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분 부족이 비만을 초래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듯 인체 대부분을 차지하는 수분과 지방 사이에는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여겨지고 있다. 적극적으로 물을 마시고 체중 감량을 목표로 하는 물 다이어트가 장려되기도 한다. 하지만 인터넷 등에서 볼 수 있는 물을 마시면 마른다는 말 일부에는 오류가 있다는 지적이다.
체중을 줄이고 싶다면 매일 많은 물을 마셔야 한다고 알려져 있으며 인터넷에는 하루 4.5리터 물을 마셔야 한다는 조언도 있다. 영국 애스턴의대 임상영양학자인 듀언 멜러는 물 다이어트에 대한 몇 가지 주장에는 과학적 증거가 거의 없다며 주요 오해인 칼로리 연소와 과식 방지 2가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먼저 젊은층 14명을 대상으로 한 소규모 연구에선 500ml 물을 마시면 휴식할 때 에너지 소비가 24%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놀라운 효과처럼 보이지만 사실 효과가 계속되는 건 단지 1시간이었다. 이 때문에 체중 70kg인 사람이 500ml 물을 마셔도 비스킷 4분의 1장 상당인 20kcal 밖에 소비되지 않는다고 한다. 청소년 8명이 참가한 다른 실험에선 냉장고에서 식힌 물을 마셨을 대만 에너지 소비량이 증가하지 않고 증가량도 불과 4%였다고 보고됐다.
차가운 물을 마실 때 소비 에너지가 증가하는 이유에 대해선 물을 체온으로 되돌릴 때 몸이 더 많은 에너지를 사용했거나 증가한 체액을 신장으로 여과할 때 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한 경우 등으로 추측하고 있다.
이처럼 물을 마시면 확실히 에너지를 소비할 수 있지만 이 영향은 미미한 수준으로 하루 1.5리터 물을 불필요하게 마셔도 소비 칼로리는 빵 1장분 이하 밖에 안 된다. 또 이런 모든 연구는 건강한 청소년을 대상으로 했기 때문에 중년 등 다른 그룹에선 어떨지 확인을 위한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
다음으로 식사 중 물을 마시면 식욕이 억제되어 체중이 줄어든 위에 물이 들어가 있으면 음식이 들어가는 공간이 적어져 먹는 양을 줄일 수 있다는 것에는 일리가 있다고 한다. 실제로 55명 중량이 초과된 55∼75세 중고령자가 참여한 연구에선 물을 500ml 마시면 체중이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컨디션 불량자나 식욕 부진자에게는 식전에 음주하지 않도로 지도되는 일이 있다고 한다. 이는 식사 전 술을 마시면 먹을 수 있는 양이 너무 적어져 영양이 부족해질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식욕이 있는 사람에 대한 효과는 미지수다. 예를 들어 젊은이와 고령자에게 식사 30분 전 물을 500ml 마시게 한 연구에선 60∼80세 노인이 식전에 물을 마시면 12주간 2kg 체주잉 감소했지만 21∼35세 젊은층은 물을 마셔도 체중이 줄지 않았다.
실제로는 이 연구는 참가자에게 실험 내용을 감추는 맹검화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참가자가 왜 물을 마시는지 알아차렸을 가능성도 있다. 이렇게 되면 참가자가 연구자 기대에 부응하려고 먹는 양을 줄여 버린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또 물과 식사에 대한 연구 대부분은 하루 중 한 번 식사량 밖에 보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물을 마시면 식욕을 억제할 수 있다는 질 높은 근거를 나타내는 연구는 거의 없다. 이를 통해 물에는 식욕을 줄여주는 효과가 있을지 모르지만 장기적인 체중 변화에는 이어지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는 설명이다.
그 밖에 사람이 포만을 느끼는 건 음식이 들어가 위가 부풀어 오르면 신전 수용지가 자극되어 포만하다는 호르몬이 분비되기 때문이라고 한다. 하지만 물은 액체이므로 곧바로 위에서 배출되어 버려 포만감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더 중요한 건 위에서 소화되는 반고형 음식을 우회해 물을 통과시키는 기능이 있다는 것이다. 물만 과도하게 마셔도 식사량이나 체중을 줄일 수 없을지 모르지만 식이섬유 등 다른 물질을 물에 섞거나 야채 스프 등 형태로 수분을 섭취하면 위가 비워지는 게 느려지고 포만감을 지속시킬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보고됐다.
물은 직접 체중을 줄이지 않을 수도 있지만 선택할 수 있는 가장 건강한 음료이기 때문에 체중 감량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달콤한 탄산음료나 알코올 같은 높은 칼로리 음료를 물로 바꾸면 하루 섭취하는 칼로리를 쉽게 줄일 수 있어 다이어트에 도움이 될 수 있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