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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 고문서에 남겨진 월식 기록과 기후변화

14세기 중반부터 19세기 중반까지 중세 지구에서 소빙기라고 불리는 한랭한 시대가 이어졌다. 소빙기가 일어난 요인으로 파국적인 화산 분화가 생각되고 있다. 제네바대학 연구팀은 중세 사본에 기록된 개기월식 기록에서 화산 분화가 지구 대기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했다.

큰 화산 분화는 대량 이산화황을 대기 중에 방출해 성층권에서 에어로졸로 변환된다. 에어로졸 등은 태양으로부터 빛과 열을 차단하고 지구 표면 온도와 강수량, 대기 순환 등을 변화시킨다. 또 대규모 분화는 해수온 저하나 가뭄 등을 일으켜 중세에 대규모 화산 분화가 500년 이상에 걸친 소빙기를 일으킨 것으로 생각되고 있다.

하지만 남극에서 채굴된 빙상 코어에 포함된 화산재 산성도와 양을 측정하는 기존 조사 방법에선 소빙기를 일으킨 화산 분화를 확인하는 게 어려웠다.

따라서 연구팀은 소빙기를 일으킨 화산 분화를 알기 위한 방법으로 중세 사본을 읽는 방법을 고안했다. 연구팀은 유럽과 중동, 아시아 중세 사본으로부터 소빙기 계기가 됐다는 화산 분화가 일어난 1100년부터 1300년 사이 개기월식에 관한 기록을 수집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1100년부터 1300년 사이 월식 기록 187회가 남아 있었다고 한다.

모두 이미 월식이 일어나면 레일리 산란(Rayleigh scattering)이라고 불리는 빛 파장이 대기 중 미립자에 의해 산란하는 현상에 따라 태양광에 있어 파장이 긴 빨강이나 오렌지 같은 빛이 우선적으로 달에 도달한다. 그 결과 개기월식 때에는 달이 적갈색으로 보인다고 되어 있다.

대기 중 에어로졸량이 많으면 개기월식 중 달은 붉고 어둡게 보인다. 한편 에어로졸이 적으면 달은 붉게 빛나게 보인다. 따라서 연구팀은 개기월식 중 달 색과 광도에 관한 중세 사본 설명에서 대기 중에 얼마나 화산성 에어로졸이 있었는지를 추정했다. 또 에어로졸 정보를 이용해 소빙기 계기가 된 중세 화산 분화의 정확한 연대 측정을 실시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중세 유럽 수도사는 달 색에 주위를 기울였다고 한다. 우리나라나 중국에선 천문학 논문과 왕조 역사를 정리한 책에 월식에 대해 기재했다. 1100년부터 1300년 사이 발생한 64회 개기월식 중 사본에 기재되어 있던 건 51회이며 이 중 5회가 달이 매우 어둡다고 표현되어 있었다고 한다. 연구팀은 이 시기에 일어난 화산 분화 15회를 조사한 결과 소빙기를 일으킨 건 13세기 중반 발생한 화산 분화로 추측했다.

연구팀은 월식 가시성이 지리적으로나 기상학적으로 다르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조사 방법에서의 연구는 한계가 있다며 역사적 마커를 바탕으로 조사할 수 있는 신뢰성 높은 새로운 방법으로 조사를 실시했다고 밝혔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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