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에서 인간이 사용할 수 있는 물은 1%도 안 된다. 온난화가 진행되면서 전 세계에서 자주 가뭄이 발생하게 되면 고갈된 세계에서 물이 희소가치를 가진 매드맥스 같은 미래를 향하고 있는 것 아니냐고 불안하게 생각할 수도 있다.
캘리포니아에선 일반 시민이 절수를 강요 당하는 반면 할리우드 스타가 물을 마음껏 사용하는 등 디스토피아 상황이 시작되고 있다. 네이처 지속가능성(Nature Sustainability)에 게재된 연구 논문에서 전 세계 도시에서 부유층이 대량 물을 사용하면 기후 변화나 인구 증가만큼 도시 물 공급에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됐다.
논문을 발표한 스웨덴 웁살라대학 연구팀은 장기적으로 보면 부유층의 불공평하고 지속 불가능한 행동에 의해 공유 재산인 수원이 고갈되고 가뭄은 심각해져 수위기가 빈번하게 일어나게 된다며 사회 경제적 가치는 지금과 미래 도시에서 물 위기를 일으키는 요인 중 하나가 됐다고 밝히고 있다.
캘리포니아처럼 유명인이 물을 과도하게 사용해 화제가 되면 서민은 풍부한 사람 때문에 물 부족이 심각해지고 있는 것처럼 보일지도 모른다. 과거 연구에는 인구 전체에서 평균 물 사용량에 초점을 맞춘 것뿐으로 같은 지역에 거주하는 사회 경제적 지위가 다른 사람의 삶이 물 사용량에 미치는 영향을 정량화한 연구는 없었다고 한다. 따라서 연구팀은 부유층 물 사용법이 도시 생활에 미치는 영향을 더 자세하게 조사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세계에서 가장 사회 경제적 격차가 큰 남아프리카 케이프타운에 주목했다. 케이프타운은 2010년대 중반에서 후반에 걸쳐 가뭄으로 도시 전체에서 거의 물이 없어지는 데이 제로라고 불리는 위기에 직면했다. 극단적 사례로 느낄지도 모르지만 온난화가 진행되어 가뭄이 자주 발생하는 가운데 소득 격차가 확대되는 미국이나 영국 같은 국가나 지역에선 많은 도시가 케이프타운과 같은 상황에 몰릴 수 있다.
연구팀은 이런 케이프타운에서 사회 경제적 지위가 다른 그룹에 의한 물 사용 상황을 모델화하고 각 그룹이 가뭄에 어떻게 대처하고 있는지를 조사했다. 그 결과 저소득층이나 중소득층이 음료수나 위생 같은 일상 생활에서 불가격한 것으로 물을 사용하고 있는 것에 대해 부유층은 수영장이나 정원, 세차 같은 라이프스타일을 계속 하기 때문에 대량 물을 사용하고 있었다는 걸 확인했다.
그 결과 케이프타운 인구 불과 12%에 해당하는 부유층이 전체 물 52%를 사용하고 있었다고 한다. 부유층은 또 공공 물을 사용하지 않을 때에도 개인 우물을 이용하는 일이 많고 광역에서 급수 제한이 부과되면 귀중한 지하 수원을 고갈시켜 버리는 위험이 높아진다고 한다.
연구팀은 케이프타운이 다른 사회 경제적 지위를 가진 사람이 일상에 필요한 물을 똑같이 사용하고 부유층이 수영장이나 정원 등 꼭 사용할 물을 제한하고 있다면 물 위기가 최악 상황에 빠지는 걸 피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케이프타운 데이제로 가뭄에 보이는 물 위기는 도시가 안고 있는 사회 경제적 격차가 가져온 부유층에 의한 지속 불가능한 관습 산물이기도 하다.
또 이 연구 결과는 기후 변화가 물 이용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할 때 격차를 고려하지 않으면 전체상을 파악할 수 없는 위험성이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정치성을 배제하고 분석하면 기술주의적인 해결책을 도출하는 논리에 빠져 결과적으로 수위기 원래 원인인 불평등하고 지속 불가능한 물 이용 패턴을 반복할 가능성이 높다는 문제가 있다. 물 이용 공평성을 확보하기 위해선 공평한 사회로 가는 지름길이 될 수도 있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