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플라스틱 구호가 높아지는 가운데 유리는 여러 번 세척하고 재사용할 수 있어 환경 친화적인 용기로 실용성을 재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폐기된 유리는 자연적으로 분해되지 않기 때문에 처분장에선 수천 년 동안 그대로 형태가 남아 있다. 이 점에 주목한 과학자가 단기간에 안전하게 분해되는 생분해성 유리를 개발해 문제 해결에 나서고 있다.
학술지 사이언스어드밴스드(Science Advances)에 게재된 연구에서 중국과학원 공정공학연구소는 아미노산 또는 펩티드로 만든 생분해성 유리 설계에 대해 다루고 있다. 요점은 이 소재가 기존 유리보다 환경 부하가 적다는 것.
현재 생산되는 유리 대부분은 석회와 모래, 탄산나트륨으로 만들어진다. 이 유리는 재사용하거나 용융해 새로운 제품으로 재활용할 수 있지만 생분해성은 아니다. 이번에 게재된 연구에선 다양한 테스트를 통해 생분해성 유리가 노출되는 환경에 따라 몇 주 또는 몇 개월에 걸쳐 분해될 가능성을 발견했다.
생분해성 유리를 효소에 담근 결과 아미노산 유래 유리로 만들어진 재료는 2일 뒤 용액에서 분해됐고 펩티드로 만들어진 유리는 5개월 만에 분해됐다. 텝티드로 만들어진 유리를 쥐 피하에 두고 유리 분해와 피부 치유 과정을 30일간 관찰한 결과 유리는 피하에서 용해됐고 절개된 부분은 치유됐으며 모피도 복구됐다고 한다. 연구팀은 실험 기간 중 유리 이식으로 통증 관련 행동을 보인 쥐는 없었으며 명백한 체중 감소도 없었다고 밝히고 있다.
연구팀은 또 유리를 토양에 넣고 분해하는데 얼마나 걸리는지 여부도 관찰했다. 이에 따르면 아미노산 유래 유리는 3주가 걸려 분해됐고 펩티드 기반은 7개월 반이 지나 분해됐다고 한다. 펩티드와 아미노산은 열에 의해 곧바로 분해되기 때문에 이 생분해성 유리는 기존 유리만큼 내구성은 없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연구팀은 유리 제조에 사용되는 가열 담금질 절차를 적용해 아미노산과 펩티드를 화학적으로 변형시켰다.
이번 연구는 어디까지나 생분해성 유리를 만들기 위한 한 걸음에 불과하다. 연구팀 역시 생분해성 유리는 아직 실험실 수준 단계이며 대규모 상업화와는 거리가 멀다고 말한다. 생분해성 유리를 기다리는 동안 일부에선 매립지에 버려진 유리를 재사용하는 방법을 찾고 있다. 글라스하프풀(Glass Half Full)이라는 곳은 유리병을 수집해 침식된 해안선을 복원, 재해에 대비한 토낭을 만드는데 사용하는 모래로 재활용하는 활동을 하기도 한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