외선이 조사하는 범위 밖에 보이지 않는 문제가 있다.

영상에선 액티브 일루미네이션 암시 고글을 착용해 달빛이나 가로등이 없는 해군 시설에서 자동차 운전에 도전했다. 시야는 원근감을 알기 어렵고 영상이 흔들려 안전하게 운전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다. 뒤에서 지시를 받지 못했다면 여러 차례 충돌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또 액티브 일루미네이션은 외부로부터 감지되기 쉽기 때문에 군대에선 거의 이용할 수 없다고 한다.

군용 목적 암시 고글로 널리 사용되는 건 이미지 인텐시피케이션(IMAGE INTENSIFICATION)이라고 불리는 기술이다. PVS-31A는 이미지 인텐시피케이션 탑재 암시 고글로 미군에서 사용되는 모델 중 하나다. 이미지 인텐시피케이션에선 먼저 튜브에 들어온 광자는 포토캐소드라고 불리는 반도체 또는 알칼리 금속으로 만들어진 얇은 판에 닿는다. 포토캐소드는 광자가 닿으면 전자를 방출하는 기능을 갖고 있으며 이로 인해 광자가 전자로 변환된다. 방출된 전자는 진공관 전압에서 가속되어 마이크로 채널 플레이트라고 불리는 다른 얇은 판에 부딪친다.

매크로 채널 플레이트는 보통 유리와 같은 절연체로 만들어지며 작은 구멍 600만 개가 있다. 이 구멍은 5도 기울어져 들어온 전자는 벽에 부딪치면서 진행된다. 전자가 벽에 부딪치면 벽에서 전자가 더 방출되어 증폭된다. 증폭된 전자는 진공관에서 더 가속되어 포스퍼스크린에 충돌한다. 여기에서 전자 에너지가 가시광선으로 변환되어 눈에 보이게 된다는 것이다.

한때 형광 스크린에는 녹색이 채택됐기 때문에 군용 암시 고글이라고 하면 녹색 시야를 떠올리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최근에는 백색 형광체로 업그레이드해 시야는 청백해졌다.

영상에선 PVS-31A를 장착하고 다시 어둠 속에서 자동차 운전에 도전했다. 그러자 말 그대로 낮과 밤 같았다며 자신만만하게 운전을 시작했다. 조금 전에는 지시가 없으면 움직일 수 없었던 차를 전혀 두려워하지 않고 운전해 콘 2개 사이를 빠져나갈 수도 있었다.

실제로 이미지 인텐시피케이션 탑재 암시 고글을 이용하면 멀리 떨어진 건물과 나무까지 볼 수 있다. 이미지 인텐시피케이션은 들어오는 광자를 아날로그 구조로 증폭시키고 카메라와 디스플레이 등을 시야에 넣지 않는다. 이 때문에 시야는 암시 고글 장착자와 함께 움직여 지연이 거의 발생하지 않는 데다 본체 중량도 가볍게 억제되어 오랫동안 계속 장착할 수 있다. 또 시야 부족을 보완하기 위해 튜브 4개를 갖춘 GPNVG-18이라는 암시 고글도 미 해군에 배치되고 있다. GPNVG-18은 온라인 판매가가 4만 달러 이상인 세계에서 가장 비싼 암시 고글이며 2011년 테러리스트인 오사마 빈 라덴이 살해됐을 때 미 해군 특수전 부대가 사용하기도 했다.

영상에선 해군 기지 지하 100m에 위치한 실험장에서 암시 장치 성능을 체크하는 실험을 실시했다. 보통 무기 테스트에 사용되는 곳이지만 밀폐되어 들어오는 빛을 완전히 차단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미지 인텐시피케이션을 이용한 PVS-31A를 장착하면 마이크가 방출한 작은 빛이 있지만 마치 눈이나 밤하늘처럼 빛나는 점이 얼른 보이는 것 정도로 어디에 뭐가 있는지 거의 무른다. 이 작은 빛은 고글 본체에서 열에너지에 의해 방출되는 전자나 전계에 의해 생기는 전자가 아날로그 처리되어 있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라고 한다.

조금 지나면 눈앞에 사람 얼굴 같은 모양이 떠오른다. 고글에서 방출되는 작은 빛이 눈앞에 서있는 사람 얼굴에 부딪쳐 광자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미지 인텐시피케이션 약점 중 하나가 기존 빛을 증폭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정말 전혀 빛이 없는 장소에선 작동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직접 근적외선을 방출하는 액티브 일루미네이션 쪽이 아직 주위를 확인하기 쉽다고 한다.

하지만 정말 어두운 곳에서 가장 유효한 게 야간 시야 3번째 범주인 써멀 이미징(THERMAL IMAGING)이다. 광선 중 가시광선이나 근적외선은 물체에 반사되지만 근적외선을 넘은 원적외선은 방사성이며 대부분 물체는 원적외선을 방사하고 있다. 써멀 이미징은 이 원적외선을 검지해 암시에 이용하고 있다.

지하 실험장에서 써멀 이미징을 이용하면 어둠 속에서도 사람 모습이나 방 구조 등을 분명히 시인할 수 있다. 써멀 이미징 도움이 되는 건 어둠 뿐만이 아니라 지면에 묻힌 지뢰 등도 검지할 수 있다. 상당히 멀리 떨어진 곳에서도 선명한 이미지를 얻을 수 있다는 점도 써멀 이미징의 큰 장점이다. 대신 열방사가 없는 표지 문자 등은 읽을 수 없고 휴대하기에는 너무 커서 소비 전력도 많다는 단점도 있다. 3가지 암시 장치는 기능마다 일장일단이 있다. PVS-31A를 비롯한 3세대 암시 장치가 개발된 건 1980년대지만 연구자는 지금도 개선을 계속하고 있다.

추천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