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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개미가 여왕개미 되면 수명이 5배 연장된다?

개미는 보통 태어난 시점에서 여왕 개미와 일개미가 나뉘어져 있다. 하지만 인도에서 서식하는 인도사슴개미(Harpengathos saltator)라는 종은 선대 여왕개미가 죽으면 일개미끼리 경쟁해 승리한 개체가 여왕개미가 되는 습성을 갖고 있다. 이렇게 여왕개미에 취임한 개체는 원래는 일개미였음에도 다른 일개미보다 5배가 오래 살게 된다고 한다. 미국 뉴욕대학 연구팀이 여왕개미가 되면 수명이 연장되는 이유에 대해 보고하고 있다.

인도사슴개미 서식지에선 선대 여왕개미가 죽으면 일개미끼리 최장 40일에 이르는 격렬한 싸움을 벌여 승자가 된 개체가 차기 여왕개미로 승격된다. 일반 일개미는 8개월 정도가 수명이지만 일개미에서 여왕개미로 승격한 대리여왕(gamergates) 수명은 3년 3개월 정도로 500% 가까이 수명이 연장된다고 한다.

대리여왕은 많은 알을 출산하기 위해 많은 음식량을 소비해야 하므로 세포가 에너지가 되는 설탕을 섭취하는 걸 지원하는 인슐린 분비량이 증가한다. 하지만 인슐린이 일으키는 연쇄반응 중에는 노화 과정에 기여하는 것도 있으며 인슐린 분비량 증가는 노화를 가속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예를 들어 인슐린에 의해 활성화되는 Akt경로(Akt Signaling)는 많은 세포 기능과 관련이 있으며 나이와 노화 질환에도 연결되어 있다.

따라서 일개미가 대리여왕에 취임하면 인슐린 분비량이 증가하고 이론상 노화가 가속되어 정상적인 일개미보다 빨리 죽을 것이다. 그런데 현실에는 대리여왕 수명은 일개미보다 500%나 길고 존재해야 할 요소가 무시되고 있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이런 개미에선 정반대의 일이 일어나고 있다고 말한다. 또 대리여왕이 이미 여왕이 존재하는 다른 콜로니로 옮겨지면 이번에는 여왕개미에서 일개미로 강등되어 수명도 일반 일개미와 같게 된다고 한다.

도대체 왜 인도사슴개미 여왕개미는 인슐린 분비량 증가에도 불구하고 장수를 달성할 수 있을까. 개미, 대리여왕, 전 대리여왕 뇌나 난소, 지방 등 조직을 채취해 분석을 실시했다. 분석에는 RNA 시퀀싱을 이용해 조직별로 어떤 단백질이 만들어지고 있는지 조사했다고 한다.

분석 결과 대리여왕 뇌 내에선 일개미나 전 대리여왕에 비해 훨씬 많은 인슐린이 생성되고 비텔로제닌(Vitellogenin)과 지방이 활발하게 생산되기 시작하고 있는 게 판명됐다. 이 물질은 난자 생산을 가속시키기 위해 난소로 옮겨지는 것 외에 일부 지방은 여왕개미와 대리여왕만이 분비하는 페로몬 생산에도 사용되고 있었다. 이 페로몬이 둥지 안에서 사라지면 일개미가 차기 여왕개미 자리를 둘러싸고 싸운다는 것이다.

또 대리여왕이 더 많은 인슐린을 분비하게 되면 MAP인산화효소(Mitogen-activated Protein Kinase)라는 과정을 통해 난소 성장이 촉진된다. 동시에 난소는 Imp-L2라는 단백질을 만들기 시작해 이게 노화를 가속시키는 Akt 경로를 차단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연구팀은 2가지 주요 인슐린 신호 전달 경로는 생식 능력과 수명을 차등 조절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한쪽에선 시그널 증가에 의해 대리여왕 생식을 돕고 다른 한편으로 시그널이 감소해 장수를 초래한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앞으로 Imp-L2가 노화 관련 과정만 차단하고 생식 관련 경로를 차단하지 않는 방법을 조사할 예정이다. 또 초파리를 비롯한 다른 곤충과 포유류에서도 인슐린 차단 단백질 영향을 조사하고 있다고 밝혀 Imp-L2가 주는 노화를 막는 이점이 다른 동물에게도 이어질지 예측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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