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역은 고열이나 기침 같은 증상이 나타나고 최악의 경우 죽음에 이르는 위험한 감염증이다. 적절한 백신 접종을 받으면 발병을 막을 수 있지만 면역이 없는 사람이 감염자와 접촉하면 거의 100% 발병하는 강력한 감염력을 갖고 있다. 이런 홍역 발병과 유행을 막는 백신을 주사가 아니라 피부에 붙이는 스티커로 접종하는 임상 시험이 서아프리카 감비아에서 이뤄져 유망한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홍역 유행을 막기 위해선 백신 접종이 유효하지만 개발도상국에선 백신이 가지 않는 지역이 많고 최근에는 백신 기피 풍조로 미국 등 선진국에선도 홍역 유행이 일어나는 등 문제가 보고되고 있다. 2019년 3월에는 뉴욕주 록랜드카운티에서 비상 사태 선언이 발령되어 홍역 예방 접종을 받지 않은 18세 이하 어린이가 공공장소에 나오는 게 금지됐다.
보통 홍역 백신 접종에는 주사가 이용되지만 최근 20년 가까이에 걸쳐 피부에 붙이는 스티커 타입 백신이 개발되고 있다. 스티커 타입 백신은 건조한 백신을 작은 바늘로 반창고 같은 점착 패치에 늘어놓고 이 점착 패치를 피부에 붙이는 것이다.
바이오 기업인 마이크론바이오메디컬(Micron Biomedical)이 개발한 스티커 타입 홍역 백신은 동전만큼 작은 플라스틱 디스크로 아이 손목에 붙이면 몇 분 정도면 작은 바늘이 된 백신이 투여된다. 회사 측에 따르면 스티커 타입 홍역 백신은 투여에 있어 전문 기술은 필요가 없다고 한다. 엄지손가락으로 백신을 피부에 밀어 넣는 것으로 주사바늘이나 주사기를 사용하지 않고 주사와 같은 백신량을 투여할 수 있다고 한다.
스티커 타입 홍역 백신에선 작은 바늘이 된 백신이 관통하는 건 통증 수용체가 없는 피부 외층 뿐이며 아이는 접종할 때 통증을 느끼지 않는다. 또 붙였을 때 감촉도 기껏 매직테이프가 접촉한 정도라고 한다.
마이크론바이오메디컬은 스티커 유형 홍역 백신 효능을 조사하기 위해 감비아 의학연구위원회와 협력해 임상 시험을 실시했다. 임상 시험에는 성인 45명과 생후 15∼18개월 유아 120명, 생후 9∼10개월 유아 120명이 참가해 기존 조사 또는 마이크론바이오메디컬 스티커로 홍역 백신을 투여했다.
연구팀이 백신을 접종하고 1개월 반 뒤 피험자 면역 반응을 평가했는데 주사와 스티커 어떤 접종 방법도 마찬가지로 견고한 면역 반응이 확인됐다고 한다. 임상 시험에 참가한 아이 부모를 대상으로 한 앙케이트에선 대다수가 백신 스티커는 통증을 느끼지 않는다고 평가하고 90%가 주사보다 스티커 쪽이 백신 접종 방법으로 뛰어나다고 답했다고 한다.
임상시험 결과는 마이크로니들 관련 학술회의(Microneedles 2023) 기간 중 발표되고 의학지에도 논문이 게재될 예정이다. 감비아 의학연구위원회 관계자는 마이크로 패치 어레이가 백신을 효과적이고 안전하게 전달할 가능성을 보여주는 첫 흥미진진한 결과라고 밝히고 있다. 스티커 타입 백신은 홍역 뿐 아니라 광견병이나 결핵, B형 간염 등 다른 감염증에도 응용할 수 있어 더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한 연구자는 이는 오래된 꿈의 기술이라며 만일 납득이 갈 만한 가격대에 도입할 수 있다면 백신을 투여하기 위해 훈련 받은 의료 종사자가 필요 없게 되고 주사 바늘이나 혈액, 체액이 나온다는 공포도 배제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스티커 타입 홍역 백신은 의료 시설이 부족하거나 접근이 곤란한 지역 배달이 용이하고 냉장 보존할 필요성도 없다는 장점이 있다는 것이다. 또 일반 주사기로 주입하는 백신은 복수 회 깨끗한 물로 희석할 필요가 있지만 스티커 타입이라면 청정한 물 없이도 사용할 수 있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