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개는 비교적 친밀한 자연 현상이지만 대규모 방전으로 발생한 고에너지에 의해 반물질이 생성되는 게 판명되는 등 아직 과학적 발견이 끝나지 않는 현상이기도 하다. 새롭게 나무에 낙뢰한 터에서 발견된 섬전암(fulgurite)이라는 광물 중에서 우주 물질과 지구상 광물 사이에 있는 간극을 메우는 완전히 새로운 광물 그룹이 발견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논문이 발표됐다.
사우스플로리다대학 연구팀은 플로리다주 낙뢰 현장에서 회수한 섬전암의 경우 튜브 모양 유리질로 만들어졌으며 크기는 직경 2cm, 길이는 7cm였다. 이 섬전암을 구입한 연구팀은 광물 분석을 진행했다.
섬전암 자체도 희소 광물이지만 연구팀 분석에 따르면 이 섬전암 안에는 아인산칼슘(CaHPO3)과 비슷한 특이한 물질이 숨겨져 있는 게 판명됐다. 이 물질을 구성하는 인이나 칼슘 등 원소는 모두 일반적인 것이어서 언뜻 보면 그다지 드물지 않은 것 같다. 하지만 연구팀에 따르면 자연계에 있는 인 광물은 산화수가 +5인 것과 -1인 것밖에 발견되지 않지만 이번에 발견한 산화수 +3은 천연 광물에선 발견된 적이 없다고 한다. 연구팀은 이에 대해 지구상에 자연스럽게 존재하는 건 본 적이 없다고 밝히고 있다.
연구팀은 섬전암에서 발견된 물질을 재현하려 시료를 1,000도까지 가열했지만 실험실 내에선 만들 수 없었다며 이는 +3 산화수 인광물을 얻으려면 특별한 조건과 적절한 타이밍이 갖춰져야 한다는 걸 나타낸다고 밝히고 있다. 연구팀은 선전암에 포함되어 있던 철이나 규소도 첨가해봤지만 결과는 변하지 않았다고 한다.
연구팀은 플로리다주 같은 습한 기후에선 수목 뿌리에 철분이 축적되는 경우가 많고 섬전암에서 발견된 물질에 미량 철분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이는 낙뢰에 의해 나무에 있던 탄소, 나무 뿌리에 축적된 철분이 연소해 생긴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에 발견된 물질은 인석에서 발견되는 것과 비슷하기 때문에 인석 유래에 관한 단서가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또 이는 지구상에서 발견된 것으로부터 지구상에서 인 순환에 관한 지견에도 영향을 줘서 지구 생명 역사의 열쇠가 될 가능성도 있다.
연구팀에선 번개에 의한 인산염 환원이 초기 지구에선 널리 일어나고 이었다고 생각하고 있다. 이 과정에는 아직 해결되지 않은 문제가 남아 있지만 이번 발견에 의해 지금까지 생각되지 않던 형태로 인이 존재할 수 있다는 걸 나타낸 만큼 이게 초기 지구에서 생명 발달에 중요한 역할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 연구팀은 앞으로 이번에 발견된 물질을 공식적으로 새로운 광물로 선언할 수 있을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추가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