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핵보유국 9개국 합계만 따져도 1만 3,000발에 이르는 핵탄두를 보유하고 있으며 미국이 운용하는 것만 해도 5,425발에 이른다. 이런 핵무기는 도대체 어떤 구조로 우발적으로 폭발되지 않도록 되어 있을까.
초기 핵무기는 깨지기 쉽고 불안정한 것이었지만 현대 핵무기는 높은 신뢰성과 안전을 유지하도록 신중하게 설계되어 있다고 한다. 일반 보관 환경이라면 미국 핵무기가 예상외로 폭발할 확률은 10억분의 1이라고 한다. 이상한 환경이라도 100만분의 1이다.
비정상적 환경이란 구체적으로 핵무기를 보관하고 있는 시설에서 화재나 핵무기를 수송하는 항공기 추락 등을 말한다. 사실 이들은 모두 과거 발생한 적이 있지만 어떤 경우에서도 핵무기는 폭발하지 않았다.
핵무기 안전성을 유지하기 위한 기준을 원포인트세이프라고 한다. 이는 4킬로톤 이상 그러니까 TNT 환산 4,000톤분 핵 폭발력을 넘는 폭발이 일어날 가능성은 100만분의 1을 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참고로 미국이 히로시마에 투하한 원자폭탄은 15킬로톤이었다고 한다.
핵무기가 사고로 폭발할 확률을 10억분의 1로 억제하기 위해 핵무기를 관할하는 미국 에너지부는 핵무기에는 스트롱링크-위크링크가 서로 중첩된 복수 안전책을 탑재하고 안전 보조 시스템은 서로 거의 독립적이어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위클링이란 고온이나 충격 등 핵무기를 고장시킬 수 있는 사고가 발생했을 때 핵무기보다 먼저 부서져 기폭을 할 수 없게 되도록 설계된 장치다. 한편 스트롱링크는 핵무기 다른 부분과는 분리된 기폭 시스템으로 방해 전파나 고장으로 발생한 무효 신호가 아닌 공식 기폭 명령으로만 폭발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이 위클링과 스트롱링크가 모두 정상적으로 동작할 경우 그러니까 핵무기가 고장 나지 않고 핵무기 운용자가 의도하는 경우에만 핵무기가 기동한다는 게 이 시스템 구조다.
가장 중요한 안전 조치는 핵무기 부품을 신중하게 관리하고 오래된 걸 적절한 시기에 교체되는 것이다. 수명이 있는 핵무기 부품으로는 핵융합 연료가 되는 부스트 가스를 들 수 있다. 부스트형 핵분열 무기로 불리는 핵무기에선 본격적인 핵분열을 일으키기 위해 먼저 작은 핵융합 반응을 발생시키지만 이에 사용되는 수소 방사성동위원소 트리튬은 반감기가 12.33년 그러니까 12년이 경과하는 동안 반이 붕괴되어 버린다.
한편 핵무기 부품으로 가장 수명이 긴 건 플루토늄 피트로 내용 연수는 100년을 넘는 경우도 있다. 피트는 보통 플루토늄으로 만들어진 축구공 크기 구형 껍질로 앞서 언급한 부스트 가승 의해 핵반응을 일으켜 더 본격적인 2차 폭발을 발생시키는 역할을 맡는 핵무기 심장부다.
그 밖에도 예를 들어 핵미사일 탄두가 사일로 내나 잠수함 내에서 폭발하지 않도록 일정한 절차를 거치지 않으면 기폭하지 않는 사용 제어 기능이 핵무기에 탑재되어 있다. 또 기동 중 외에는 핵폭발을 일으키는 물질끼리는 떨어져 있는 것처럼 관성 스위치나 가속도계 등 핵무기에는 6개 안전장치가 탑재되고 있다고 한다.
또 핵무기가 폭발하는 구조 자체도 갑자기 폭발하지 않는 방식이 채용되고 있다. 핵폭발을 일으키는 방식은 크게 나눠 2개 있다고 한다. 첫 번째는 고농축 우라늄 덩어리를 다른 고농축 우라늄 덩어리에 발사해 임계를 일으키는 포신형 핵분열 무기(Gun-type fission weapon)로 미국이 히로시마에 사용해 히로미사형이라고도 불린다. 이 방식은 구조가 비교적 단순하지만 안전성 문제 등에 의해 현대 핵무기 방식에선 거의 사용되지 않는다.
2번째는 강한 압력으로 플루토늄을 압축해 핵분열을 일으키는 폭축형 핵무기(implosion weapon)로 현대 핵무기 대부분은 이 방식이다. 이런 종류 핵무기에 대해선 어디에 있다는 것만으로 재료가 임계량에 도달하지 않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폭발할 위험성은 거의 없다고 한다.
핵무기가 마음대로 폭발하는 것보다 중요하다고 지적되는 건 핵무기가 도난당하거나 부정하게 사용되는 사태다. 예를 들어 미국 핵무기에는 퍼미시브 액션 링크 그러니까 핵발사 통제 장치가 탑재되어 있어 만일 일반인이 핵무기를 갖게 되어도 적절한 권한이나 코드가 없어 작동시키는 건 곤란하게 된다.
더 위험한 건 핵미사일을 발사할 권한을 가진 사람이 가벼운 스트레칭으로 발사 버튼을 눌러 버리는 것이다. 핵무기가 사고로 폭발하거나 무허가로 사용될 확률은 가벼운 핵무기가 사용될 확률보다 훨씬 낮다. 예를 들어 미국 대통령이 핵무기 발사 명령을 하는 걸 막기 위한 권력 분산 원칙은 기본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사실 전체 시스템이 핵무기 발사를 가능하게 하는 것이다. 이는 핵무기 사고나 갑작스런 폭발보다 더 우려스러울 수 있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